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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다섯 발의 총알로 사형수가 됐고 세상은 내 말에 관심이 없다…연극 ‘이방인’
알베르 카뮈의 동명 소설 원작으로 하는 극단 산울림의 신작
 
허다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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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이방인(연출 임수현)’ 공연장면 중 뫼르소(전박찬 분)가 체념하고 있다.(뉴스컬처)     ©이지은 기자
 
친구의 복수 계획에 동참했다. 편지를 대신 써주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부탁이라 생각했는데, 갈수록 일이 꼬인다. 더 큰 부탁도 거절하지 않았더니 어느새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까지 도달했다. 사형수 신세가 된 것이다. 연극 ‘이방인(연출 임수현)’이 평범하게 보이지만 어딘가 낯선 느낌의 남자가 사람들에게서 격리돼 고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전하며 관객에게 다양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방인’은 극단 산울림이 3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이자 프랑스 대표 작가인 알베르 카뮈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공연에서는 소설이 담고 있는 강렬한 이미지, 개성 있는 인물들과 극적인 사건들을 무대 위에 담아낸다.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하고 이방인으로 삶을 마감한 뫼르소를 통해 인간 소외와 부조리한 사회에 대한 무관심을 보여주며 그것이 ‘나’의 삶에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되돌아보게 한다.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에 양로원을 찾는 ‘뫼르소’의 모습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원장에게서 어머니의 양로원 생활을 전해 듣고 장례까지 치르고 왔지만 그의 표정에는 슬픔이 없다. 다음날에는 해변에서 여자친구 ‘마리’를 만나 코미디 영화도 보고 친구가 된 ‘레이몽’의 부탁도 거리낌 없이 들어줬다. 이웃이 개를 잃어버렸다는 소식에 같이 상심하기도 하며 평범한 일상을 즐기던 뫼르소는 레이몽, 마리와 함께 떠난 해변에서 살인을 저지르게 된다. 레이몽에게 원한이 있던 아랍인을 총으로 쏜 것이다.
 
작열하는 태양으로 인해 벌어진 우발적 사고였다. 그러나 검사와 변호사는 뫼르소의 말에 귀 기울여 주지 않는다. 어머니의 죽음을 슬퍼하지 않았다는 것을 계속 들먹이며 그를 일반 사람들과는 다르다고 평가해버렸다. 재판에서 검사는 뫼르소의 사형을 주장한다. 그의 공허한 마음이 사회를 혼란스럽게 할 것이기에 사회에서 격리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찬성하거나 혹은 반대하는 증인들의 이야기로 재판장의 열기는 뜨거워지는 가운데 아무도 뫼르소의 얘기는 들어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고, 그는 입을 떼보지도 못한 채 사형수가 돼버렸다.
 
▲ 연극 ‘이방인(연출 임수현)’ 공연장면 중 뫼르소(전박찬 분)가 슬퍼하고 있다.(뉴스컬처)     ©이지은 기자
 
극은 뫼르소의 마지막 모습까지 보여주지는 않는다. 감옥에 갇힌 그는 혼자의 시간 속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전해주는데, 공감되는 내용이 있는 반면 단번에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있다. 관객은 그의 독백을 들으며 자신만의 생각에 집중하게 된다. 살인장면, 재판장면에서는 약간의 혼란을 느꼈다. 뫼르소가 갑자기 총을 당긴 이유가 무엇이었을지,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뫼르소의 태도와 본 사건이 그렇게까지 연결될 수 있는가 등의 물음이 남았기 때문. 검사의 주장과 사제와 언쟁을 벌이며 외치던 뫼르소의 말이 상충하는 것 역시 쉽게 해답을 낼 수 없는 부분이었다.
 
광장을 연상케 하는 무대, 조명과 영상의 적절한 활용 덕분에 몰입감은 높았다. 원형의 단으로 둘러싸인 공간에서 뫼르소의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효과음이 더해지자 공간은 순식간에 해변, 극장, 재판장, 감옥 등의 모습으로 탈바꿈됐다. 시간도 빠르게 변한다. 105분 안에 원작의 이야기를 모두 녹여내기 위해 속도감 있는 전개를 선보이는데, 중요한 장면에서는 조명으로 분위기에 변화를 줘 인물들의 대사에 집중하게 했다. 또한 영화를 보는 장면이나 신문 기사를 읽는 장면에서는 무대 벽에 영상을 비춰 사실감을 더한다.
 
등장인물, 시간, 상황 등에 대한 뫼르소의 설명도 계속 이어진다. 재판이 열릴 때를 제외한 장면 대부분을 뫼르소가 끌어가기 때문에 이를 연기하는 배우 전박찬의 활약이 특히 두드러진다. 그는 “캐릭터와 독백장면들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의 시간을 거쳤다”는 말을 연기로 증명하듯 평범한 사람에서 이방인이 돼버린 뫼르소의 혼란을 담담한 표정으로 격렬하게 행동하는 것으로 표현해내며 큰 박수를 받았다.
 
어머니와 많은 대화를 나누지 못한 아들이지만 나름의 최선을 다했고, 친구와 애인을 사랑하고 이웃과의 사이도 좋았던 뫼르소였다. 물론 어머니의 죽음에 눈물 흘리지 않았고, 살인 후의 상황에 피로감을 느낀다는 그의 행동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그러나 어느 한쪽의 모습만을 보고 그의 모든 것을 단정 지어버릴 수 있을까. 사실 정말 이상한 것은 뫼르소가 아니라 그를 이해 못 한 사회일지도 모른다. 쉽게 정답을 내릴 수 없었지만 여러 사고를 하게 만든다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이방인’은 오는 10월 1일까지 서울 서교동 소극장 산울림에서 공연된다.
 
▲ 연극 ‘이방인(연출 임수현)’ 공연장면 중 변호사(박윤석 분)가 말하고 있다.(뉴스컬처)     ©이지은 기자
 

[공연정보]
공연명: 연극 ‘이방인’
원작: 알베르 카뮈
번역/각색/연출: 임수현
공연기간: 2017년 9월 5일 ~ 10월 1일
공연장소: 소극장 산울림
출연진: 전박찬, 박상종, 승의열, 박윤석, 김효중, 박하영, 이세준
관람료: 전석 4만원
 
(뉴스컬처=허다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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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다민 기자
뉴스컬처/공연문화팀
heo@newsculture.tv
 
2017/09/06 [15:49] ⓒ 뉴스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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