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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아리랑’ 이승희 “소리꾼 아닌 조선의 여인으로 보였으면 해요”
일제강점기 갖은 역경 속에 더 단단하게 성장하는 ‘차옥비’ 역 맡아
 
허다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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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아리랑(연출 고선웅)'의 배우 이승희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만났다.(뉴스컬처)     ©이지은 기자
 
광활한 무대와 객석에 울려 퍼지는 판소리 자락으로 초반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그 매력에 사로잡힌 일본 감찰국장의 관심에 자신은 소리꾼이라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릴 만큼 대쪽같은 성품을 지녔지만 주변 사람을 위해서는 어떤 희생도 마다하지 않았다. 뮤지컬 ‘아리랑(연출 고선웅)’의 차옥비다. 이를 연기하는 인물은 출중한 실력의 미녀 소리꾼 이승희. 뮤지컬 작품이 처음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옥비로 완벽히 분한 그를 만나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제가 판소리를 안 했으면 ‘아리랑’ 공연에 함께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연습할 때는 마냥 좋았는데, 막상 무대에 서보니 느낌도 다르고 내가 소리를 하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싶었어요. 소리꾼이 무대에 설 수 있는 작품이 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도 컸거든요. 처음 오디션 제의를 받고서는 넘버가 많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고, 판소리에는 연출이 없기 때문에 연출님이라는 단어도 무섭게 느껴졌지만 자료를 받아보고는 바로 오디션을 봐야겠다 결심했죠. 소리꾼 역할이지만 너무 소리꾼처럼 보이지도 않고 옥비라는 캐릭터 자체도 너무 매력 있었어요.”
 
‘아리랑’은 1000만 독자에게 사랑받은 작가 조정래의 동명 대하소설을 지난해 뮤지컬화한 작품이다. 일제강점기, 파란의 시대 민초들의 삶과 사랑, 투쟁의 역사를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 풀어냈다. 극에서는 아픈 역사를 살아내는 선조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려낸다.
 
이에 대해 이승희는 “판소리 공연에서는 대부분이 내 목소리를 있는 힘껏 다 뽑아내야 하는데 ‘아리랑’에서는 애이불비(哀而不悲)를 표현하기 위해 감정을 많이 숨긴다. 덤덤하게 표현하기가 힘들었지만 판소리가 이렇게도 가능할 수 있구나 하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 이승희는 “이전까지는 소규모인 다섯 여섯 명이 같이 작업을 했는데 처음 연습실에서 너무 많은 인원에 너무 놀랐다. ‘이 많은 사람이 무대에 한 번에 선다고?’ 하면서 놀랐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많은 인원이 하나의 그림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위치나 동선이 중요한데 잘 기억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다. 다행히 혼자 무대에 서는 경우가 많지 않아서 주위 분들을 둘러보면서 자리를 잘 익혔다”고 설명했다.(뉴스컬처)     ©뉴스컬처DB
 
이승희는 작품에서 갖은 역경을 겪으며 더욱 단단해지는 모습을 선보이는 조선의 여인 ‘차옥비’를 연기한다. 15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아버지와 어머니를 잃었고, 남은 가족과 친구를 위해 희생을 하면서 점점 성장해가는 인물이다. 이승희는 옥비를 ‘또래보다 어른스러운 아이’라고 표현했다. 시련이 빨리 오면 그만큼 성숙해지고 내면이 가라앉는데 옥비도 그런 이유에서 또래보다 어른스러움이 느껴지는 여자로 자란 것 같다는 생각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성숙해지고 단단해지는 옥비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흐름만 잘 따라가면 잘 표현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초반의 옥비는 많이 웃기도 하고 무서울 때는 숨기도 하는데, 뒤로 갈수록 올곧게 서 있는 모습을 하고 있어요. 나이가 들었다고 외형이 많이 달라지지는 않기 때문에 소리를 다르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관객분들이 들으실 때 얼마만큼의 차이가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1막에서 처음 노래를 할 때는 성숙하게 들리지 않는 소리로 노래를 하고 ‘사철가’를 부를 때는 나이 있는 여자의 소리를 내며 차이를 두고 있어요.”
 
