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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택시운전사’ 장훈 감독, “역사를 이렇게 봐야 한다는 강박이 오히려 역사를 왜곡해요”
선입관 깨뜨린 위르겐 한츠페터와의 만남
 
윤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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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훈 감독이‘고지전’(2011) 이후 ‘택시운전사’로 6년 만에 돌아온다.(뉴스컬처)     © 사진=윤현지 기자

6년만이다. ‘고지전’(2011)이후 ‘택시운전사’로 돌아온 장훈 감독 이야기다. 중간에 ‘시네노트(2012)’가 있긴 하지만 이재용, 강형철 감독과 함께 찍은 단편들을 옴니버스식으로 묶은 영화기에 장훈 감독의 온전한 작품활동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6년 만에 새로운 작품으로 돌아오게 되어 더욱 긴장되고, 그것도 송강호라는 대배우와 함께 돌아와 더욱 기대도 되면서 부담도 된다는 장훈 감독. ‘택시운전사’ 개봉을 앞두고 7월 어느 날,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장훈 감독을 만나봤다.

올 여름 최고의 기대작으로 손꼽히는 ‘택시운전사’에 대해 묻기 이전에, 감독으로서 6년 동안 영화를 찍고 싶은 갈증이 없었을까, 창작자로서 어떻게 그 긴 시간을 버틸 수 있었을까가 더 궁금했다.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대답이 돌아온다.
 
“많이 지쳤던 거 같아요. ‘고지전’ 촬영이 2011년 7월에 끝났어요. 2008년에 ‘영화는 영화다’로 데뷔했고 2010년에 ‘의형제’를 찍었으니 꼬박 3년 반을 쉬지 않고 영화를 찍은 거죠. 운이 좋아서 세 편의 영화를 연달아 찍긴 했는데 계속 영화를 하려면 스스로에게 동력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왜 영화를 계속 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찾아야 했으니까요.”
 
전문가들로 둘러싸인 영화판 최전방에서 연출가로서 막중한 짐은 누구에게나 버거웠을 터. 게다가 데뷔작부터 연속 세편을 흥행시켰기에 그 부담감은 흥행성적보다 더 가파른 경사를 그리며 장 감독을 압박했을 것이다. 어깨의 짐을 내려놓은 6년 동안 현장에서 한 발짝 떨어져 못 읽었던 책을 읽고 고전 영화들도 찾아보면서 장훈 감독은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영화란 무엇일까, 이야기란 무엇일까라는 막연한 질문에서부터 재미있고 감동을 주는 영화가 좋은 영화라면 감동은 뭐고 재미는 뭘까 하며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어요.” 이 기간에 장 감독은 ‘살다’(감독 구로자와 아끼라, 1952), 체리향기(감독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1997), 샤트야지트 레이 감독의 아푸 3부작(1955)을 만났다. 이 영화들이 장 감독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영화 장르, 속성이 무엇인가를 알려준 길잡이가 됐다.
 
▲ ‘살다’(감독 구로자와 아끼라, 1952), 체리향기(감독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1997), 샤트야지트 레이 감독의 아푸 3부작(1955) 같은 영화들이 장 감독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영화 장르, 속성이 무엇인가를 알려준 길잡이가 됐다.(뉴스컬처)     © 사진=윤현지 기자

장훈 감독은 자신이 흔히 말하는 씨네필 출신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강원도 정선 출신인 장훈 감독이 영화에 빠져들게 된 계기는 어느 날 우연히 맞닥뜨린 현실 같지 않은 현실이었다.
 
“밤이었어요. 시골이라 가로등도 없고, 바로 앞에 어머니도 안 보일 정도로 어두운 논을 막 가로질러 걸어가고 있었죠. 아버지 친구 분의 손전등 불빛만 보고 따라가서 그 집에서 하루 자는데, 텔레비전에서 토요명화를 하더라고요. ‘블레이드 러너’(감독 리들리 스콧, 1982)였어요. 그 밤길도 이상했고 현실적이지 않을 정도로 어두웠던 그 시골집에 미래의 모습이 나온다는 게 지금 내 현실과 무슨 상관이고 저런 영화를 왜 만드는지, 왜 사람들이 보는지도 모르겠더라고요. 그날 사건은 제 안에 지금까지 묘한 이미지로 깊게 남아있어요.”
 
근황과 더불어 장훈 감독이 영화에 빠져들기까지 대략의 인생사를 듣고 보니 영화를 대하는 그의 태도가 조금은 이해가 될 것도 같다. 본격적으로 ‘택시운전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시선이 많이 바뀌긴 했지만 직시하기에는 여전히 아픈 사건, 5·18광주민주화운동. 장훈 감독은 이번 영화 ‘택시운전사’를, 같은 사건을 바라본 이전 영화인 ‘화려한 휴가’(감독 김지훈, 2007), ‘26년’(감독 조근현, 2012)과 어떤 차별점을 갖게 하면서도 일관된 톤을 유지하려 했을까?
 
