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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방인’ 임수현 연출 “여전히 부조리한 사회, 우리 모두 ‘뫼르소’ 닮았을지도…”
소설책 읽으며 상상하던 장면, 무대 위에 실감나게 구현
 
허다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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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이방인(연출 임수현)’ 의 임수현 연출을 서울 서교동 산울림 소극장에서 만났다.(뉴스컬처)     ©이지은 기자
 
20세기 실존주의 문학의 대표작가로 통하는 프랑스 소설가 알베르 카뮈. 많은 사람에게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그의 작품 중 한 편이 최근 무대에 올랐다. ‘부조리 문학의 시작을 알린 화제작’이라 평가받고 있는 ‘이방인’이다. 극단 산울림이 3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 공연으로 알려져 더욱 관심을 모았다. 다양한 기대 속에 지난 5일 베일을 벗은 연극 ‘이방인’의 지휘봉을 잡은 임수현 연출을 만나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목화밭의 고독 속에서’ ‘연기 속의 그녀’ 등 프랑스 작품들을 다수 소개해온 임 연출에게 ‘이방인’으로 관객을 만난 소감을 묻자 미소부터 보였다. 그는 “‘이방인’은 원작이 워낙 유명해서 기대치가 높았을 것이다. 소설을 읽으신 분들은 비교하시면서 읽지 못한 분들은 어떤 작품일까 하며 예의주시하시며 보실 거라 생각했다”며 “모두 만족했으면 좋겠다는 욕심보다 실망을 주지 말자는 목표를 가지고 작품을 제작했다. 걱정과 달리 반응이 나쁘지 않아서 우리 연극이 관객분들과 소통이 될 수 있겠구나 하는 가능성을 본 기분”이라고 말했다.
 
1942년에 출간된 ‘이방인’은 70년이 넘는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여전한 충격을 안겨주는 작품이다.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하고 이방인으로 삶을 마감한 주인공 ‘뫼르소’가 우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느낄 수 있기 때문. 극은 뫼르소를 통해 인간 소외와 부조리한 사회에 대한 무관심을 이야기하고 관객들은 이를 자신의 삶과 비교해보며 의미를 되짚어보게 된다.
 
▲ 연극 ‘이방인(연출 임수현)’ 공연장면 중 뫼르소(전박찬 분)가 슬퍼하고 있다.(뉴스컬처)     ©이지은 기자
 
“‘이방인’은 명쾌한 결론이 있는 작품이 아니에요. 아무 설명 없이 이야기가 끝나버리죠. 그렇지만 저는 카뮈의 문학에서 가장 문제적인 작품이 ‘이방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부조리를 인식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시작이라고 전하고 있어요. 그래서 ‘이방인’을 선택했습니다. 우리 뜻과 관계없이 벌어지는 부조리한 상황이 지금도 반복되기 때문에 이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이 아닐까 싶었죠. 학생들과 매 학기 ‘이방인’을 읽고 토론할 만큼 좋아하는 작품이라 무대에 꼭 올려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요.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카뮈의 문체를 살리면서 연극성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고민하며 욕심을 낸 거죠.”
 
공연에서는 소설이 담고 있는 강렬한 이미지, 개성 있는 인물들, 극적인 사건들을 차곡차곡 무대 위에 구현해낸다. 임 연출은 “책을 읽을 때 막연하게 상상만 해보는 장면들이 있다. 소설을 무대화하는 만큼 독자들이 상상해온 것들을 실감 나게 보여드릴 수 있었으면 했다”며 “조명, 영상, 음악을 잘 활용해서 상상력을 무대로 끌고 오는 것에 집중했다. 스태프들도 모두 작품에 대한 애정도와 이해도가 높았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만들어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뫼르소의 이미지를 잘 보여주는 것도 중요했다. 작품을 홀로 끌어간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역할이기에 어떤 배우에게 제의해야 할지를 많이 고민했고, 주위의 조언을 듣고 전박찬 배우를 만났다. 그는 “‘맨 끝줄 소년’ 공연도 보러 갔었는데 대사 전달도 너무 좋고 서늘한 분위기의 뫼르소와도 너무 잘 맞을 것 같았다. 처음에는 많이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쉽지 않은 역할이기에 당연했고, 그래서 거절일 거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결과는 정반대였다. 원작의 힘을 믿고 도전해보겠다는 연락을 받은 것이다.
 
