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OR
CREATOR
WHO?
독자광장
이벤트
관람후기
기사제보
HOME > INTERVIEW > ACTOR
[人 The Stage] 그가 무대 위에 말을 채우는 방식
연극 ‘20세기 건담기’ 성기웅 연출
 
황정은 기자
트위터 페이스북 공감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연극 ‘20세기 건담기(建談記)’의 작가 겸 연출가 성기웅을 만났다.(뉴스컬처)     ©사진=두산아트센터
 
10년의 마침표를 찍었다. 극작가 겸 연출가 성기웅 연출이 지난 10년 동안 천착했던 인물, 구보 박태환과 이상을 다룬 일명 ‘구보 씨’ 시리즈가 올 2017년 네 번째 작품을 선보이며 10년 간 이뤄진 연작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을 선보인 것이다.

“‘구보 박태환’ 이라는 인물이 매우 흥미롭고 문제적으로 느껴졌다”고 이야기 한 성기웅 연출은 “까도 까도 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구보 박태환에게서 알 수 없는 매력을 느껴 지금의 작업까지 이르게 됐다”며 자신의 연작 시리즈의 소감을 이야기 했다.

구보 박태환, 한 가지로 정의할 수 없는 인물

연극 ‘20세기 건담기’. ‘건담’ 이라는 말에 조립 로봇을 생각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의 ‘건담’이란 철저한 한자어로, ‘말을 지어 올리다’ 라는 뜻을 담고 있다. 하긴. 어쩌면 하나 하나 조립을 통해 형상을 만들어 나간다는 점에서, ‘건담’은 이중적 의미를 담고 있을지도 모른다.

오랫동안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쌓아오며 독보적인 영역을 만들어 온 성기웅 작연출. ‘깃븐우리절믄날’로 시작해 ‘소설가 구보씨와 경성 사람들’, ‘소설가 구보씨의 1일’ 등을 통해 구보 박태환과 이상이 등장하는 작품을 선보인 그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두 인물이 나오는 작품을 집필했다. 단, 이번에는 두 인물이 더 등장한다. 바로 소설가 김유정과 화가 구본웅이다. 이들은 마이크 앞에 서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쌓아가기 시작한다. 4차원 기술인 라디오 기술을 통해 21세기 미래 청중에게 ‘건담’을 발신하겠다는 다짐을 선포하면서 말이다.

작품은 1936년부터 1937년 봄, 이상이 죽음을 맞이하기까지의 시간을 담고 있다. 성기웅 연출에 따르면 당시 시인 이상은 일본 도쿄에서 숨을 거두었는데, 이는 당시 일본의 군국주의와 연관성이 있다. 예술가들의 유쾌한 ‘건담’ 뒤에 숨은 역사의 뼈아픈 현실, 그 간극을 오묘하게 조명하고 싶었다는 그는 “만담처럼 재미있기를 원하지만 마냥 그럴 수만은 없는 현실을 담은 이야기”라고 작품을 소개했다.

“‘구보씨와 경성 사람들’을 시작할 때, 일제강점기의 모습을 우울한 혹은 정치적인 이야기 구조에서 탈피해 표현하고 싶었어요. 예술인들의 모습을 통해 그 시대에도 일상이 존재하고 있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죠. 하지만 동시에 어떤 직감은 있었어요. 어쩔 수 없이, 이 연작은 전쟁과 군국주의가 지배한 당시의 우울하고 어두운 모습을 보여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걸요. 그리고 실제로 ‘20세기 건담기’를 통해 정말 그러한 결말을 맞게 됐어요. 이번 작품을 올리고 나서 많은 분들이 물어요. ‘10년의 마침표를 찍은 느낌이 어떠냐’고요. 그런데 사실 그걸 느낄 겨를은 없었어요. 각 작품이 저마다 다른 의미로 다가오기 때문에 ‘이 시리즈가 여기까지 왔구나’ 하는 생각은 많이 하지 않는 것 같아요.”

언어를 파고들어 언어로 표출하는
 
▲ 연극 ‘20세기 건담기(建談記, 연출 성기웅)’ 공연 장면.(뉴스컬처)     ©사진=두산아트센터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 성기웅 연출은 언어와 말, 그리고 이야기에 관심을 갖는 작가다. 말이 쌓아지고, 그 말이 세대를 통해 전달되는 과정을 자세하게 들여다본 그는 실제로 20세기 경성 말을 집요하게 연구해 거듭 작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번 작품에서는 그 말들이 더욱 높이 날 수 있도록 큼직한 날개를 달아주기도 했다. ‘만담’의 형식을 통해서다.

“작품의 문을 여는 건 구보와 이상의 만담입니다. 우리에게 친근한 형식의 코미디라고 생각했고, 이것으로 작품의 문을 연다면 관객들이 작품에 정서적 친밀감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사실 이전부터 이런 형식의 작품을 해보고 싶었어요. 꼭 1930년대를 배경으로 하지 않더라도 만담 같은, 프레젠테이션 형식의 연극을 만들어보고 싶었죠.
 
