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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잘못된 배려는 오해를, 그로 인한 상처는 복수를 낳는다…연극 ‘샌드백’
스포츠와 누아르 결합한 극, 한순간에 어긋나버린 세 남자의 우정 그려
 
허다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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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샌드백(연출 김재한)’ 공연장면 중 만도(왼쪽 최호중 분)와 호철(이준혁 분)이 시합에 임하고 있다.(뉴스컬처)     ©이슬기 기자
 
운동을 시작한 선수들은 ‘챔피언’을 꿈꾸며 오늘도 열심히 땀방울을 흘린다. 매일 반복되는 체력 훈련에 친구들과의 추억을 포기하고 부상까지 이겨내면서 승리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이런 값진 순간들이 믿었던 사람의 배신감으로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돼버린다면 얼마만큼의 분노가 차오를까. 복싱체육관에서 인연을 맺어 희로애락을 함께했던 남자들의 우정이 찰나의 욕심으로 파국을 맞는 과정을 담아낸 연극 ‘샌드백(연출 김재한)이 지난 5일부터 무대에 올랐다.
 
‘샌드백’은 스포츠와 누아르를 결합한 극이다. 젊은 제작자들이 뭉쳐 올해 문을 연 내유외강컴퍼니의 첫 제작 작품으로, 단편 영화로 준비하던 서진원 작가의 작품을 희곡으로 만들어 김재한 연출이 지휘봉을 잡았다. 극은 땀 냄새가 짙게 밴 복싱체육관을 배경으로 남자들의 우정, 경쟁, 오해 그리고 형제간의 삐뚤어진 우애를 담아낸다.
 
‘박호철’과 ‘박준수’는 형제다. 어릴 적 어머니를 여의고 복싱체육관을 하는 아버지 밑에서 성장했다. 그러나 아버지는 두 형제에게 같은 사랑을 주지 않았다. 준수에게 늘 “형처럼 살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호철이 모난 마음을 갖게 한다. ‘계만도’는 그런 호철의 친구다. 고등학교 때 우연히 만나 함께 운동을 시작하며 가까워졌다. 진심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호철 대신 준수를 아끼며 형제의 오작교 역할을 한다.
 
이들의 관계는 챔피언을 바라보며 운동에만 매진하던 만도가 호철의 배신으로 더이상 복싱을 할 수 없게 되면서 위태해진다. 관장인 아버지는 만도 대신 호철에게 체육관 대표로 경기에 출전할 기회를 준다. 그러나 호철 역시 경기에 나가지 못한다. 만도가 호철에게 복수를 했기 때문. 전후 사정을 모르는 준수는 모든 것이 자신의 탓이라 여기며 만도를 통해 사채를 빌려 형을 위한 삶을 살기로 한다.
 
▲ 연극 ‘샌드백(연출 김재한)’ 공연장면 중 세 남자가 핸드폰을 바라보고 있다.(뉴스컬처)     ©이슬기 기자
 
세 남자의 이야기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펼쳐진다. 공연 초, 중반에는 우정을 나누던 시절의 흥미롭고 즐거운 분위기로 관객들을 이끌다가 후반부로 갈수록 반전에 반전을 선사했다. 준수의 돈을 대신 갚으라며 호철을 찾아온 만도가 비밀을 털어놓으면서 분위기는 급속히 냉랭해진다. 인물들의 감정이 격해지면서 몸싸움도 벌어지는 등 거친 전개가 이어져 극장에는 객석의 불이 켜질 때까지 긴장감이 맴돌았다.
 
파국을 맞기까지의 사건이 모두 밝혀지고도 세 남자의 행동에 공감하긴 쉽지 않았다. 다르게 남겨진 기억들이 어떤 피해의식을 가지게 하는지는 이해할 수 있었지만, 그럼에도 그렇게까지 해야 했을까 하는 물음은 남는다. 잘못된 배려가 모두에게 아픈 결과를 만들어냈다. 그렇게 본다면 세 사람 모두가 가해자이자 피해자인 것은 아닐까. 결국 누가 천사이고, 누가 악마인지에 관한 판단은 관객의 몫이다.
 
모든 사건의 배경이 되는 복싱체육관은 무대 위에 실감 나게 재연돼있다. 빨간 스티커로 ‘복싱’이라는 글자를 창문에 붙여둔 것부터 샌드백, 링, 운동기구, 글러브, 트로피 등의 소품으로 디테일을 살려 극의 몰입을 도왔다. 소극장 작품만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객석과 무대의 거리도 상당히 가까운데, 덕분에 부상 투혼을 발휘하며 복싱 연습을 했다고 밝힌 바 있는 배우들의 섬세한 몸짓들을 생동감 있게 관찰할 수 있었다.
 
객석과 가까운 무대는 배우들과 관객의 소통에도 도움을 줬다. 무대에서 잠깐 퇴장했던 배우가 객석을 가로질러 다시 등장해 환호성을 받았고, 분위기를 전환하는 장면에서는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며 재치있는 대화를 이어가 웃음을 끌어냈다. 이런 유쾌한 분위기는 극이 진행되면서 조금씩 사라지는데, 누아르 장르이기에 거친 표현의 대사와 폭력적인 장면들도 다수 있다는 점을 참고하면 좋겠다. 오는 9월 3일까지 서울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3관.
 
 
[공연정보]
공연명: 연극 ‘샌드백’
작가: 서진원
연출: 김재한
공연기간: 2017년 7월 5일 ~ 9월 3일
공연장소: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3관
출연진: 최호중, 김지훈, 이준혁, 김주일, 김태민, 유현석
관람료: 전석 5만원
 
(뉴스컬처=허다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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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다민 기자
뉴스컬처/공연문화팀
heo@newsculture.tv
 
2017/07/24 [10:26] ⓒ 뉴스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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