“‘택시운전사’는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가 맞지만 역사적인 사건에만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그 시대를 살았던 인물들에 더 다가갔어요. 인물들이 가졌던 도리, 따뜻함에 대한 모습들이랄까요? 독일 외신기자와 서울 택시기사의 평범한 시선이나 평범한 소시민이 시대의 위험한 상황에서도 자기 일을 완수해낸 이야기를 그려보자는 게 기준이었고요.”
 
▲ ‘택시운전사’는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가 맞지만 역사적인 사건에만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그 시대를 살았던 인물들에 더 다가갔다.(뉴스컬처)     © 사진=CJE&M

영화 ‘택시운전사’는 신문 단신기사에서 시작됐다. 1980년 광주의 실상을 전 세계에 알린 푸른 눈의 목격자, 위르겐 힌츠페터 기자가 지난 2003년 송건호 언론상을 수상하며 남긴 소감 “택시기사 김사복과 광주시민들에게 감사한다”는 기사가 그것. 연출을 맡게 된 장훈 감독은 독일로 날아가 위르겐 힌츠페터 기자를 직접 만나 인터뷰 하면서 거듭 충격을 받았다.
 
“왜 기자가 되셨는지 여쭤봤더니 ‘돈 벌어서 먹고 살려고 기자 한 거지’ 하시더라고요. 제가 기대했던 의미가 있거나 특별한 대답이 아니었어요. 그래서 다른 한국기자들은 광주에 안 갔는데 왜 가셨냐고 여쭤봤더니 ‘기자니까 당연히 가야지’라고 하시고요. 너무 상식적인 이야기라 뭔가 특별한 거를 찾으려 했던 제 자신이 확 깨졌어요.”
 
역사를 이렇게 바라봐야 한다는 선입관, 부담감과 강박이 오히려 역사를 왜곡할 수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그대로 바라보지 못했던 장훈 감독. “그 한 번의 만남으로 제 안의 많은 것이 깨졌어요.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이야기하는 게 정말 어려운 거란 걸 알게 됐고요. 현재 부담감의 갖고 무게를 짓누르는 것은 결과적으로 지금 바라보는 과거의 역사로서의 판단이고, 당시 사람들은 지금 우리와 같은 상태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들이었을 텐데요. 과거의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라 만섭(송강호 분)이 당시 광주 시민들이 겪었던 현재로 들어가서 관객들이 같이 현장에 있는 느낌을 받게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위르겐 힌츠페터 씨와의 만남은 안타깝게도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촬영 도중 세상을 떠난 위르겐 힌츠페터 씨를 장훈 감독이 두 번째로 만난 곳은 장례식장. 그래서일까. 장훈 감독은 더욱 큰 부채감을 갖고 작업에 몰두해야만 했다고. 그때 장 감독에게 힘이 되어 준 이는 다름 아닌 배우 송강호였다. “존재 자체가 신기한 배우에요. 눈앞에 존재하는 건 알겠는데 저 연기를 어떻게 하는지 정말 모르겠더라고요. 예술가적인 깊이와 넓이는 정말 놀랍고 신기할 따름이에요. 동시대에 영화 작업을 함께 할 수 있다니 저로서는 너무 큰 영광이죠.”
 
▲ 장훈 감독은 “송강호는 존재 자체가 신기한 배우에요. 눈앞에 존재하는 건 알겠는데 저 연기를 어떻게 하는지 정말 모르겠더라고요. 예술가적인 깊이와 넓이는 정말 놀랍고 신기할 따름이에요. 동시대에 영화 작업을 함께 할 수 있다니 저로서는 너무 큰 영광이죠.”라고 말한다.(뉴스컬처)     © 사진=CJE&M

장훈 감독의 영화를 돌이켜보면 대부분 2인 구조로 이뤄져 있다. 인생의 쓴맛을 다 알아버린 달관자와 그를 통해 각성하는 주인공의 구도라고 할까. ‘영화는 영화다’에서는 소지섭과 강지환이, ‘고지전’에서는 고수와 신하균이 그랬다. 이번 ‘택시운전사’에서는 그 구조에서 탈피한 느낌이다. 물론 피터(위르겐 힌츠페터 분)라는 선진국의 기자 직업을 가진 외부자가 있긴 하지만, 병원 바닥에 주저앉아 우는 그를 보면 그 역시 한낱 인간에 불과한 느낌이 든다. 오히려 만섭이 시대를 마주하고 각성하는 느낌이랄까. 마치 프로타고니스트와 안타고니스트의 대결 같은 구조를 벗어나 송강호가 연기한 만섭이라는 한 인물에 오롯이 집중하게 된 이유를 장 감독은 이렇게 설명했다.
 
