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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불량청년’ 이해성 연출 “한 분이라도 자신의 초인 만난다면 만족해요”
‘블랙텐트’ 극장장, 광장 생활 끝내고 극장으로 귀환하다
 
허다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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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불량청년(연출 이해성)’의 연출가 이해성을 서울 대학로 30스튜디오에서 만났다.(뉴스컬처)     ©이슬기 기자
 
문화예술계 검열에 대한 저항운동의 한 축이었던 광화문 광장극장 ‘블랙텐트’를 이끌어온 극단 고래의 이해성 연출이 무대로 돌아왔다. 그가 직접 쓴 연극 ‘불량청년’을 통해서다. 지난달 25일 서울 대학로 30스튜디오에서 개막한 작품을 진두지휘한 그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번 무대는 ‘불량청년’이라는 제목으로의 두 번째 공연이다. 지난 2015년 초연을 진행한 것으로 생각하는 관객이 많지만, 사실 작품의 초연은 2014년이다. 박선희 연출에게 의뢰를 받아서 쓰게 된 ‘불량청년’은 2014년에 ‘불령선인’이라는 이름으로 관객과 처음 만났다.
 
이전부터 독립운동가 김원봉의 얘기를 계속하고 싶었는데, ‘독립운동’ 소재를 제안받았을 때 동시대 젊은이와 대화할 수 있는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연출은 “당시의 상황이 100년 전의 현실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암울했고, 어두웠고, 많은 사람이 고통스러워했다”며 “현실에 짓눌려서 힘들어하는 청년들과 100년 전 나라 잃은 현실의 청년들이 만나면 많은 얘깃거리가 나올 것 같았다”고 말했다.


“선택에 관한 문제를 얘기해보고 싶었어요. 보편적으로 기득권과 기성세대, 자본주의 사회가 제시하는 대로 선택하게 되는 것 같은데 그런 선택들이 청년들에게 희망이나 행복을 가져다주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우리가 학습 받은 대로 선택을 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하는 고민을 같이 해보고 싶어서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개개인의 가슴속에 살아있는 자유로움, 존엄에 관한 인식을 깨우면서 어떤 선택을 해야 내가 진정 행복할 것이고 나의 존엄이 다치지 않을지를 얘기해보고 싶었죠.”




▲ 이 연출은 “작품을 만드는 데 주어진 시간이 두 달 정도였다. 관련 자료들을 폭독하면서 내가 정말 모르고 있는 것들 많다는 것을 느꼈다. 모르는 분들도 많고, 모르는 사건도 많아서 더 열심히 공부했다”고 말했다.(뉴스컬처)     ©허다민 기자
 
작품은 평범하고 무력했던 21세기의 ‘김상복’이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통해 20세기의 청년 ‘김상옥’과 의열단의 만나게 되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린 작품이다. 2015년 공연부터 이 연출이 공연의 연출까지 맡았다. 극에서는 만주와 상해, 경성을 넘나들며 숨 가쁘게 질주하는 모습으로 다양한 재미를 제공한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 김상복이 읊는 시 ‘광야’는 관객의 마음을 울리기도 한다.
 
“동시대 젊은이들과 선택에 관한 지점, 초인에 대해 얘기를 하고 싶었는데 초연 때는 제 의도와 다르게 다가간 것 같아요. 독립운동가라는 소재에 대한 보편적 인식이 엄청나게 크다는 것을 느꼈죠. 작품이 위인전처럼 ‘이렇게 살아라’하는 느낌으로 해석되고 받아들여지는 것을 보면서 ‘하고 싶었던 얘기가 아닌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당시 젊은이들의 일상을 조금 더 인간적인 모습으로 수정했습니다. 멋진 부분을 많이 걷어내고 싸우고 삐치고 하는 평범한 모습들에 더 집중했습니다.”
 