▲ 연극 ‘이방인(연출 임수현)’ 공연장면 중 뫼르소(왼쪽,전박찬 분)가 변호사(박윤석 분)의 말을 듣고 있다.(뉴스컬처)     ©이지은 기자
 
사실 ‘이방인’은 임 연출에게도 새로운 도전인 작품이다. 그는 “7명의 배우와 정극을 준비해본 것은 처음이었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다른 작품들을 경험해온 분들과 함께 작업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 데다 원작은 ‘이방인’이었다”며 “조율을 잘하는 것이 관건이었는데, 제가 연출 경험이 많지 않아서 흔들릴 때도 있었다. 배우분들이 많은 도움을 줬고,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까지도 만들어줘서 정말 고마웠다”고 되돌아봤다.
 
“연습 과정에서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뫼르소의 감정선을 어떻게 잘 이어가냐는 것이었어요. 장면들이 생략되면 캐릭터가 뜨지 않을까 싶었고, 다 보여드리자니 무대가 걱정됐죠. 그때 디자인 감독님이 원형 무대를 제안하셨어요. 여러 의미를 부연할 수 있는 모습이었죠. 다양한 장소로 변할 수 있으면서 법정장면도 효율적으로 보여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태양 장면을 완성하는데에도 시간이 꽤 걸렸어요. 작품에서 태양이 강렬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관객분들도 눈 부신 태양의 영향권에 있었으면 했거든요. 첫 공연 날까지 여러 시도를 한 끝에 조명으로 햇살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원작의 느낌을 그대로 전하는 것이 목표였다고 밝혔지만, 달라진 부분은 없었을까. 이에 대해 임 연출은 “딱 한 장면만 원작과 다르다. 뫼르소가 감옥에서 체코에서 벌어진 사건에 관한 기사를 읽는 부분이다. 신문기사를 읽는 것은 원작에 있지만 그 후 박하영 배우 선보이는 독백은 책에 없는 장면이다. 대사 역시 카뮈의 ‘오해’라는 희곡에서 따온 것이다. 당시 뫼르소의 심정이 ‘오해’의 여주인공의 정서와 연결될 것 같다는 생각에 삽입해봤다”고 밝혔다.
 
▲ 임수현 연출은 "‘이방인’이라는 작품이 이번 공연을 통해서 관객들에게 좀 더 친숙하게 혹은 좀 더 새롭게 다가갈 수 있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혔다.(뉴스컬처)     ©이지은 기자
 
더불어 그는 관객들이 뫼르소라는 인물의 고독을 눈여겨봐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독백으로 표현하지 않을 수도 있는 장면들까지 독백으로 보여주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독백 없이 장면으로만 가버리면 원작을 못 읽으신 분들은 뫼르소의 내면을 놓칠 수 있어요. 특히 감옥에서의 긴 독백들은 하나하나가 뫼르소의 심리를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품의 또 다른 관극포인트인 법정장면에서는 공연 초반부에서 느꼈을 의문들이 풀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짧게 등장하는 인물들이 무엇을 의미했는지 파악됐다고 느끼실 만큼 장면들이 잘 맞물려졌으면 합니다.”
 
끝으로 임 연출은 “공연을 올리기 전까지 두려움이 컸지만 이제는 제 손을 떠났다. 최선을 다한 결과물을 관객분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모든 것이 관객들의 몫이다. 다만 작은 바람이 있다면 ‘이방인’이라는 작품이 이번 공연을 통해서 관객들에게 좀 더 친숙하게 혹은 좀 더 새롭게 다가갈 수 있었으면 한다”며 “우리가 다들 잘 알고 있는 ‘이방인’으로 다시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프로필]
이름: 임수현
직위: 서울여자대학교 불문학과 교수, 극단 산울림 예술감독
생년: 1965년
학력: 서강대학교 불어불문학과 학부·대학원 졸업, 파리4대학 불어불문학과 박사학위취득(사뮈엘 베케트 연구)
번역작: 희곡 ‘목화밭의 고독 속에서’, ‘숲에 이르기 직전의 밤’, ‘수수께끼 변주곡’, ‘방문자’, ‘부부 사이의 작은 범죄들’, ‘대학살의 신’, ‘연기속의 그녀’ 외
연출작: 연극 ‘연기속의 그녀’ ‘이방인’, 산울림 편지콘서트 외
 
(뉴스컬처=허다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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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다민 기자
뉴스컬처/공연문화팀
heo@newsculture.tv
 
2017/09/08 [16:20] ⓒ 뉴스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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