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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아들이 살해당했다, 분노와 용서 중 무엇을 택할 것인가…연극 ‘미국아버지’
한 통의 편지에서 시작된 증오 관한 질문 던지며 극 끌어가
 
허다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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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미국아버지(연출 장우재)’ 공연 장면.(뉴스컬처)     © 사진=극단 이와삼

사랑하는 아들이 죽었다. 이슬람 무장단체에 의해 죽임을 당하던 그 모습은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그는 나의 스승이자 영웅이었고, 언제나 내게 필요한 힘이 돼주는 존재였다. 그렇기에 확신한다. 그들이 내 아들에게 잔인한 짓을 하는 그 순간을 싫어했을 것이라, 그들도 결국 내 아들을 존경하게 됐을 것이라고. 스크린과 나레이션을 통해 전해지는 마이클 버그의 편지는 두 시간 만에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지난 6일부터 관객과 만나고 있는 연극 ‘미국아버지(연출 장우재)는 실화를 모티브로 제작된 극이다. 2004년 5월, 미국 청년 닉 버그가 알카에다에 의해 살해된 사건이다. 작품은 닉 버그가 아닌 그의 아버지가 쓴 한 통의 편지에 집중해 혐오의 시대에 사는 우리가 증오로부터 어떻게 벗어날 수 있는가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2014년에 초연, 이듬해 재연을 진행했고 2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올랐다.
 
극은 아들을 잃은 지독한 슬픔을 그려내는 동시에 전쟁과 평화, 사회에 대한 인간의 깊은 사유의 과정도 함께 담아냈다. 술과 마약에 중독된 ‘빌’은 아들 ‘윌’의 집에서 신세를 지고 있다. 재기를 준비했지만 옛 친구 ‘데이빗’을 만나면서 모두 물거품이 되고 빌은 다시 마약과 술에 의지하며 환각까지 보게 된다. 윌은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새로운 삶을 살기를 희망한다. 그는 고액연봉을 받던 일을 그만두고 이라크로 떠나버렸고, 빌은 아들을 말리지 못했다.
 
봉사하며 지내는 삶에 만족해하던 윌은 9.11테러가 발생하자 이라크의 알카에다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 그의 죽음은 전 세계에 생중계됐고, 빌은 아무 행동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분노한다. 세상 사람들에게, 윌의 아내 헤바에게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 아들이 죽은 후 빌은 자신을 찾아오는 사람들을 총으로 위협하며 자신을 스스로 고립시킨다. 마약에 의존하며 첫사랑 낸시, 청년 빌리, 데이빗, 윌의 환각을 마주했고 그들을 죽이고 살리기를 반복하며 수많은 질문을 던지고 울분을 토해냈다.
 
▲ 연극 ‘미국아버지(연출 장우재)’ 공연 장면.(뉴스컬처)     © 사진=극단 이와삼
 
관객은 빌의 심리를 따라가며 모든 상황을 목격한다. 위태로움과 답답함이 공존하는 감정으로 그의 감정에 공감해보려 노력하게 될 것이다. 아들을 잃은 아버지의 마음을 쉽게 상상할 수는 없겠지만 빌이 환각과 나누는 대화에 귀를 기울이며 그의 증오를 함께 고민해보게 된다. 빌은 답을 내리지 못했다. 자유, 윤리, 평등, 용서 등에 대해 끝없이 고뇌했지만 끝내 무너져버린다.
 
다시 마주한 마이클 버그의 편지는 그 때문에 전혀 다르게 다가왔다. 슬픔과 궁금증만 남겼던 글. 극을 통해 의문은 공감으로 변했고, 여전히 달라지지 않은 현실에 분노가 생긴다. 그러나 빌의 말과 행동에 모두 공감되는 것은 아니었다. 과거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해 마약을 끊지 못하고, 자신을 되돌아보기보다 세상 탓만 하며, 본인의 의견이 옳은 것인 양 행동하는 부분은 쉽게 이해하기 어려웠다. 빌의 경험과 시간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시종일관 같은 태도는 고집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죽은 윌은 빌을 찾아와 자신은 불행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끔찍했다고 내가 그들과 친구였다는 걸 부정할 순 없다고, 아버지는 영영 진실을 볼 수 없을 것이라고. 증오를 표출하는 아버지와 이해를 요구하는 아들의 상반된 모습은 그렇게 또 다른 질문을 남겼다. 그러나 빌처럼 강하게 분노하거나, 윌처럼 모든 것을 용서하며 살기는 어려울 것이기에 그 물음표에 대한 결론은 내릴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오는 25일까지 서울 명동예술극장.
 

[공연정보]
공연명: 연극 ‘미국아버지’
작/연출: 장우재
공연기간: 2017년 9월 6일 ~ 25일
공연장소: 명동예술극장
출연진: 윤상화, 김동규, 이동혁, 정태화, 구자승, 박유밀, 조연희, 강선애, 마두영, 황설하, 조홍우, 최세훈, 라소영
관람료: R석 5만원, S석 3만 5천원, A석 2만원
 
(뉴스컬처=허다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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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다민 기자
뉴스컬처/공연문화팀
heo@newsculture.tv
 
2017/09/08 [19:30] ⓒ 뉴스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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