왜 그런가, 하고 생각해보면 구보 씨 시리즈 중 첫 작품인 ‘깃븐우리절믄날’을 만들 때부터 시작한 게 아닌가 싶어요. 당시 극 중 배경이었던 1935년을 그대로 재현해보고 싶었는데 그러면서 경성 말을 공부했거든요. 무대 위에서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했던 것들도 이러한 결과로 갖고 온 것 같고요.”

그는 늘 연극 무대가 갖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한다. 태생적으로, 연극 무대는 현실을 재현하거나 소소한 생활을 디테일하게 끌어오기에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고도 여겼다. 동시에 연극 무대가 갖는 본질을 생각하면 만담 쇼, 보더빌(vaudeville), 스탠드업 코미디, 테드(TED) 강연 등의 요소를 넣어볼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을 되짚었다.

“만담이라는 형식이 국내 대중들에게 오랫동안 사랑을 받아 온 장르라고 생각했어요. ‘뚱뚱이와 홀쭉이’, ‘장소팔과 고춘자’ 등이 우리에게 많이 알려져 있잖아요. ‘원맨쇼’ 라는 것도 있었고요. 이 만담이 왜 이토록 오랫동안 인기가 있었을까, 의문을 가졌고, 동시에 지금은 이 형식이 왜 없어졌지? 싶더라고요. 첫 장을 만담의 형식으로 연 이유에요. 실제로 구보와 이상이 만담 커플처럼 다니며 주변 문인들은 웃기고 다녔다는 기록을 보기도 했고요.”

언어에 대한 관심. 이것은 성기웅 연출의 입지를 더욱 확고하고 독특한 것으로 만들어 놓았다. 그렇다면 그가 언어에 대해 갖는 생각은 무엇일까. 수많은 말들이 무대를 가득 채우는 그의 작품을 보면서 그가 언어에 대해 어느 정도의 믿음을 갖는지 궁금했다.

“어느 정도는 말을 믿고, 또 어느 정도는 믿지 않아요. 말을 전부 믿을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언어를 버리고 소통하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잖아요. 그보다 제가 갖는 관심은 표준어에 대한 거예요. 사실 표준어는 규범적이고 딱딱한 말이에요. 표준말로만 이뤄진 연극은 좀 재미없지 않나 싶기도 했고요. 헌데 이제는 방언의 시대로 가고 있죠. 초등학교에서 일부러 제주도 방언을 배운다고 하던데요. 사람들이 방언이라는 것을 소중히 여기기 시작한 거예요. 서울 방언도 그 일종이라고 생각했어요. 규범화되기 이전의 말. 이것을 무대에서 발화해 보고 싶었어요.”

만담과 스탠드업 코미디, 프레젠테이션…현대적으로 풀기
 
▲ 연극 ‘20세기 건담기(建談記, 연출 성기웅)’ 공연 장면.(뉴스컬처)     ©사진=두산아트센터

10년의 연작 시리즈가 있을 수 있던 것은 구보 박태환에 대해 가진 성기웅 연출의 관심으로부터 시작했다. 그는 “구보 박태환 만큼 흥미롭고 매력적인 인물이 또 있을까 싶더라”며 “그는 소설가였고 어떤 관점으로는 트렌디한 젊은 예술인이었으며 말년에는 북한에서 추앙받는 역사소설 작가였다”고 운을 뗐다.

“작품 경향도 딱 한 가지라고 말하기 힘들어요. 사실주의 소설이 있는가 하면 모더니즘이라고 불리는 실험소설도 있었고, 개인 기질은 ‘바람직한 사나이’ 같은 모범생 스타일이었으나 이상 같은 독특하고 기인 같은 사람과 절친으로 지냈죠. 하나의 캐릭터로 규정하기 힘든 인물이에요. 때문에 매력적이에요. 다양한 얼굴과 다채로운 표정을 갖고 있으니까요.
 
연극을 만들 때도 요즘 사람들은 강렬하고 선명한 인물, 그리고 그런 이야기를 원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연극을 ‘하나로 정의 내리는 무언가’ 로 만들고 싶지 않아요. 중의적이고 다의적인 표현을 하고 싶어요. 사람에 따라 읽어내는 의미가 다른 작품을 만들고 싶죠. 그런 점에서 제가 박태환 소설가에게 매력을 느낀 것 같아요.”

성기웅 연출은 앞으로 만담과 스탠드업 코미디, 프레젠테이션을 현대적으로 선보이는 연극작업을 하고 싶다고 이야기 했다. 이 방식을 통해 현대 사회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게 그가 갖고 있는 소망이자 계획이었다.

“지금 우리나라의 정치가 여러 격동을 겪었잖아요. 저 뿐 아니라 다른 연극인들도 모두 그 시대에 휘말렸어요. 과거에도 마찬가지에요. 구보와 이상도 매우 비정치적인 문학, 이른바 예술지상주의 문학을 하려고 했지만 그 시대에 어쩔 수 없이 휘말렸어요. 그리고 죽음을 당했죠. 구보는 살아남았지만 분단 시기에 고향인 서울을 떠나 평양에서 살게 됐고요. 원하든 원하지 않든 우리는 모두 시대의 영향을 받아요. 제가 시대의 정치적인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다루지는 않겠지만 동시대 현실에 대해 더 생각해볼 수 있는 연극작업을 하고 싶어요.”


