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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타지마할의 근위병’ 라지프 조셉 “비현실적인 일 가능케 하는 연극의 마법”
두 친구가 겪은 끔찍한 사건을 통해 ‘아름다움’을 묻다
 
양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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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타지마할의 근위병(연출 이종석)'의 작가 라지프 조셉을 서울 장충동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뉴스컬처)     ©이지은 기자
 
인도의 아름다운 궁전 타지마할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잔혹하지만 아름다운 이야기. 지난 1일 한국 초연의 막을 올린 연극 ‘타지마할의 근위병(연출 이종석)’은 오랜 친구 사이이자 황실 근위병인 휴마윤과 바불이 겪은 끔직한 사건을 통해 ‘아름다움’의 가치에 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두 사람이 겪은 일은 타지마할 건축에 참여한 인부 2만 명의 손 4만 개를 자르는 것인데, 이를 실감나게 표현하기 위해 매 회차 공연에 무려 200L의 ‘피’가 사용된다.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극에서 많은 양의 피가 사용됩니다. 대본을 쓰면서 이를 염두에 뒀나요?
 
▶물론 작가로서 대본을 쓰면서 극 속의 시각적 표현이 무대에서 어떻게 구현될지에 대해 언제나 상상합니다. 물론 모든 상상이 실현될 수 없지만, 대본 안에 행동이나 상황을 매우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편입니다. 많은 관객들이 2장 지하 고문실 바닥에 가짜 피가 깔린 장면을 보고 충격을 받으시는데, 쓸 때부터 2장을 시작할 때 피가 가득찬 방에 휴마윤과 바불이 있고, 이를 연기하는 배우들이 피를 청소하고 있다고 명확히 써두었습니다. 물론 뉴욕에서 했던 아마추어 공연에서는 빨간 색종이 조각으로 표현하기도 했지만, 이번 서울 공연에서는 뉴욕 본 공연 때 참여했던 기술자들이 참여해 시각적으로 실감나게 피를 연출했습니다.
 
-잔혹한 장면들과 상반되게 두 사람이 나누는 몇 대화는 동화 같기도 한데?
 
▶휴마윤과 바불이 비행기나 운송용 구멍에 대해 상상하고, 정글 속에 만든 초소 등을떠올리는 장면은 동화처럼 볼 수 있어요. 비행기가 발명되기 수백 년 전 바불이 벌써 비행기에 대해 상상하는 것 자체가 이미 비현실적인 장면이거든요. 하지만 저는 피로 가득한 방이나 하룻밤에 2만 명의 손을 자르고 인두로 지지는 것 역시 매우 ‘비현실적’인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두 사람이 4만 개의 손을 자르는데 걸리는 시간을 물리적으로 계산해 봤는데, 아무리 빨라도 6개월이 걸리더라고요. 이런 불가능한 일을 하룻밤에 압축했기 때문에 사실은 굉장히 비현실적인 일이 벌어진 것이고, 어쩌면 무대에서만 가능한 ‘연극의 마법’인 거죠.
 
▲ 연극 ‘타지마할의 근위병(연출 이종석)’ 공연장면 중 바불(오른쪽 이상이 분)이 휴마윤(왼쪽 최재림 분)에게 자신의 이상을 얘기 하고 있다.(뉴스컬처)     ©윤현지 기자
 
-깐깐한 원칙주의자 ‘휴마윤’이 유독 새를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작가로서 생각했을 때 ‘타지마할의 근위병’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여주고 싶은 건 휴마윤과 바불, 두 친구의 우정이에요. 둘은 근위병이기 이전에 서로를 ‘바이(형제)’라고 부를 만큼 각별하고, 평생을 함께하고 싶은 친구 사이죠. 하지만 휴마윤의 아버지는 권력을 쥔 황실 근위대장이고, 그 힘을 아들에게까지 휘두르죠. 휴마윤이 바불을 좋아하는 이유는 아마 자신의 아버지와 정 반대의 성향이기 때문일 거예요. 몽상가이고 시적이고 놀라운 상상력으로 각종 발명품을 생각해 이야기해주죠. 휴마윤 역시 그런 면모가 내면에 있기 때문에 바불을 좋아하는 것이고, 감춰진 그의 감수성을 보여주는 존재가 바로 ‘새’라고 생각했어요.
 
