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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에서 더 당차고 멋진 ‘언니들’…관객들 마음속에 ‘저장’
뮤지컬 ‘레베카’ ‘사의 찬미’ ‘서편제’ ‘헤드윅’으로 보는 ‘걸크러시’
 
양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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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닮고 싶은 외모와 뛰어난 패션 감각, 재치 있는 센스와 흘러넘치는 지성 등으로 ‘걸크러시(Girl Crush)’ 를 일으키는 뮤지컬 속 다양한 캐릭터가 주목받고 있다.(뉴스컬처)     

여성이 다른 여성을 선망하거나 동경하는 마음을 뜻하는 ‘걸크러시(Girl Crush)’ 현상은 최근 문화계를 설명할 수 있는 하나의 키워드다. 닮고 싶은 외모와 뛰어난 패션 감각, 재치 있는 센스와 흘러넘치는 지성 등이 여자들도 반하게 하는 멋짐 포인트가 아닐까.
 
남성 캐릭터가 주를 이루는 공연계에서 여성 캐릭터는 순종적이거나 혹은 섹시한 이미지로만 소비되어 왔다. 그러나 여성들도 당차고 멋질 수 있다는 사회 흐름이 극 안에도 반영되면서 공연 속 여성 캐릭터의 특색도 날로 무궁무진해지고 있다. 현재 공연 중인 뮤지컬 속 ‘언니들’의 모습을 통해 남녀노소 누구나 반하게 만드는 매력을 살펴보자.
 
‘레베카’ 밖에 모르는 센 언니, 댄버스 부인
 
▲ 뮤지컬 ‘레베카(연출 로버트 요한슨)’ 공연 장면 중 댄버스 부인(왼쪽, 신영숙 분)이 레베카를 그리워하고 있다.(뉴스컬처)     ©이지은 기자
 
무대에 등장하기만 하면 극장의 공기는 차갑게, 관객의 숨통은 조여들게 만드는 ‘무서운 언니’다. 그의 정체는 뮤지컬 ‘레베카’에서 맨덜리 저택을 지키는 검은 집사 ‘댄버스 부인’이다. 새카만 드레스에 짙은 화장을 한 채 매섭게 노려보는 댄버스 부인의 시선은 똑바로 쳐다볼 수 없을 만큼 스산하고 음산한 느낌을 준다. 그녀가 평생을 헌신하며 보살핀 주인 ‘레베카’가 죽은 이후 댄버스는 크게 상심했고, 저택의 새 주인으로 찾아온 ‘나’를 못마땅하게 여긴다.
 
댄버스가 ‘나’를 옥죄는 방식은 시종일관 무표정한 얼굴로 경계심을 드러내기, 레베카가 얼마나 대단한 여인이었는지 말해주기, 오해를 살 만한 행동으로 ‘나’와 ‘막심’의 사이 갈라놓기 등 다양하다. 하지만 가장 두려운 방식은 발코니로 ‘나’를 밀어 넣고 무섭게 내리치는 파도를 반주삼아 주문처럼 ‘레베카’를 불러대는 것. 겉으로는 ‘센 언니’처럼 보이지만, 그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깊은 아픔이 느껴져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김선영, 신영숙, 옥주현 등 뮤지컬계 대표 걸크러시 배우들이 댄버스를 연기한다. 
 
“탐미적이고 순간적인 사랑”을 원하는 윤심덕
 
▲ 뮤지컬 ‘사의찬미(연출 성종완)’ 공연 장면 중 윤심덕(왼쪽, 곽선영 분)이 총을 겨누고 있다.(뉴스컬처)     ©사진=네오프로덕션
 
여인들이 기를 펴고 살기 더욱 힘들었던 조선시대, 최초의 소프라노 ‘윤심덕’은 모던하면서도 당당한 삶을 살았다. 1926년 8월 4일 실존 인물인 천재 극작가 ‘김우진’과 조선 최초의 소프라노 ‘윤심덕’이 현해탄에서 동반 투신한 사건을 재구성한 창작 뮤지컬 ‘사의 찬미’는 마니아층이 탄탄한 극으로 유명하다. 작품이 사랑받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특히 자유와 낭만을 노래하며 남자들의 마음을 쥐락펴락하는 윤심덕의 치명적인 매력을 빼놓을 수 없다.
 