[프로필]
이름: 성기웅
직업: 극작가 겸 연출가, 제 12언어연극스튜디오 대표
수상: 2013 두산연강예술상 ‘공연부문’, 2013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연극부문’, 2011 대한민국 연극대상 작품상 ‘과학하는마음 – 숲의심연 편’
참여작: 연극 ‘태풍기담’, ‘가모메’, ‘소설가 구보씨의 1일’, ‘깃븐우리절믄날’, ‘소설가 구보씨와 경성사람들’, ‘다정도 병인 양하여’, ‘삼등병’ ,‘조선형사 홍윤식’, ‘정물화’, ‘과학하는마음’ 3부작 외 다수

(뉴스컬처=황정은 기자)
[뉴스컬처 360VR] [뉴스컬처 연예TV] [네이버 포스트]
<저작권자ⓒ뉴스컬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개봉예정작] 10월 넷째주 영화 뭐볼까?
[리뷰] 다수가 괜찮다는 게 늘 옳지는 않아요…연극 ‘XXL 레오타드와 안나수이 손거울’
[현장스케치] 여태껏 겪어보지 못한 경험, 예상치 못한 감정 선사한다…뮤지컬 ‘타이타닉’
[컬처포토] 이곳에 오면 마치 빨간 날 같아요…연극 ‘로드씨어터 대학로2’
[리뷰] 어쩌면 그들 모두,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
[공공연한 이야기]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 세 작품을 만나다
[컬처포토] 엇갈리는 사랑이란 화살의 끝, 연극 ‘라빠르트망’
[리뷰] ‘덕밍아웃’은 괜찮지만 ‘커밍아웃’은 어떨까? 청소년 연극 ‘좋아하고 있어’
[뉴스컬처 라이브] 영화 ‘침묵’ 언론시사회…10월 24일 뉴스컬처 네이버TV-페이스북 라이브 방송
[인터뷰] ‘서편제’ 이자람 “예술적 장인? 생이 흑백 되는 순간 오지 않게 즐길 뿐”
오페라, 가을 무대 아름답게 물들인다…리골레토-아이다-탄호이저-코지 판 투테

황정은 기자
現 뉴스컬처 객원기자
前 문화플러스 기자

프리랜서 작가 겸 자유기고가
"글은 연주요, 언어는 악기다"
 
2017/09/15 [09:20] ⓒ 뉴스컬처
 
관련기사목록
[20세기건담기] [人 The Stage] 그가 무대 위에 말을 채우는 방식 황정은 기자 2017/09/15/
[20세기건담기] [리뷰] 1930년대 조선의 예술가들이 발신한 ‘말하기 쇼’…연극 ‘20세기 건담기’ 양승희 기자 2017/09/11/
[20세기건담기] 성기웅 작가 신작 ‘20세기 건담기’ 내달 5일 개막…이자람 음악감독, 이명행 출연 양승희 기자 2017/08/10/
핫이슈
[인터뷰] ‘벤허’ 안시하 “너무 울어 수정 화장만 3cm, 그래도 쌍엄지 치켜세워요”
[현장스케치] 여태껏 겪어보지 못한 경험, 예상치 못한 감정 선사한다…뮤지컬 ‘타이타닉’
[금주의 문화메모&] 혐오와 사랑 사이
[리뷰] 어쩌면 그들 모두,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
[리뷰] ‘덕밍아웃’은 괜찮지만 ‘커밍아웃’은 어떨까? 청소년 연극 ‘좋아하고 있어’
배너닫기
가장 많이 본 기사 [INTERVIEW]
[인터뷰] ‘서편제’ 이자람 “예술적 장인? 생이 흑백 되는 순간 오지 않게 즐길 뿐”
배너닫기
MUSICAL
[현장스케치] 여태껏 겪어보지 못한 경험, 예상치 못한 감정 선사한다…뮤지컬 ‘타이타닉’
PLAY
[리뷰] 어쩌면 그들 모두,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
PLAY
[리뷰] ‘덕밍아웃’은 괜찮지만 ‘커밍아웃’은 어떨까? 청소년 연극 ‘좋아하고 있어’
배너닫기
About NewsCultureHISTORY이용약관개인정보취급방침사업제휴안내기사제보
㈜콘팩/뉴스컬처|대표이사/발행편집인:이훈희|취재팀장:양승희|영상제작본부장/이사:이장희|콘텐츠사업본부장:박상욱
취재팀:02-715-0013|편집팀:02-715-0012|영상제작본부:02-714-0052|콘텐츠사업본부:02-715-0014|청소년보호책임자:이장희
정기간행물등록번호:서울아02083|발행일자:2006.11.03|등록일자:2012.04.19.|주소:서울 용산구 한강대로 297, 우신빌딩 5층 뉴스컬처
㈜헤럴드|대표이사:권충원|인터넷신문등록번호:서울 아03710|주소:서울시 용산구 후암로 4길 10 헤럴드 스퀘어|대표전화:02-727-0114
Copyright NewsCulture. All Rights Reserved. 모든 기사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