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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낭만 검객이 쏟아내는 말들에 관객 마음 말랑말랑 녹아드네…뮤지컬 ‘시라노’
류정한 프로듀서 데뷔작, 홍광호 연기 빛나
 
양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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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시라노(연출 구스타보 자작)’ 공연 장면 중 시라노(왼쪽, 홍광호 분)가 록산에 대한 마음을 몰래 표현하고 있다.(뉴스컬처)     ©사진=CJ E&M
 
모가지가 길어 슬픈 짐승이 사슴이라면, 코가 커서 슬픈 남자도 있다. 그의 이름은 시라노. 정의롭고 용맹한 검객이자 낭만적 시를 읊는 작가로 모든 이에게 사랑받지만, 남들보다 유독 큰 코가 그의 유일한 콤플렉스다. 때문인지 매사에 당당하지만 사랑하는 여인 앞에서 만큼은 당당하지 못한 이 남자의 찡한 러브 스토리가 관객의 마음을 울리고 있다. 지난 7일 국내 초연의 막을 올린 뮤지컬 ‘시라노(연출 구스타보 자작)’를 통해서다.
 
‘시라노’는 프랑스 극작가 에드몽드 로스탕이 실존인물 이야기에 낭만적 상상력을 더해 쓴 희곡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1897)’을 바탕으로 한다. 영국의 ‘햄릿’, 스페인의 ‘돈키호테’에 비견되며 전 세계적 사랑을 받고, 연극뿐 아니라 영화,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를 통해 소개됐다. 그러나 국내 무대에서는 1958년 처음 소개된 이후 눈에 띄게 공연된 건 10번 미만이었고, 오히려 2010년 개봉한 이민정 주연의 영화 ‘시라노: 연애조작단’으로 더 알려져 있다.
 
뒤늦게나마 작품성에 크게 감명받은 이가 있었으니, 바로 뮤지컬계 베테랑 배우 류정한이다. 그는 이번 ‘시라노’를 통해 프로듀서로 처음 출사표를 던졌는데 “대본을 읽는 순간 캐릭터에 매력에 빠졌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2009년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과 작가 레슬리 브리커스 콤비가 의기투합해 일본에서 첫 선을 보인 작품을 류정한이 제작자가 되어 국내에 처음 소개하는 것이다.
 
▲ 뮤지컬 ‘시라노(연출 구스타보 자작)’ 공연 장면 중 록산(왼쪽, 린아 분)과 크리스티앙(서경수 분)이 마음을 확인하고 있다.(뉴스컬처)     ©사진=CJ E&M

17세기 프랑스를 배경으로 하는 극은 시라노와 그가 사랑하는 아리따운 여인 록산, 시라노와 함께 록산에게 마음을 뺏긴 크리스티앙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다. 주인공 시라노는 비록 외모는 못생겼지만 자유로우면서 괴짜스럽고,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매력적인 사내로 그려진다. 누구도 두렵지 않을 만큼 유려한 검술을 자랑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별처럼 아름다운 시어를 쏟아내며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그는 한 마디로 ‘낭만 검객’이다.
 
그런 그가 오직 약해지는 때는 어릴 적부터 마음에 품어온 여인 록산 앞에서다. 예쁘고 총명하며 재기발랄하기까지 한 록산은 시라노뿐만 아니라 젊은 병사 크리스티앙, 부대 지휘관 드기슈의 마음까지 흔들어 놓는다. 그런 록산의 선택을 받은 남자는 크리스티앙. 시라노는 크리스티앙 대신 아름다운 말들을 편지에 적어 록산에게 대신 전하고, 록산은 시라노가 쓴 줄도 모르고 편지에 담긴 진심 덕분에 크리스티앙을 더 사랑하게 된다.
 
주인공 시라노의 매력을 잘 살리는 것이 무엇보다 관건인데, 뮤지컬계 스타로 통하는 홍광호는 이번에도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줬다. 엉뚱하지만 신념 강한 모습은 ‘맨 오브 라만차’의 돈키호테를 떠올리게 하고, 한 여인을 향한 진실한 사랑을 보여주는 모습은 ‘노트르담 드 파리’의 콰지모도 같기도 하다. 검을 휘두르며 눈빛을 빛내는 정의로운 인물의 면모와 사랑에 아파하는 순애보적 감정을 오가는 연기는 물론, ‘나 홀로’ ‘하루 또 하루’ 등 넘버를 소화해내는 가창력도 유감없이 빛났다.
 
▲ 뮤지컬 ‘시라노(연출 구스타보 자작)’ 공연 장면 시라노(홍광호 분)가 자신의 운명을 슬퍼하고 있다.(뉴스컬처)     ©사진=CJ E&M

극의 흐름이 시라노가 중심이 되다 보니 크리스티앙, 드기슈 등 상대적으로 다른 캐릭터는 두드러지지 않으며 넘버 수도 많지 않다. 관객을 시라노의 매력에만 너무 흠뻑 빠지게 한 탓일까. 다른 인물이 하는 행동에 대해서는 다소 공감되지 않는 부분들이 많다. 특히 시라노가 사랑하는 록산이 하는 행동들은 이해하기가 어려운데, 자신의 사랑을 위해 시라노를 이용하다가 마지막에 갑작스레 시라노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등 장면은 개연성 면에서 아쉽다.
 
젊은 남녀의 사랑 이야기와 전쟁에서 생기는 에피소드 등 극적인 장면들이 많지만, 여타 대극장 뮤지컬과 비교했을 때 ‘시라노’는 화려하거나 웅장한 느낌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거대한 무대가 순식간에 돌아간다거나 출연진들의 멋진 군무 씬으로 시선을 압도하기보다는 단순한 세트와 소품들로 무대를 채우고, 대신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로 여백을 채운다.
 
결정적으로 작품을 채우는 건 역시 시라노가 내뱉는 아름다운 언어들이다. “나의 천사, 나의 꿈, 내 영혼의 숨결 같은 그대여. 꿈인가요 이 순간, 그대 미소가 날 살게 해요” “글자 하나하나에 마음을 담아, 당신이 오늘도 기다릴 테니” 같은 낭만적인 말들은 록산뿐만 아니라 관객들의 마음도 말랑말랑 녹아내리게 만든다.
 
시라노는 “인생에 한 번쯤은 그 무엇도 막을 수 없는 사랑이 찾아온다고 하죠. 그 사랑을 겪지 못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슬픔이겠죠”라고 말한다. 뮤지컬 ‘시라노’가 관객들에게 그런 사랑 같은 작품이 될 수 있을까. 일단 시라노의 매력에 빠지게 되는 것만큼은 막을 수 없는 것 같다. 오는 10월 8일까지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
 
 
[공연정보]
공연명: 뮤지컬 ‘시라노’
원작: 에드몽 로스탕
극작/작사: 레슬리 브리커스 
작곡: 프랭크 와일드혼
연출: 구스타보 자작
음악감독: 변희석
협력안무: 김경엽
공연기간: 2017년 7월 7일 ~ 10월 8일
공연장소: LG아트센터
출연진: 류정한, 홍광호, 김동완, 최현주 린아, 임병근, 서경수, 이창용, 주종혁, 김대종, 홍우진 외
관람료: VIP석 14만원, R석 12만원, S석 8만원, A석 6만원
 
(뉴스컬처=양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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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희 기자
뉴스컬처/공연문화팀장
yang@newsculture.tv
 
2017/07/13 [10:12] ⓒ 뉴스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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