“광주가 고립되어 있던 것처럼 한국도 고립되어 있었어요. 해외여행자유화가 되지 않았던 시절이고요. 두 남자의 로드무비라는 점에서 피터와 만섭의 관계에서 오는 호흡도 흥미롭지만 사실 만섭의 변화에서 만섭과 광주의 관계가 더 크다고 봤어요. 만섭은 그 시기 광주에 있지 않았던 내국인을 대변하는 인물이고, 간접적으로 알게 된 우리의 시선이기도 하니까요.”(관련기사: [NC 영화리뷰] ‘택시운전사’ 송강호의 ‘운수 좋은 날’)
 
관객들을 1980년 그날의 광주로 이끌고 들어가는 건 오롯이 배우 송강호의 힘이지만, 자칫 헐거워지거나 감정과잉상태로 빠질 수 있는 플롯 사이의 간극을 메운 건 작은 배역을 마다하지 않은 배우들의 공이 크다. 그중에서도 유해진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배우다.
 
배우 유해진을 생각하면 찰진 애드립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택시운전사’에서 유해진은 대본에 충실했을까? 장훈 감독이 결코 그렇지 않았다고 말한다. “재식이(류준열 분)에게 상철이 닮았다고 하는 거 유해진 배우의 애드립이었어요. 황 기사(유해진 분)가 재식이의 죽음으로 감정을 받기 위해서 그 정도의 관계란 걸 설정한 거죠. 또 만섭을 이끌고 재식이와 집으로 돌아갈 때 ‘말바우 쪽 사는구먼’하는 것도 애드립이에요. 그 한 마디를 함으로써 어둑해지기까지 걸어오며 황 기사가 재식이와 많은 대화를 나눈 셈이 되는 거죠.” 극 흐름을 거스르지 않고 디테일을 살린 애드립으로 영화 속 인물들 간의 유대감은 더욱 끈끈해졌다.
 
인터뷰를 마치며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없느냐 물었더니 한참을 고민하던 장훈 감독이 입을 연다. “영화가 로드무비처럼 이동을 많이 하다 보니 만나는 사람들 씬 수도 적고 찍기에 시간도 많이 모자랐어요. 그럼에도 작품에 공감하고 배우로 가진 역할의 크기보다 작은 역할을 해준 배우들, 유해진, 류준열, 정진영, 박혁권 같은 분들…. 적은 배역임에도 불구하고 광주 시민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역할을 해주셨기 때문에 영화가 더 풍부해지고 여운이 길게 남았다고 봅니다.”
 
영화 속 조연 배우들의 연기는 그날 광주의 이름 모를 수많은 시민들과 겹쳐진다. 1980년 5월의 광주가 2017년 8월 ‘택시운전사’ 스크린에서 되살아난 셈이다. 그렇게 ‘택시운전사’는 역사의 위험한 시대를 마주한 한 평범한 사람이 시민으로 태어나는 과정을 강요하지 않고 설득력 있게 보여주고 있다. 시민의 탄생. 이제 당신 차례다.
 
 
▲ 장훈 감독은 위르겐 힌츠페터 기자에게 “왜 기자가 되셨는지 여쭤봤더니 ‘돈 벌어서 먹고 살려고 기자 한 거지’ 하시더라고요. 제가 기대했던 의미가 있거나 특별한 대답이 아니었어요. 그래서 다른 한국기자들은 광주에 안 갔는데 왜 가셨냐고 여쭤봤더니 ‘기자니까 당연히 가야지’라고 하시고요. 너무 상식적인 이야기라 뭔가 특별한 거를 찾으려 했던 제 자신이 확 깨졌어요.”라고 말했다.(뉴스컬처)     © 사진=윤현지 기자

About 장훈 감독

 
1975년 강원도 정선에서 태어났다. 서울대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했으며 2008년 ‘영화는 영화다’로 데뷔했다. 이어 2010년에는 ‘의형제’를, 2011년에는 ‘고지전’을 연출했다. 제31회 청룡영화상 최우수 작품상, 제48회 대종상영화제 최우수 작품상, 제31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감독상 등을 수상했으며 제9회 미쟝센단편영화제 액션, 스릴러부문 심사위원을 역임했다.
 
 
(뉴스컬처=윤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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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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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02 [00:20] ⓒ 뉴스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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