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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보도지침’ 봉태규 “연기 고민 많을 때 만난 작품, 이기적인 인물로 보였으면”
사건 폭로한 기자 ‘김주혁’ 역으로 7년 만에 무대 올라
 
허다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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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보도지침(연출 오세혁)’에서 김주혁 역을 맡은 배우 봉태규를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뉴스컬처DB
 
어느덧 데뷔 17년 차. 그동안 그는 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 종횡무진으로 활동하며 다양한 모습을 선보여왔다. 잠깐의 휴식기의 가지며 가정을 이루고 아빠가 된 행복한 소식을 전하기도 한 배우 봉태규가 약 7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올랐다. 연극 ‘보도지침(연출 오세혁)’을 통해서다. 오랜만에 연기에 대한 재미를 느끼고 있다는 그를 만나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원래 연극을 할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배우로서 고민하는 것들이 많은 시기였기 때문에 작품이 들어와도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죠. 오세혁 연출님의 작품도 대본은 너무 좋았는데 자신이 없어서 거절할 마음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래도 만나 뵙고 거절하는 게 예의라고 생각해서 우선 약속을 잡았는데, 연출님과 연기에 대해 고민을 나누고 작품에 관해 얘기하면서 마음이 바뀌었어요. 작품이 배우들의 말로 완성되기를 바라셨고, 그게 제 말로 표현됐으면 좋겠다고 하셨거든요. 제가 고민하던 것들을 덜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출연을 결정했어요.”
 
작품은 제5공화국 시절인 전두환 정권 당시, 김주언 한국일보 기자가 월간 ‘말’ 지에 ‘보도지침’을 폭로한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극이다. 당시 사건을 폭로한 언론인들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됐다. 9년 후인 1995년 대법원의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폭로 사건이 있었던 1986년 사건은 ‘보도지침’에 의해 보도되지 않았기에 언론계의 흑역사로 기억되고 있다. 초연의 각색을 맡은 오세혁이 이번 공연에서는 각색과 연출을 모두 맡았다.
 
▲ 봉태규는 작품에서 외신기자가 하는 말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했다. 그는 “외신 기자에게 미국에서도 보도를 상의하냐고 묻는 장면이 있는데, 기자가 안보에 관련된 기사도 보도를 하고 정부에서 그에 반박하는 기사를 내면 두 기사를 모두 보고 국민이 판단한다고 말한다. 그게 진짜 민주적인 것이다. 우리 극에서 얘기하고자 하는 것을 잘 표현해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해서 좋아한다”고 이야기했다.     ©뉴스컬처DB
 
극 중 봉태규는 ‘보도지침’ 사건을 월간지를 통해 폭로한 기자 ‘김주혁’ 역을 맡았다. 보도지침을 폭로할 경우 자신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면서도 불합리한 현실에 저항하는 인물이다. 봉태규는 “주혁이가 정의롭게 보이지 않고 나쁘게 보였으면 좋겠다”며 “공익적으로는 굉장히 좋은 일을 한 것일 수 있지만 자신으로 인해 주변의 많은 사람이 희생해야 했다. 그래서 이기적인 캐릭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제가 주혁이를 연기하는 다른 배우분들과 가장 차이를 두고 있는 부분은 같이 재판을 받은 친구들과 감정교류를 안 하려고 하는 점인 것 같아요. 자기 때문에 모두 사건에 휘말리게 됐다는 생각하고 있을 테니까요. 정배가 주혁이보다 더 최전선이 있는 기자이긴 했지만 그 자리까지 오게된 것은 주혁이 때문이죠. 최후의 진술에 와서야 딸과 가족에게 미안하다고 하는데 그 일이 과연 딸의 돌잔치에 참석하는 것보다 더 대단한 일일까하는 생각도 들어서 저는 주혁이가 좀 이기적인 인물로 보이게 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또한 봉태규는 연극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의 주혁의 태도 변화에 대해 “자신과 친구들이 얘기할 때는 의견이 동등하게 오갈 수 있고 논쟁이 될 수 있지만 동등하지 않은 입장이 하지 말라는 것은 찍어누르는 것으로 생각해서 주혁이가 발끈한다”며 “그게 압축된 사회의 장면을 보여주는 것으로 생각한다. 좋다는 얘기도 하고 표현도 자유롭게 할 수 있는데 선배가 오고 나서부터는 그 분위기가 어그러지니깐 민주적이지 못한 부분에 화가 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 봉태규는 “만약 제가 주혁이처럼 어떤 발언을 해야 하는 상황에 있게 되고, 얘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면 저의 방식대로 얘기할 것 같다. 폭로나 이런 방법은 아닐 것 같고, 당장 떠오르지는 않지만 그 상황에서 제가 할 수 있을 방법을 택하고 싶다”고 말했다.  ©뉴스컬처DB
 
