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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샌드백’ 김지훈 “만도의 분노 이해하지만, 행동까지 정당화할 수 있을까요?”
한때 복싱 선수였지만 악덕 사채업자로 변한 ‘계만도’ 역 맡아
 
허다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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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샌드백(연출 김재한)'의 배우 김지훈을 서울 대학로 드림아트센터에서 만났다.(뉴스컬처) ©이지은 기자     ©이지은 기자
 
태어날 때부터 천사와 악마가 정해지지는 않는다. 환경에 따라 다른 사람보다 조금 더 선한 마음, 조금 더 악한 마음이 내면에 형성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가족과 같았던 친구의 배신으로 꿈을 저버리게 된 남자의 복수는 이해할 수 있는 악행일까. 결과를 보자면 악마가 틀림없지만 괜한 씁쓸함을 느끼게 하는 것은 이를 연기하는 배우 김지훈의 고민의 결과물일 것이다. 연극 ‘샌드백(연출 김재한)’에서 ‘계만도’를 연기하며 이미지 변신을 시도한 그를 만나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는 영화스러운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알고 보니 단편영화로 준비하던 작품이었죠. 수정을 거치기 전의 대본에는 지금 무대에서 표현하는 것보다 훨씬 거친 대사가 많았고 캐릭터들도 강렬했습니다. 영상으로 만나도 강한 느낌을 받게 될 장면들은 무대에 올릴 수 있도록 수정하는 과정에서 많이 순화됐어요. 처음과 비교했을 때 큰 틀은 변하지 않았지만 세부적인 부분은 많이 바뀌었습니다.”
 
‘샌드백’은 스포츠와 누아르를 결합한 극이다. 젊은 제작자들이 뭉쳐 올해 문을 연 내유외강컴퍼니의 첫 제작 작품으로 김재한 연출이 지휘봉을 잡았다. 극은 땀 냄새가 짙게 밴 복싱체육관을 배경으로 남자들의 우정, 경쟁, 오해 그리고 형제간의 삐뚤어진 우애를 담아낸다. 김지훈은 “내용을 다듬어가는 작업에서는 어려움을 크게 느끼지 않았는데, 스포츠를 결합한 작품이라 운동을 같이 해야 하는 점이 힘들었다. 짜이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짜인 액션을 몸에 익히는 일이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사실 왜소한 체형이라 복싱이 안 어울릴 것 같았는데, 어느 순간 근육도 생겼다. 체육관에서는 대부분이 보통 1시간에서 1시간 반 정도만 운동을 하다 가시는데, 저희는 속성으로 배워야 해서 2시간 이상씩 운동을 했다”며 “이어지는 연습 과정에서도 운동을 해야 했기 때문에 거기서 오는 피로도가 컸다”고 덧붙였다.
 
▲ 김지훈은 “처음 만도를 났을 때 연상되는 캐릭터들이 있었다. 어떤 모습에서는 영화 ‘비트’의 환규가 생각났고 어떤 모습에서는 영화 추격자의 지영민이 연상됐다. 여러 캐릭터가 섞여 있는 느낌이 들어서 그런 것들을 걷어내는 것에 많이 신경을 썼다. 만도만의 느낌을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밝혔다.(뉴스컬처)     ©이슬기 기자
 
김지훈이 연기하는 계만도는 악역이다. 극에서 벌어지는 충격적인 사건을 계획한 후 형제인 호철과 준수에게 덫을 놓고 몰아간다. 그는 “만도는 어느 영화나 연극에서도 흔하게 볼 수 없었던 악 자체인 캐릭터”라며 “강렬한 인상을 전하지만 인물에 대한 호감도도 일정 부분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같은 역할을 맡은 (최)호중이 형과 계속 상의를 하며 지금의 모습을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만도에게 따뜻한 색을 입히고 호감적인 부분을 채워 넣었지만 그가 선택하는 행동들은 상당히 극단적이에요. 그래서 만도의 행동을 관객들에게 이해를 시켜야 하는 것인가를 계속 고민했습니다. 나쁘게 변화된 것을 강조할지, 배신을 당하고 변할 수밖에 없었던 것에 연민을 느끼게 해야 할지 결정하기 어려웠어요. 제가 봐도 그의 행동은 정당화시킬 수 없는 부분이 있었거든요. 이해될 수 없는 캐릭터라면 악랄한 이미지를 더 부각해야겠다 생각했죠. 그런데 어떨 때는 만도가 안타깝기도 하면서 공연을 할 때마다 마음이 왔다 갔다 합니다.”
 
