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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서편제’ 이소연 “대체 소리가 무엇이기에 여기까지 왔나, 고개 끄덕이죠”
새로운 ‘송화’ 役에 합류한 전문 소리꾼
 
양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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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서편제(연출 이지나)’에서 송화 역을 맡은 배우 이소연을 서울 장충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뉴스컬처)     ©사진=CJ E&M
 
“너 소리가 그것밖에 안 되니?” 아버지께 크게 야단을 맞고 눈물을 뚝뚝 흘리며 연습을 하던 여자 아이. 내가 하고 싶어서, 스스로 원해서 시작한 소리는 아니었지만 뒤돌아보니 꽤 오랜 시간 묵묵히 소리길을 걸어왔다. 소리꾼 이소연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뮤지컬 ‘서편제(연출 이지나)’ 속 ‘송화’의 사연과 포개지는 지점이 많았다. 그가 ‘송화’ 역을 맡게 된 것도 어쩌면 필연은 아니었을까.
 
11살 때부터 소리를 시작한 이소연은 대학에서 소리를 전공하고,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적벽가’를 이수한 뒤 현재 국립창극단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창극단에 입단한 이후 ‘변강쇠 점찍고 옹녀’ ‘트로이의 여인들’, ‘오르페오전’ ‘춘향’ 등에서 주역을 맡아 소리꾼으로 차근차근 공력을 쌓았다. 그런 그가 뮤지컬이라는 새로운 장르에 도전한 건 지난 2015년 초연된 ‘아리랑’을 통해서다.
 
‘아리랑’에서 소리꾼인 ‘옥비’ 역을 맡아 주목을 받은 그는 이번에 3년 만에 재공연되는 ‘서편제’의 ‘송화’ 역에 연달아 캐스팅되며, 우리 소리의 매력을 대중에게 알리는 일에 힘쓰고 있다. 이소연은 “최근 예술의 전체적 흐름을 보면, 장르간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뮤지컬 안에서도 성악 전공, 연기 전공, 가요를 하던 분들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이들이 모이고 있는데, 새로운 목소리가 요구되는 시점에 나와 같은 소리꾼도 필요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 뮤지컬 ‘서편제(연출 이지나)’ 공연 장면 중 송화(오른쪽, 이소연 분)와 아버지 유봉(서범석 분)이 소리를 나누고 있다.(뉴스컬처)     ©사진=CJ E&M
 
‘서편제’는 한국 문학의 교과서로 평가 받는 이청준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지난 2010년 뮤지컬로 재연과 삼연을 거치며 관객들이 큰 사랑을 받은 창작 뮤지컬이다. 2012년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재연을 할 때 이소연 역시 관람을 하며 ‘판소리를 뮤지컬 안에서 하면 이런 느낌이구나’하고 생각했다면서 당시를 떠올렸다.
 
“그때 ‘서편제’를 보는데 무대나 배우들의 역량이 뛰어나기도 했지만, 관객들의 반응이 정말 새롭고 신기했어요. 마지막 ‘심청가’ 대목이 끝나고 커튼콜이 시작되는데 기립박수가 터져 나왔거든요. 그렇게 큰 박수는 처음이라 저도 약간 어색하게 일어나 박수를 치는데 ‘대중들이 판소리를 보고도 이렇게까지 감동할 수 있구나, 소리가 줄 수 있는 힘이 이렇게 크구나’ 싶었죠. 그런데 왠지 마음이 복잡해지더라고요. 판소리가 이렇게 큰 박수를 받을 수 있다는 게 감동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좀 야속한 마음이 드는 거죠.”
 
클래식 장르와 마찬가지로 우리 고유의 소리는 어렵게 생각하는 관객들이 많다. 이에 대해 이소연은 “대중성을 강조하다 보면 그 음악이 가진 고유의 힘을 잃어버린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지만, 저는 관객들이 좀 더 알아듣기 쉽게 예술가 쪽에서 먼저 다가가야 한다고 본다”는 생각을 밝혔다. 이어 그는 “그것을 적절하게 잘 구성해 만든 것이 ‘서편제’다. 판소리만 주구장창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마지막 ‘심청가’로 극의 대미를 장식하기 위해 앞에 수많은 이야기와 다양한 넘버를 들려주며 관객들이 절로 울컥하게끔 만들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소리꾼으로서 낯선 장르인 뮤지컬의 문법을 익히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다. 이소연은 “판소리는 소리꾼의 개성이나 특성에 따라 자유롭게 가사와 음을 그릴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면, 뮤지컬은 노래할 때 정해진 규칙들이 있다. 그것을 오롯이 소화하는 것이 뮤지컬의 특성이자 전통이고, 어렵더라도 그것을 이겨내며 소화해내는 것이 배우의 몫이기에 배워나가고 있다. 한편으로는 ‘또 다른 소리’를 얻어가는 과정이라는 생각도 든다”고 이야기했다.
 
▲ 이소연은 "앞으로 소리꾼으로서 완창을 해보고 싶은 것이 목표다. 또 판소리를 기반으로 한 1인 모노드라마를 직접 만들어 관객들과 소통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 전통의 뿌리를 지키지 않고 창작만 하면 의미가 없기 때문에 계속해서 공부하고 배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뉴스컬처)     ©사진=CJ E&M

소리를 전공해온 소리꾼으로써, 극 중 이야기에 공감되는 부분도 적지 않다. 이소연은 “송화가 소리를 수련해나가는 과정 자체에 공감이 많이 됐다. 아버지의 권유로 처음 소리를 시작했는데, 배우면서 잘 안 될 때가 참 많았다. 그럴 때마다 아버지나 선생님께서 ‘그렇게 해가지고 되겄냐’며 부채를 바닥에 딱 내려놓고 혼을 내셨다. ‘그만하고 나가라’고 하시면 계속 소리를 하지도 못하고, 눈물을 훔치면서 집에 갔던 기억들이 난다”고 지난 시절을 되돌아봤다.
 
“극 중 유봉이 ‘한이 쌓일 시간’을 부르면서 ‘대체 소리가 무엇이기에 내가 여기까지 왔나’라고 말하는 대목이 있는데, 그 부분에서 저도 고개가 막 끄덕여져요.(웃음) 대체 소리가 무엇일까는 저 역시 여전히 고민하고 있는 점이죠. 꼭 소리를 전공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꿈을 이뤄가는 과정에서 이 길을 가도 되는지 고민하고, 때려치우고 싶어 좌절하는 때가 있잖아요. 꽉 쥐고 있다가 더 이상 못하겠다고 소리를 치다가도, 함부로 내려놓지 못하는 그런 마음들이요. 어떤 일을 하든, 어떤 꿈을 꾸든 모두가 ‘서편제’에 공감하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프로필]
이름: 이소연
직업: 국악인, 배우
생년월일: 1984년 6월 26일
학력: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음악과 학사, 석사
경력: 국립창극단 단원,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적벽가 이수자
출연작: 창극 ‘춘향’, ‘청’, ‘배비장전’, ‘변강쇠 점 찍고 옹녀’, ‘오르페오전’, ‘트로이의 여인들’, ‘흥보씨’ 외/ 뮤지컬 ‘아리랑’, ‘서편제’ 외
 
(뉴스컬처=양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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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희 기자
뉴스컬처/공연문화팀장
yang@newsculture.tv
 
2017/09/11 [17:31] ⓒ 뉴스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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