너무 아픈 세월을 보낸 옥비. 어린 나이부터 고난을 겪어온 그녀는 어떤 생각을 하면서 견딜 수 있었을까. 이승희는 “그 시대의 사람들의 힘이 뭘까 생각했을 때 나 하나 죽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모두가 뭉쳐서 힘이 모이는 것이 더 값진 것이라 여겼을 것”이라며 “우리가 가야 할 광복이라는 희망이 있고, 모두가 그를 위해 나아가는데 나라도 보태서 함께 이겨내야 한다는 마음이 아니었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 이승희는 “판소리 공연에서 아리랑을 부를 때와 이번 작품에서 아리랑을 부를 때의 느낌이 다르다. 훨씬 신나게 불러야겠다고 생각하지만 너무 슬프다. 이전까지는 ‘진도 아리랑’을 부를 때 선조들이 슬픈 상황에서도 기쁘게 얘기하면서 떨쳐내고 싶으셨나보다고 머리로만 생각했다면 지금은 그 노래를 부르셨을 선조들의 마음이 몸으로도 와닿는 기분”이라고 이야기했다.(뉴스컬처)     ©윤현지 기자
 
그 중 옥비는 특히 모든 고난을 홀로 이겨내는 인물이었다. “그게 옥비의 성격이기도 하지만 소리를 하는 사람이기에 그랬을 것도 같아요. 소리는 진짜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 꼭 필요하고 혼자만의 시간도 필요한 일이거든요. 소리를 하면서 어릴 적부터 또래보다 혼자였던 시간을 많이 보냈을 것이고 자연스럽게 고통을 홀로 삼키는 성격이 형성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또한 당시에는 일본인의 첩으로 갔다 왔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에 마음으로 더 숨어 있었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또한 이승희는 시간이 더 흘러도 옥비는 수익의 연인이 되기보다 묵묵히 옆자리를 지키며 살았을 것 같다고 한다. 그는 “‘내가 감히’라는 생각을 가지고 감정을 표현조차 하지 않고 혼자서 끝까지 살지 않았을까”라며 “더 이상 무서울 것도 지켜야 할 것도 없기에 수익의 독립운동을 도우면서 힘이 돼주는 정도의 관계를 유지했을 것이다. 표현하지 않아도 서로를 힘 나게 하는 좋은 관계, 생이 다할 때까지 그런 느낌이었을거라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이토록 다양한 고민을 거듭하며 옥비의 모습을 갖춰온 것은 그의 본업은 소리꾼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승희는 “11살부터 소리를 시작했다. 새로운 창법과 멜로디에 호기심이 생겨서 훅 들어갔다가 못 빠져나왔다. 시간이 흐르면 지루해져야 하는데 안 되던 게 되고 안 올라갔던 음이 올라가지고 하는 것에 재미가 있었다”며 웃음을 보였다.
 
▲ 이승희는 “저를 필요로하는 무대는 어디든 서보고 싶다 다양한 선생님들과 작업을 해왔고 무용, 음악, 연극 관련 장르에서의 경험도 있다. 뮤지컬도 그래서 도전했다. ‘아리랑’ 이후에는 소리꾼의 면모를 자주 보여주게 될 것 같다. 완창 판소리 프로젝트를 준비 중인데, 관객분들이 힘들어하지 않고 판소리 완창을 보실 수 있도록 공연 시간도 줄이고 음악도 많이 넣어서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뉴스컬처)     ©이지은 기자
 
어린 시절부터 여러 판소리 공연을 경험했지만 뮤지컬 무대는 이번이 처음. 이승희는 옥비의 삶과 감정을 잘 표현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하며 작품을 준비했다. 그는 “소리꾼이 가서 소리하는 것이 뭐가 어려운 것이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소리꾼 이전에 그 시절을 살아낸 한 인물로서의 옥비로 보였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컸다. 그 부분을 잘 해내는 것이 이번 공연을 하는 동안의 저의 목표”라고 밝혔다.
 
‘아리랑’은 다른 뮤지컬과는 또 다른 장르인 것 같아요. 앙상블과 주, 조연의 케미도 그렇고 41명이 하나가 돼야 이루어지는 공연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모습은 처음 봤어요. 누구 하나 빠지거나 처지는 것 없이 하나하나 무대에서 모두 살아있죠. 이런 공연을 또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그간 공연에 관심이 없던 분들이나 편견이 있던 분들도 와서 보시면 되게 좋은 작품이 될 것이라 생각해요. 모두가 ‘아리랑’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만들었고, 그 마음이 느껴지는 작품이에요. 그 힘으로 앞으로도 쭉쭉 나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프로필]
이름: 이승희
직업: 국악인, 배우
수상: 제18회 목포전국국악경연대회 판소리 일반부 대상(2006)
출연작: 국악 ‘사천가’ ‘비빙콘서트’ ‘판소리단편선 주요섭-추물, 살인’ ‘이종공간’, 뮤지컬 ‘아리랑’ 외
 
(뉴스컬처=허다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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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다민 기자
뉴스컬처/공연문화팀
heo@newsculture.tv
 
2017/08/22 [09:40] ⓒ 뉴스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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