▲ 김지훈은 “무대에서의 유쾌한 장면들은 기본적으로는 정해져 있고 그날의 상황에 따라 추가되기도 한다. 기본 틀은 다 같이 만들었다. 그중 만도가 준수에게 엄지손가락만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장면은 연습실에서 장난을 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했다.(뉴스컬처)     ©이슬기 기자
 
그의 마음이 복잡한 이유는 만도가 느꼈을 배신감을 상상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김지훈은 “사실 눈앞에 보이는 모습 외에 만도의 숨겨져 있는 사연에 대한 단서가 많지 않았다. 거의 고아 수준의 가정환경에서 자라난 인물이지 않을까 추측했고, 그래서 만도에게 호철, 준수는 가족과 같은 존재였다”며 “더구나 아버지인 체육관 관장까지 자신을 예뻐해주니 체육관이 집의 느낌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그래서 배신을 당했을 때 더 크게 분노했고 그 감정이 극단적인 행동으로까지 이어지지 않았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극에서 만도는 챔피언을 꿈꾸는 청춘의 모습으로 웃음을 주다가 배신을 당하고 복수를 계획하기까지 다양한 감정을 표출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극과 극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힘들지는 않았을까.
 
김지훈은 “연극 대부분은 감정의 흐름이 시간의 흐름과 비슷하게 흘러가기 때문에 상황에 집중하면 자연스럽게 감정이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샌드백’은 시간이 섞여 있어서 잠깐이라도 놓치면 원하면 수준만큼의 감정이 나오지 않아 힘들었다”며 “시작이 잘 되면 그 후로는 잘 따라갈 수 있기 때문에 사고가 난 후 호철을 만나러 오는 첫 장면의 감정을 특히 신경 쓰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 김지훈은 “호감적인 느낌으로 본다면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에서 준수와 이야기를 나누고 연애코치를 해주는 장면들을 좋아한다. 반면 캐릭터 적인 면에서는 극의 후반부에 준수를 만나서 돈을 어떻게 갚을 것이며 그렇게 당하지 말라는 충고를 해주는 장면이 인상 깊다. 만도의 복잡한 마음들이 섞여 나오는 부분인 것 같아 매력적인 장면이라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뉴스컬처)     ©이지은 기자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무대에 오른 지 벌써 10년이 넘은 김지훈. 최근의 그는 새로운 재미를 알아가는 중이다. 김지훈은 “한 단계 더 몰입하는 방법을 느끼기 시작했다. 주변 상황이나 남의 시선에 자유로워질 때 몰입감이 더 커지지만 그 상태를 만들기는 쉽지 않다”며 “지난해 ‘판’을 할 때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가사에 집중하고 내용에 집중하면서 연기를 했다. 걱정과 달리 좋은 얘기를 많이 들었고, 이게 맞는가 보다 생각했다. 그렇게 계속 노력하니 새로운 것들이 느껴졌고 그 후로 상황에 더 몰입하며 연기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캐릭터 욕심이 많아서 그동안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했는데, 하나의 이미지가 아닌 여러 모습을 보여준 것 같아 다행이라 생각해요. 앞으로는 좀 더 실제 같은 연기를 하고 싶습니다. 짜여진 연기지만 관객들이 보시기에는 진짜 상황인 것처럼 느껴지도록 노력할 거예요. 다른 공연의 선배님들이 연기하시는 것을 보면 대사의 의미를 정확하게 잡아서 잘 표현하세요. 대사를 많이 분석하면서 그 부분을 찾아내시는 것이죠. 저 역시 그런 노력을 기본으로 두고 대사가 가진 정확한 의미를 찾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끝으로 그는 ‘샌드백’을 관람할 때 인물들의 심리 싸움에 주목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저희 작품은 세 인물이 이야기를 끌어간다. 그 과정에서 서로 거짓말을 하면서 심리 싸움이 벌어지는 부분도 많다”며 “호철, 준수, 만도의 과거를 보여주는 장면은 편하고 즐겁게 보실 수 있을 테지만 그 앞뒤에 있는 만도와 호철의 장면에서는 새로운 느낌을 받으실 것이다. 그때 두 인물의 미묘한 표정 변화 등을 잘 캐치하면 새로운 내용이 보인다. 그런 부분들을 눈여겨 봐주셨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프로필]
이름: 김지훈
직업: 배우
출연작: 연극 ‘완득이’ ‘수상한 흥신소’ ‘두 병사 이야기’ ‘두근두근 내 인생’ ‘그날밤 너랑나’ ‘장수상회’ ‘운빨로맨스’ ‘샌드백’, 뮤지컬 ‘비애로’ ‘샤우팅’ ‘루나틱’ ‘온에어’ ‘빨래’ ‘판타스틱스’ ‘오! 당신이 잠든 사이’ ‘전국노래자랑’ ‘김종욱 찾기’ ‘트루시니스’ ‘심야식당’ ‘소행성B612’ ‘바람직한 청소년’ ‘판’ 외
 
(뉴스컬처=허다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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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다민 기자
뉴스컬처/공연문화팀
heo@newsculture.tv
 
2017/08/10 [10:11] ⓒ 뉴스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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