윤심덕은 고루한 조선에 갇혀 살 수 없는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여인이자, 탐미적이고 순간적인 사랑의 기쁨을 아는 인물이다. 짙은 화장에 하이힐, 몸에 붙는 드레스를 입은 그녀의 모습은 조선이라는 시대 안에서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1~2차 팀으로 나누어 공연되고 있는 이번 시즌에는 안유진, 곽선영, 최유하, 최수진, 최연우 등 다섯 명의 배우들이 안심덕의 옷을 입고 각자 다른 방식으로 팜므파탈의 향기를 내뿜고 있다.
 
“그래 그것이 나의 소리”라 외치는 ‘송화’
 
▲ 뮤지컬 ’서편제’ 공연장면 중 눈이 먼 송화(왼쪽, 이자람 분)가 동생의 손을 잡고 있다.(뉴스컬처)     ©윤현지 기자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해내는 것만큼, 누군가를 금세 반하게 하는 모습이 또 있을까. 하나로 딴 정갈한 머리,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여인의 모습은 어쩐지 ‘걸크러시’라는 단어와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뮤지컬 ‘서편제’의 송화는 관객들의 마음을 동하게 하는데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 아버지에게 두 눈을 빼앗기는 시련을 겪고서도 예술가로서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그의 모습. 특히 마지막 ‘심청가’를 부르며 마음속 한을 폭발시키는 대목에서는 카타르시스마저 느껴진다.

“그저 살다 보면 살아진다”고 말하는 송화의 모습이 어쩐지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극이 진행될수록 조금씩 예술가로서 높은 경지에 이르고, 자신의 삶 전체를 끌어안아 ‘소리’로 토해내는 모습에서 적극적이고 당당한 태도로 운명을 개척하려는 인간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초연부터 송화 역을 맡으며 캐릭터 그 자체가 된 이자람, 차지연을 비롯해 소리꾼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선 이소연이 무대에 오른다.
 
세상에 단 하나 뿐인 언니 ‘헤드윅’
 
▲ 뮤지컬 ‘헤드윅(연출 손지은)’ 공연 장면 중 헤드윅(유연석 분)이 노래하고 있다.(뉴스컬처)     ©사진=쇼노트

“멋진 가발과 화려한 메이크업/ 세련된 패션 센스까지/ 잘난 척 예쁜 척 여자는 많지만/ 하든지 말든지/ 나는야 세상 단 하나/ 이 세상 누구보다 멋진 나.” 남자도 여자도 아닌 특별한 존재이지만, ‘언니’라고 부르기에 조금도 어색함이 없는 그 이름 ‘헤드윅’이다. 지난 2005년 국내 초연 이후 조승우, 조정석, 박건형, 송용진, 김다현, 송창의, 김동완, 변요한 등 인기 배우들이 타이틀 롤을 맡아왔다.

트랜스젠더 록 가수의 파란만장한 인생 여정을 그리는 만큼, 극 중 헤드윅은 특유의 짙은 메이크업과 섹시한 의상 등으로 여자보다 더 예쁜 비주얼을 자랑하며 관객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겉으로 보이는 아름다운 외모보다 헤드윅을 더 매력적으로 만드는 건 그가들려주는 진솔한 음악과 이야기들, 관객들과 함께 나누는 재치 있는 대화 덕분이다. ‘언니들’마다 관객과의 소통 방식이 천차만별이라 매번 다른 포인트에 심쿵당하는 것도 ‘헤드윅’만의 매력이다. 이번 시즌에는 오만석, 마이클리, 유연석, 정문성, 조형균이 멋진 가발을 쓰고 열연 중이다.

  
(뉴스컬처=양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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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희 기자
뉴스컬처/공연문화팀장
yang@newsculture.tv
 
2017/09/06 [12:30] ⓒ 뉴스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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