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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끝나도 끝나지 않은 폭력, 연극 ‘죽음과 소녀’
사회 이념적 갈등 속에서 인권은 어떻게 존재할 수 있는가
 
황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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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죽음과 소녀(연출 박지혜)’ 공연 장면.(뉴스컬처)     ©사진=두산아트센터

기억 밖에 없다. 정확한 물증은 아무것도 없으며, 그녀가 확신하는 근거는 오직 기억에 있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작가, 아리엘 도르프만(Ariel Dorfman)의 대표작 연극 ‘죽음과 소녀(연출 박지혜)’가 무대에 올랐다. 두산아트센터 창작자육성 프로그램 아티스트인 양손프로젝트가 2012년 두산아트랩에서 워크숍으로 첫 선을 보인 후 같은 해 11월과 2014년 재공연을 거쳐 올해 ‘두산인문극장 2017: 갈등’으로 관객들과 네 번째 만난다.

‘죽음과 소녀’라는 제목은 슈베르트의 현악 4중주에서 이름을 딴 것으로, 작품은 칠레 독재정권 하에서 고문을 받았던 한 소녀가 15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당시의 기억과 싸우는 고통을 다루고 있다. 물리적인 역사로써는 이미 끝났지만 개인에게서는 여전히 끝나지 않은 고통과 괴로움을 언급하고 있다.

고문을 당했던 소녀는 빠울리나 쌀라쓰. 현재 그녀는 자신을 아끼고 사랑해주는 남편, 변호사이자 인권위원회 위원인 헤라르도와 살고 있다. 빠울리나는 과거 고문 받았던 당시를 단 한 번도 잊은 적이 없지만, 현재를 살아내기 위해 지난 15년 간 과거를 그저 과거로 두는 연습을 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 모든 노력도 소용없을 때가 있다. 슈베르트의 4중주 ‘죽음과 소녀’가 흘러나올 때다. 15년 전, 그녀의 고문을 도왔던 의사가 늘 그 음악을 틀어놨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의 집에 낯선 남자가 방문한다. 의사 로베르또다. 길을 달리던 도중 차 고장으로 도로에 서 있어야 했던 헤라르도가 우연히 의사 로베르또의 도움을 받아 함께 집에 왔다. 빠울리나는 로베르또의 목소리를 듣고 그가 당시 자신을 고문한 의사였다고 확신한다. 극의 시작은 그녀가 로베르또를 감금한 후 부터다. 빠울리나의 행동을 저지하는 남편과 자신은 그 의사가 아니라는 로베르또 사이에서 빠울리나는 로베르또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 연극 ‘죽음과 소녀(연출 박지혜)’ 공연 장면.(뉴스컬처)     ©사진=두산아트센터

한 인간에게 가해진 폭력, 그것의 무참함과 잔임함, 여기서 그치지 않고 시간이 흐른 후에도 다른 방식으로 가해지는 시대의 폭력성을 말하는 작품이다. 15년 전의 의사가 빠울리나를 고문한 직접적인 가해자라면, 15년 후 그녀와 가장 가까이에 살고 있는 남편 헤라르도는 고통의 기억에서 아내를 구원하겠다는 명목으로 그녀에게 폭력을 가하는 또 다른 가해자다. 헤라르도는 지금 벌어진 일들을 해결한다는 이유로 당시 그녀가 겪은 상황을 세세하게 묘사해 줄 것을 요구한다. 작가 아리엘 도르프만은 이러한 인물들을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불편함을 여지없이 드러낸다.

빠울리나의 불안한 심리는 무대를 통해 확장된다. 무대에 놓인 도구는 긴 테이블 네 개가 전부다. 양손프로젝트의 작품이 늘 그렇듯, 이번 ‘죽음과 소녀’ 역시 꼭 필요한 것들로만 채워져 있다. 원작의 총 8개 장면 중 3개 장면을 선별 및 압축해 선보였다. 그만큼 공연 시간도 총 70분으로 비교적 짧다. 선택과 집중으로 짧은 시간 동안 밀도 있는 작품을 만들었다. 공연은 오는 14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


[공연정보]
공연명: 연극 ‘죽음과 소녀’
작: 아리엘 도르프만
연출: 박지혜
공연기간: 2017년 5월 2일부터 14일까지.
공연장소: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
출연: 손상규, 양조아, 양종욱
관람료: 전석 3만원
 
(뉴스컬처=황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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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은 기자
現 뉴스컬처 객원기자
前 문화플러스 기자

프리랜서 작가 겸 자유기고가
"글은 연주요, 언어는 악기다"
 
2017/05/05 [10:32] ⓒ 뉴스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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