자신이 하고 싶은 소리를 내기 위해서 주혁이 기자가 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해봤다. 봉태규는 “다른 친구들은 노선이 확실하지만 주혁이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쉽게 결정하지 못했다. 어쩌면 주혁이는 큰 방패가 필요해서 기자가 된 것이 아닐까 싶었다”며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소리를 낼 때 부당한 일을 당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다 기자가 된 것이다. 그러나 언론사도 대학 때의 모습과 똑같아서 결국 사건을 폭로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봉태규는 주혁이를 연기하면서 감정을 덜어내고 욕심을 버리는 일이 가장 힘들었다고 한다. 그는 “다른 캐릭터가 다 해주기 때문에 주혁이는 버티면 되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며 “욕심을 부리면 연기에 대한 칭찬의 말을 한 두 마디 정도 더 들을 수 있겠지만 크게 보면 좋을 것 같지 않았다”고 되돌아봤다. 오세혁 연출 역시 너무 뜨거워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해서 연습 내내 똑같이 한 적이 없을 만큼 계속해서 감정을 덜어내려 노력했다.
 
더불어 캐릭터의 전사나 성장 과정을 많이 고민했던 이전과 달리 주혁이에는 자신의 모습을 많이 담았다. 그는 “최근에 고민했던 것은 있는 그대로의 나로 연기하고 싶다는 점이었다. 이번 작품에서 연출님과 배우들과 그 부분을 찾아가는 과정이 너무 즐거웠다. 몰랐던 내 성격들이 튀어나오기도 하면서 잊어버렸던 나를 찾는 것 같았고, 오래전에 잊었던 나를 다시 만나서 반갑고 좋았다”며 웃음을 보였다.
 
▲ 봉태규는 “여기서 더 욕심을 부려도 되나 싶을 정도로 지금의 제 삶이 안정돼있어서 좋다.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고 싶다. 10년 넘게 배우를 하면서 느낀 것은 제 의도대로 흘러가기가 쉽지가 않다는 점이다. 어떤 배우가 되겠다고 말하기보다 만족감과 행복을 느끼고 이를 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뉴스컬처DB
 
다른 배우들과 호흡을 맞췄던 연습과정이 행복해서 매일 즐거웠고 정열적인 팬들의 모습에 깜짝 놀라기도 했다. 봉태규는 “처음에는 제가 선배니깐 밥도 사야 할 것 같았는데 그럴 필요가 전혀 없었다. 함께 공연하는 배우들이 인기가 많다는 점은 알고 있었지만 팬분들이 맛있는 것을 정말 많이 보내주셔서 놀랐다”고 말했다. 더블, 트리플 캐스트의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자신이 맡은 역할을 다른 배우가 연기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었다.
 
“이번 공연을 통해 제 아내에게 만족감을 주고 싶은 바람이 있었어요. 결혼하고 나서 배우로서 긴 호흡을 하는 연기를 보여준 적이 없었거든요. 단막극을 하긴 했지만 아쉬운 부분이 있었죠. 배우로서 어떤 만족감을 꼭 주고 싶었는데 목표를 이뤘다고 생각합니다. 첫 공연을 했을 때 아내가 보러 왔었는데 그때 연기를 제일 잘했던 것 같아요.(하하) 굉장히 재밌게 잘 봤다고 하더라고요. 또 관객분들에게는 공연을 보시고 생각하는 모든 것이 다 맞다고 얘기해드리고 싶어요. 모든 배우가 성실하게 최선을 다해 준비했으니 어떤 평가를 하시건 그건 오롯이 관객의 몫이라 생각합니다.”
 
 
[프로필]
이름: 봉태규
직업: 배우
수상: KBS 연기대상 남자 연작 단막극상(2015), SBS 연기대상 프로듀서상(2008)
출연작: 영화 ‘눈물’ ‘정글 쥬스’ ‘품행 제로’ ‘튜브’ ‘바람난 가족’ ‘이십세법’ ‘안녕! 유에프오’ ‘아라한 장풍대작전’ ‘그때 그사람들’ ‘이공’ ‘광식이 동생 광태’ ‘썬데이 서울’ ‘방과후 옥상’ ‘가족의 탄생’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 ‘두 얼굴의 여친’ ‘가루지기’ ‘청춘 그루브’ ‘미나문방구’/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 ‘논스톱4’ ‘파란만장 미스김’ ‘한강수타령’ ‘워킹맘’ ‘개인의 취향’/ 연극 ‘웃음의 대학’ ‘보도지침’ 외
 
(뉴스컬처=허다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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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다민 기자
뉴스컬처/공연문화팀
heo@newsculture.tv
 
2017/05/18 [09:51] ⓒ 뉴스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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