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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1930년대 조선의 예술가들이 발신한 ‘말하기 쇼’…연극 ‘20세기 건담기’
성기웅 연출 신작, 박태원-이상 다룬 연작 중 하나
 
양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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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20세기 건담기(建談記, 연출 성기웅)’ 공연 장면.(뉴스컬처)     ©사진=두산아트센터
 
책에서나 보던 작가 박태원, 이상, 김유정이 무대 위로 툭 튀어나와 관객들 앞에서 말재주를 부린다. 집이나 다리 따위를 쌓아 만드는 일이 ‘건축(建築)’이라면, 말로 이야기를 쌓아 올리는 일은 ‘건담(建談)’이라 할 테다. 그렇다면 이들이 부리는 말재주야말로 ‘건담’이요, 건담을 행하는 이들을 ‘건담가(建談家)’라고 부르자 하는 것이 이 연극이다.
 
지난 5일 개막한 연극 ‘20세기 건담기(연출 성기웅)’은 1930년대 일제강점기를 살았던 박태원, 이상, 김유정, 구본웅 네 예술가에 대한 이야기다. 1936년 초 소설가 박태원과 그의 절친한 친구인 시인 이상이 마이크 앞에 서서 새로운 라디오 기술을 통해 21세기 미래의 청중을 향해 유쾌한 ‘말하기 쇼’를 펼친다는 것이 작품의 주요 골자다.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성기웅이 지난 10년간 선보이고 있는 박태원과 이상을 다룬 연작 중 하나로, ‘소설가 구보씨의 1일’ ‘깃븐우리절믄날’ ‘소설가 구보씨와 경성사람들’ 등을 잇는 신작이다. 이번 ‘20세기 건담기’는 박태원과 이상이 짝꿍처럼 짝을 이뤄 좌중을 웃기고 다녔다는 실제 이야기로부터 착상해 시작했지만, 작가적 상상력을 보태 새롭게 풀어낸다.
 
네 사람이 떠드는 말이란 ‘이상(理想)적 삶’에 관한 것이나, 이들이 바라는 꿈에 비해 식민지 조선의 현실은 비참하고 초라할 뿐이다. 더욱이 이러한 조국 아래의 예술가들은 가난과 질병에 시달리고, 사랑의 아픔까지 겪으며 오래도록 시름한다. 극 중 폐병에 치질까지 앓고 있는 김유정과 이상의 병색이 나날이 깊어가는 게 눈에 보일 정도다. 이들의 말을 통해 관객은 조선의 시대상과 암울한 세월을 견뎠던 예술가들의 삶을 살짝이나마 엿보게 된다.
 
▲ 연극 ‘20세기 건담기(建談記, 연출 성기웅)’ 공연 장면.(뉴스컬처)     ©사진=두산아트센터

현대 사회의 풍속 및 당대의 변천을 조직적,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인 ‘고현학(考現學)’을 무대화했다는 평을 들을 만큼, 성 연출의 이번 작품 역시 1930년대 시대상을 충실히 구현한다. 무대와 객석 사이 보이지 않는 선이 20세기와 21세기를 묘하게 갈라놓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무대 위에서는 철저히 당대의 사람들이 당대의 이야기를 때론 재미나게, 때론 절절하게 풀어놓는다.
 
배우들은 당시 ‘모던 보이’들이 그러했듯, 옛 서울 사투리뿐만 아니라 일본어, 영어 등 다양한 언어를 혼용해 옛것과 신문물이 뒤섞인 그 시절을 대변한다. 대신 지금은 사용하지 않은 낯선 단어나 지명, 건물 등이 나오면, 주석을 달아 무대 위 자막으로 띄워 관객의 이해를 돕는다. 여기에 배우들이 직접 연주하는 아코디언, 하모니카, 트럼펫, 기타, 작은 북 등의 소리가 더해져 듣는 즐거움까지 준다.
 
이번 극의 드라마터그인 김슬기 작가의 말대로 20세기 예술가들이 21세기 관객들에게 그들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처럼, 21세기 현재를 사는 예술가들이 22세기 관객들에게 현시대상을 전해준다면 어떤 ‘말 잔치’가 펼쳐질까. 과거로부터 받은 ‘말’로 인해 미래에 전하게 될 ‘말’을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오는 30일까지 서울 연지동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 111.
 

[공연정보]
공연명: 연극 ‘20세기 건담기(建談記)’
극작/연출: 성기웅
공연기간: 2017년 9월 5일 ~ 30일
공연장소: 두산아트센터 Space111
출연진: 이윤재, 이명행, 안병식, 백종승, 김범진
관람료: 일반 3만원 
 
(뉴스컬처=양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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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 The Stage] 그가 무대 위에 말을 채우는 방식

양승희 기자
뉴스컬처/공연문화팀장
yang@newsculture.tv
 
2017/09/11 [14:52] ⓒ 뉴스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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