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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보도지침’ 박유덕 “현실 파악한 인물, 어떤 시대 사는지 말하고 싶어하죠”
보도지침 사건의 변호를 맡은 ‘황승욱’ 역 맡아
 
허다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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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보도지침(연출 오세혁)’에서 황승욱 역을 맡은 배우 박유덕을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뉴스컬처)     ©사진=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슬럼프에 빠진 비운의 음악가로 분해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였던 그가 이번에는 법정에 섰다. 연극 ‘보도지침(연출 오세혁)’에서 친구들을 위해 질 것이 뻔한 사건을 맡은 변호사로 변신한 것. 뮤지컬 ‘라흐마니노프’에 이어 오세혁 연출과 함께하는 두 번째 작품. 이야기의 흐름에 녹아들기 위해 욕심 없이 공연에 임하고 있다는 배우 박유덕을 만났다.
 
“아쉽게도 ‘보도지침’의 초연을 보지는 못했는데, 오세혁 연출님과 ‘라흐마니노프’를 하면서 연출님이 글을 쓰신 작품이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어요. 대본을 보니 대사가 길고 말이 많아서 고민도 했는데, 연출님과 함께 공연하는 멤버들 얘기를 듣고 출연을 결심했습니다. 사실 처음 읽었을 때는 단번에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있었어요. 이 말들을 어떻게 다 표현을 해야 할까 고민도 많았는데, 정말 대본에 있는 그대로 표현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죠.”
 
작품은 언론계 흑역사로 기억되고 있는 ‘보도지침’ 사건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극이다. ‘보도지침’ 사건은 제5공화국 시절인 전두환 정권 당시, 김주언 한국일보 기자가 월간 ‘말’ 지에 ‘보도지침’을 폭로한 것을 말하며, 당시 사건을 폭로한 언론인들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됐다. 9년 후인 1995년 대법원의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폭로 사건이 있었던 1986년 사건은 ‘보도지침’에 의해 보도되지 않았다.
 
극 중 박유덕은 사건을 폭로한 기자와 잡지 발행인의 친구이자 보도지침 사건의 변호를 맡은 ‘황승욱’ 역을 맡았다. 박유덕은 ‘승욱’을 가장 현실적이면서 인간다운 캐릭터라고 소개했다. 그는 “‘승욱’은 정의를 위해 법정에 섰다기보다 친구들을 위해 싸우고 있는 것”이라며 “친구들을 위해 변호를 하고 있지만 자신들이 질 수밖에 없는 재판을 하고 있다고 말을 할 만큼 어떤 현실에서 살고 있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 박유덕은 “만약 승욱과 같은 상황이었다면 도망갔을 것 같다. 친구들의 옆에 있어 줄 수는 있었겠지만 직접 어떤 행동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상황에 처하면 어떤 행동을 하겠다고 장담하기가 어려운데 우선은 못 하겠다고 거절할 것 같다”고 말했다.    ©뉴스컬처DB
 
돈을 많이 벌고 싶어 했던 승욱이 약자의 편에서 일을 하게 된 점에 대해서는 학창시절 고문을 당했던 영향이 클 것이라는 생각이다. 박유덕은 “고문을 당하면서 경제적 지위가 있게 되면 나도 저들과 똑같이 되지 않을까 고민했을 것이다. 돈이 있어서 행복한 점이 뭐였을지 생각해보고 사람을 생각하는 변호사가 돼야겠다고 결심했을 것 같다”며 “힘든 사람의 마음은 힘든 사람이 가장 잘 알지 않나. 자신이 아픔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공감하고 손을 잡아줄 수 있다고 느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승욱은 재판을 통해서 우리가 이런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을 각인시켜주고 싶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부당하다는 것 혹은 당연하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에 대해 말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 그는 “‘왜 그걸 하면 안 돼?’라고 하기가 쉽지 않은 시대였다. 승욱이도 자신이 사회를 바꿀 수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는 인물이다. 검사는 완고하고 자신의 증인들은 전부 기각시키고 있는 불합리한 상황 속에서 어떤 것을 고발하거나 외치기보다 그냥 우리는 이런 시대에 살고 있다는 말을 모두에게 해준다”고 이야기했다.
 