이외에 신경을 쓴 곳은 극에서의 장면 연결 부분이다. 이 연출은 “전하는 내용이 많다 보니 장면도 많았다. 공연의 템포감을 떨어트리지 않으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게 하는 과정이 힘들었다”며 “큰 무대를 활용한다고 생각하면 고민을 조금 덜었을 것도 같은데 소극장에서도 선보여야 해서 그 지점을 해결하려 고심했었다”고 되돌아봤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극에서는 장면 전환을 유쾌하게 풀어낸다. 콩트 형식의 뉴스로 사건을 간략하게 전달하는데, 이때는 등장하는 사람도 많다. 이 연출은 “연극은 협업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이 나와서 몸과 마음을 엮어서 만드는 것으로 생각해 제 작품에는 코러스가 많이 나오는 편”이라며 “지루할 것 같다고 생각되는 부분에서 한번 놀아줘야겠다 싶었고, 기자와 가수를 시대를 관통해 등장시키기 위해 콩트 형식의 뉴스를 떠올렸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공연을 준비하던 때는 너무 바쁜 시기였다. 블랙텐드를 철거하고 난 이후에도 관련된 일들을 정리하는 과정이 남아있었기 때문. 그래서 연습을 많이 참여를 못 했고, 배우들과의 약속을 어긴 적도 있었다.
 
그는 “원래 그런 스타일이 전혀 아닌데 수정 대본을 제 날짜에 못 주니까 배우들이 초조해 했다. 그래도 스스로 연습을 잘해줬다. 미안한 마음이 가득했는데 이번 작업을 하면서 배우들을 향한 신뢰가 더 강해졌다. 연출이 연습을 진두지휘하지 않아도 자체적으로 자기 작업해나갈 수 있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던 색다른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 이해성 연출은 타임슬립은 소재에 대해 “극적 재미를 위해 들어가기도 하지만 동시대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시각을 갖게 해주고 싶어서 사용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서 그는 “이 이야기를 지금 하는 이유가 뭘까에 대한 물음표를 조금 해소해주기도 하지만 당시의 아픔을 동시대로 가져왔을 때 동시대의 아픔도 재구성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뉴스컬처)     ©이슬기 기자
 
이 연출은 블랙텐트 극장장 활동과 108일의 노숙을 하면서 생각도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그는 “노숙까지 할 생각은 없었는데, 아픈 친구가 있는 것을 보고 건강한 내가 낫지 않겠느냐 하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이번 3개월로 나름대로 사회에 참여해왔던 생각들이 피상적이었음을 느꼈다”며 “소수자나 아픈 분들을 위해 깊이 있게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는 수준은 못되지만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마음이 더 열린 것 같다. 또한 연극의 공공성과 예술의 공공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해봤던 시기였다”고 이야기했다.
 
가을에는 신작이 예정돼있다. 동시대의 아픔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해왔는데, 이를 가장 포괄적으로 다루는 작품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 연출은 “광장에서의 경험이 앞으로의 작품에 영향을 미칠 거라 생각한다. 색깔이 바뀌지는 않을 테지만 워딩이 달라지고 표현하고자 하는 세계가 달라질 것”이라며 “이번에 광장에 있으면서 고공농성에 관한 작품을 떠올리기도 했다. 언제 보여드릴진 모르겠지만 운동으로서의 고공농성이 아닌 기도로서의 느낌을 받은 경험으로 준비해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번 작품에 이육사 시인의 ‘광야’가 나오는데, 저는 그 시를 보는 순간 이해성이라는 한 청년이 광야에 서 있는 느낌을 받았어요. 관객분들도 광야가 읽히고 노래불러질 때 광야에 서 있는 자기 자신을 만났으면 합니다. 공연을 할 때마다 작품이 동시대를 살아가는 한 사람에게라도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이번에는 한 사람만이라도 자신의 초인(超人)을 만날 수 있으면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연극뿐 아니라 예술이라는 문화적인 활동에 더 많은 국민들이 노출됐으면 하고, 예술을 통해 삶이 더 풍요로워졌으면 합니다”
 

[프로필]
이름: 이해성
직업: 작가, 연출가
수상: 부산일보 신춘문예 희곡부문(2007),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 젊은연출가전 희곡상(2008)
참여작: 연극 ‘고래’ ‘살’ ‘치유’ ‘사라지다’ ‘빨간시’ ‘불량청년’ 외
 
(뉴스컬처=허다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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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다민 기자
뉴스컬처/공연문화팀
heo@newsculture.tv
 
2017/06/06 [10:05] ⓒ 뉴스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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