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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영화리뷰] 친구라는 이름의 폭력 ‘목소리의 형태’
 
윤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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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소리의 형태’ 스틸컷.(뉴스컬처)     © 사진=엔케이컨텐츠

또 하나의 걸작 애니매이션이 탄생했다. 야마다 나오코 감독의 ‘목소리의 형태’가 그 주인공이다. 애니매이션 한 편이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놓을 수 있다니. 오죽하면 영국 언론 ‘Telegraph’가 “지브리 애니메이션 이후 무엇을 봐야 할지 고민하는 관객들에게 좋은 해답이 될 영화!”라고 평했을까.
 
따분한 게 질색인 초등학생 이시다 쇼야 앞에 전학생, 니시미야 쇼코가 나타난다. 귀가 들리지 않는 쇼코는 쇼야의 짓궂은 장난에도 생글생글 웃기만 한다. 그의 괴롭힘에 쇼코는 결국 전학을 가고, 쇼야는 반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기 시작한다. 6년이 흐르고 고등학생이 된 쇼야. 여전히 외톨이인 쇼야는 목숨을 끊기 전 마지막으로 쇼코를 찾아간다. 이들의 만남은 친구들을, 교실을, 학교를 그리고 쇼야와 쇼코의 인생을 어떻게 바꿀까?
 
‘목소리의 형태’는 ‘친구’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교실 뒷줄에 자리 잡고 앉아 시답잖은 농담에 웃어주며 하굣길을 함께하는 이들. 언제부터 어떻게 친해졌는지도 기억나지 않는 친구들. 쇼코를 괴롭히는 걸 보고 함께 웃었던 친구들이 쇼코의 전학 이후 쇼야를 왕따의 대상으로 삼는다. 쇼야는 묻는다. 난 너의 친구가 아니었나? 아니, 넌 내 친구였잖아. 나한테 왜 그러는 거냐고.
 
▲ ‘목소리의 형태’ 스틸컷.(뉴스컬처)     © 사진=엔케이컨텐츠

쇼야는 갑자기 모든 것이 혼란스럽다. 친구라는 이름이 주는 무게. 과연 친구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마음 내키는 대로 행동하고 그 행동에 동조해주는 이들을 친구라고, 너무도 당연스럽게 여겼는데 쇼코의 전학으로 그 모든 것이 무너진 것이다. 친구를 어떻게 사귀는 거지? 아니, 뭐가 통했을 때 친구가 되는 걸까? 내 마음과 저 사람의 마음이 같은 크기와 속도로 다가와 중간에서 만날 수 있을까? 쉬지 않고 뜀박질을 하던 아이가 갑자기 걷기를 두려워하는 것처럼, 쇼야는 그렇게 성장을 유예한다.
 
친구라는 이름의 폭력. 쇼코를 왕따시킨 장본인이었던 쇼야는 자신이 왕따의 피해자가 된 이후 마음의 문을 닫는다. 그렇다. 먼저 손 내밀지 않으면 마음 다칠 일도 절대 없다. 그렇게 쇼야는 무리 속에서 철저히 아웃사이더로서의 길을 걷는다. 폭력은 돌고 돌아 자아마저 파괴하려 하고 있다. 6년이 흘러 더 이상 이렇게 사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느껴질 때 쇼야는 죽음을 결심하고 왠지 모르게 마지막으로 쇼코를 보러간다.
 
여전히 착한 쇼코와 그녀에게 다가서려는 쇼야. 재회한 두 사람의 시간의 간격을 좁히는 데는 쇼코의 여동생 유즈루와 쇼야의 반친구 나가츠카가 단단히 한몫을 한다. 쇼야는 쇼코의 곁을 맴돌며 과거의 속죄를 한다. 이제 죽음은 저 멀리 물러서있다.
 
하지만 여전히 쇼코를 싫어하는 반친구들, 그리고 쇼코가 왕따가해자임을 퍼뜨리는 초등학교 동창들로 인해 쇼야, 쇼코는 다시 마음의 문을 닫게 되고 ‘목소리의 형태’는 절정을 향해 달려간다. 진심에서 나오는 사과 없이는 두 사람의 마음이 만날 수 없다는 것. 거기서부터 한 발짝도 전진할 수 없다는 것을 ‘목소리의 형태’는 운명처럼 다가오는 타나토스의 유혹과 그와 무심한 듯 은은한 생명력을 풍겨내는 자연에서 에로스의 모습을 교차시키며 보여주고 있다.
 
▲ ‘목소리의 형태’ 스틸컷.(뉴스컬처)     © 사진=엔케이컨텐츠

친구는 사람이 가족이라는 일차적인 집단을 벗어나 처음으로 관계를 맺게 되는 단위다. ‘목소리의 형태’는 친구라는 이름의 폭력으로 시작했지만, 이야기를 ‘관계’로 확장시킨다. 두 사람의 마음이 만나는 것이 얼마나 기적 같은 일인지 쇼코와 쇼야의 6년을 통해서 말이다. 그리고 마음이 만날 수 있는 것은 진심과 사랑이라는 특별하지 않은 진실을 가슴 뻐근하게 그려내고 있다.
 
애니메이션 ‘목소리의 형태’는 지난 2014년 일본 전역에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동명의 원작만화 ‘목소리의 형태’(작가 오이마 요시토키)를 토대로 한다. 2014년 코믹 그랑프리 1위, 코믹 나탈리 1위, 2015년 ‘이 만화가 대단해’ 1위에 이어 제19회 데즈카 오사무 문화상 신생상 수상까지, 일일이 나열하기도 벅찬 많은 상을 단숨에 쓸어 모은 작품이다.
 
‘청각 장애 소녀와 그를 괴롭힌 소년’이라는 단순한 설정 역시 2014년 원작만화에서 차용했다. 하지만 원작만화의 감동은 움직임을 얻은 애니메이션에서 야마다 나오코 감독의 섬세한 연출을 만나 훨씬 더 깊고 넓게 확장됐다.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사람과 사람이 이어지고 싶은 마음, 마음을 주고받고 싶은 이야기”를 말하고 싶었다고 고백한 바 있다.
 
사실 한국에서 재패니메이션의 화려한 부활을 알린 ‘너의 이름은’(감독 신카이 마코토)에 가려 대중적인 주목은 받지 못했지만, 야마다 나오코 감독은 믿고 보는 작화로 유명한 교토 애니메이션의 대표 감독이다. 지난 2011년 ‘케이온’ 연출을 맡아 제35회 일본아카데미상 우수작품상을 수상했고, 지난 2014년 연출한 ‘타마코 러브스토리’를 통해 인물이 느끼는 감정의 섬세한 움직임을 포착하고 세심하게 묘사해내는 감성 애니메이터로 평단의 찬사와 팬들의 지지까지 얻은 바 있다.
 
과연 애니메이션 ‘목소리의 형태’는 관객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친구, 폭력, 관계라는 무거운 주제와 묘하게 대비되는 밝은 분위기의 작화톤과 생명력 넘치는 자연의 모습이 시종일관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지금 관계 속에서 길을 잃었다면, 당장 극장으로 달려가자. 쇼코의 목소리의 형태가 당신에게 닿을 수 있길.
 
 
(뉴스컬처=윤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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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민 기자
뉴스컬처/대중문화팀장
cinemonde@newsculture.tv
 
2017/05/19 [09:04] ⓒ 뉴스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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