“이번 작품에서는 캐릭터를 연구하면서 어떤 것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은 안 했어요. 유일하게 그런 노력을 안 한 작품이에요. 제 생각보다는 대사가 주는 어절을 느끼면서 그를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싶었어요. 생각하면서 연기를 하니깐 오히려 이상한 흐름으로 흘러가더라고요. 그래서 전체적인 흐름을 보면서 그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가려고 노력했어요. 제가 느끼는 것들을 순화하지 않고 표현해서인지 다른 작품들에서보다 원래 제 모습이 많이 묻어나오는 것 같아요.”
 
평소에 쓰지 않는 법정 용어들도 자신의 말투로 바꿔봤다. 박유덕은 “극의 상황이라기보다 사람 대 사람이 토론과 언쟁을 펼치는 자리라고 생각해서 자연스럽게 대사가 전달됐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연습하면서 일부러 대사를 틀려보기도 하고 어떻게 하면 잘 틀려볼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고 되돌아봤다. 말이 잘 전달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흐름을 잘 끌어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만약 대사 실수를 하더라도 자연스럽게 분위기가 이어졌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 박유덕은 꾸준하게 잘 걷고 싶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과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고 꾸준하게 잘 걷고 싶다. 너무 잘하려고 하면 오히려 저에게 갇힐 것 같다. 부담 없이 관객과 공유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관객분들과 같은 사람으로 봐주셨으면 한다”고 이야기했다.      ©뉴스컬처DB
 
박유덕은 승욱의 성격과 비슷한 점이 있냐는 물음에 학창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기도 했다. 그는 “승욱이 독백을 연습할 때 햄릿의 다른 대사를 선보인다.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학창시절 마임을 준비해야 하는 과제가 있었는데 ‘쉬즈 곤(She`s gone)’ 음악을 틀고 계속 걷기만 했다. 선생님은 뭘 표현하는 것이냐고 물었고 친구들은 웃었다. 웃기려는 게 아니라 그냥 그런 모습을 선보이고 싶었다. 승욱 역시 햄릿의 그 대사를 하고 싶었기 때문에 준비해온 게 아닐까”라며 웃음을 보였다.
 
특히 잊을 수 없는 에피소드는 공연 중 바지가 뜯어진 사건이다. 2주차 공연 때 의자에서 일어나다 순식간에 엉덩이가 있는 부분이 뜯어져 바람이 들어오는 느낌이 났다. 박유덕은 “공연 초반이라 바지를 갈아입고 올까도 생각해봤지만 박정표 배우의 바지는 사이즈가 맞지 않을 것 같았다. 관객이 알아채지 못하게 걸을 때도 신경 쓰고 무릎을 꿇게 되는 장면에서도 정면으로 자리 잡지 않고 비스듬히 앉았다. 모든 행동이 조금 어색해 보였겠지만 공연이 끝날 때까지 배우들도 몰랐다고 해서 다행이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있는 듯 없는 듯 보였으면 좋겠어요. 연출님께도 무색무취(無色無臭)로 연기해보고 싶다고 얘기했었죠. 저의 색을 표출하기보다 극의 색에 묻어 들었으면 해요. 텍스트가 부족하다면 배우가 끌고 가야 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텍스트가 충분하기 때문에 더 욕심을 부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스토리텔러의 느낌으로 그냥 이야기를 전달해주는 역할로 보였으면 합니다.”
 

[프로필]
이름: 박유덕
생년월일: 1983년 3월 17일
직업: 배우
출연작: 뮤지컬 ‘희망세일’ ‘모차르트!’ ‘지킬앤하이드’ ‘햄릿’ ‘닥터 지바고’ ‘맨오브라만차’ ‘요셉 어메이징’ ‘남자가 사랑할 때’ ‘뮤직박스’ ‘아이 러브 유 비코즈’ ‘빈센트 반고흐’ ‘살리에르’ ‘마이 버킷 리스트’ ‘쓰루 더 도어’ ‘사랑은 비를 타고’ ‘라흐마니노프’, 연극 ‘액션스타 이성용’ ‘보도지침’ 외
 
(뉴스컬처=허다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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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다민 기자
뉴스컬처/공연문화팀
heo@newsculture.tv
 
2017/05/19 [10:10] ⓒ 뉴스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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