휴마윤의 대사 중 ‘살면서 가장 잘 만들었던 것 중 하나가 나무를 깎아서 새랑 똑같이 만든 모형이었는데, 아버지가 싫어해서 더 이상 만들지 않는다’라는 부분이 있어요. 휴마윤 역시 매우 감수성이 깊고 예술적 면모가 있기 때문에 바불과 일종의 ‘연결점’이 만들어지는 것이죠. 하지만 자신 안에 있는 감수성을 다루는 태도는 두 사람이 매우 다른데, 휴마윤은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자신의 모습을 거부하죠. 그것 때문에 결국에는 비극을 맞이하는 것이고요.
 
▲ 연극 ‘타지마할의 근위병(연출 이종석)’ 공연장면 중 휴마윤(조성윤 분)이 친구의 손을 잘라야 하는 아버지의 명령을 받고 두려워 하고 있다.(뉴스컬처)     ©윤현지 기자
 
-10년 후 휴마윤이 여전히 보초를 서고 있는 결말의 의미는?

▶ 휴마윤은 2만 명의 손을 자른 일을 금세 머릿속에 지워버리고 자신의 임무에 집중하지만, 뜻하지 않게 바불의 손까지 잘라야 하는 상황에 놓이죠. 모르는 사람의 손 수 만개를 자르는 건 극복하지만, 가장 친한 친구의 두 손까지 자르면서 휴마윤 역시 영영 회복하지 못하는 상태가 돼요. 마지막 장면은 휴마윤이 바불에게 한 짓으로 인해 매일 밤 고통받고 있는 모습이에요. 바불이 죽었는지 살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둘은 어릴 때 함께 만들었던 정글 속 뗏목에 대해 이야기하죠. 바불은 황제도 아버지도 아무런 규율도 없는 세계로 도망쳐 살자고 제안하지만 휴마윤은 이를 거절하는데, 이것이 평생 그를 후회하게 만드는 잃어버린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관객에게 하고 싶은 말, 한국에 소개하고 싶은 또 다른 작품은?
 
▶물론 제 작품 중 어느 것이나 한국 관객에게 소개됐으면 합니다. 제 작품이 전 세계 다양한 관객을 만난다는 건 언제나 기쁜 일이니까요. 새로운 작품이 소개되면 한국에 또 올 수 있으테니 더 좋겠네요.(웃음) 최근 공연했거나 준비하고 있는 작품은 제1차 세계대전을 발발시킨 사라예보 사건을 바탕으로 한 ‘아치듀크’나 러시아와 폴란드를 배경으로 90년이란 긴 시간에 걸친 이야기를 다루는 ‘디스크라이브 더 나이트’ 등이 있어요.
 
한국 관객들께 하고 싶은 말은 제 작품이 새로운 생각을 불러일으키고, 각자 자신과 연관성을 찾을 수 있는 즐거운 공연이 되길 바란다는 겁니다. 저를 비롯해 무대를 준비하는 모든 스태프, 배우들이 관객 앞에 ‘스펙터클’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 극장에서 확인해주세요. 
 
[인터뷰①] ‘타지마할의 근위병’ 라지프 조셉 “부당한 명령에 복종하느냐 저항하느냐”
 
 
[공연정보]
공연명: 연극 ‘타지마할의 근위병’
극작: 라지프 조셉
연출: 이종석
공연기간: 2017년 8월 1일 ~ 10월 15일
공연장소: 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
출연진: 김종구, 조성윤, 최재림, 이상이
관람료: R석 6만원, S석 5만원

(뉴스컬처=양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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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희 기자
뉴스컬처/공연문화팀장
yang@newsculture.tv
 
2017/08/11 [10:12] ⓒ 뉴스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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