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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 텃밭의 고추 때문에 벌어진 싸움에 사회 모습 담았다…연극 ‘옥상 밭 고추는 왜’
김광보 연출 “초고 받은 후 수정 없이 공연 준비 중, 어떤 평가 받을지 떨린다”
 
허다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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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옥상 밭 고추는 왜(연출 김광보)’의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배우들과 창작진(왼쪽부터 배우 유성주, 백지원, 고수희, 이창훈, 작가 장우재, 연출 김광보)(뉴스컬처)     ©윤현지 기자
 
“옥상 밭 고추는 사고파는 물건이 아닙니다. 201호 아줌마는 사과하세요, 사과하세요!” 아침부터 피켓을 든 빌라 사람 일부가 주차장에서 소란스럽게 시위를 하고 있다. 이를 지켜보던 주민들은 복면을 쓴 사람들에게 집회 신고를 했는지를 물으며 불법인지 아닌지를 따지고, 늦잠을 방해받은 다른 주민은 소리를 지르며 불만을 토로한다. 이에 한 주민이 시위하는 사람들과 201호 아줌마 사이를 중재해보려 하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는다.
 
오늘(9월 21일) 오후 3시 서울 세종문화회관 예술동 3층에서 연극 ‘옥상 밭 고추는 왜(연출 김광보)’ 제작발표회가 진행됐다. 현장에서 김광보 연출은 “서울시극단 단장으로 부임한 후에 선보이는 다섯 번째 작품이다. 창작극을 올린다는 것이 결코 쉬운 것이 아니지만 창작극은 반드시 공연돼야한다. 좋은 얘기가 많이 나올 수 있는 창작극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이번 작품은 빌라라는 한 건물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극인데, 무대 상에 모든 호수가 다 등장하지는 않는다. 특별하게 등장하는 방 3개와 그 위에 옥상을 설정해서 연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옥상 밭 고추는 왜’는 통찰력 있는 해석으로 감각적인 연출을 보여주고 있는 김광보 연출과 ‘환도열차’ ‘햇빛샤워’ 등 한국적 정서의 탐구를 이어가고 있는 장우재 작가가 11년 만에 의기투합해 선보이는 작품이다. 이에 대해 김 연출은 “장우재 작가와의 인연은 1994년부터 시작됐다. 제가 생각하기에 장 작가는 거대담론을 표피적으로 보여주는 작가가 아니라 일상을 소재로 거기에 묻어있는 담론을 얘기하는 작가다. 이번 작품 역시 그렇게 쓰였다. 초고를 받아보고는 수정을 하지 않고 그대로 공연을 하겠다고 하고 연습을 하고 있는데, 어떤 평가를 받을지 몰라 떨리기도 하고 부담도 된다. 11년 만에 만난 작업이 재밌다”고 밝혔다.
 
▲ 연극 ‘옥상 밭 고추는 왜(연출 김광보)’의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연출 김광보와 작가 장우재(왼쪽부터).(뉴스컬처)     ©윤현지 기자
 
극은 여느 집에서나 볼 수 있는 옥상 텃밭 고추 때문에 일어나는 사건을 중심으로, 도덕(Moral)과 윤리(Ethic) 사이에서 고민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그린다. 낡고 오래된 빌라의 304호에 거주하는 광자가 옥상에 심어둔 고추를 201호에 사는 현자가 너무 많은 양을 따가 버려서 생기는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장 작가는 “예전에 살던 연립빌라 옥상에서 실제 일어났던 사건을 모티브로 극을 썼다. 고추를 놓고 다툰 일이 있었다는 사건 외에는 다 픽션이다. 현재 우리가 고민해봐야 하는 것은 거대 담론이 아니라 제기되고 있는 여러 문제가 우리 일상 안에서 어떻게 다뤄지고 있는지를 이야기해 보는 것”이라며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인 것이다’라는 문장을 계속 염두에 두면서 이런 이야기를 나눠봐야 하는 시대가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작품을 썼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도덕과 윤리를 구별하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도덕은 모두가 지켜야 할 커다란 옳은 것에 대한 이야기라면 윤리는 나 스스로는 뭘 지키면서 살아야 할까에 대한 기준을 꺼내는 것으로 생각한다. 혼재되고 충돌돼오던 이 부분이 이제는 구분돼야 하는 시대가 아닌가 싶다. 이제는 이런 이야기를 해보자는 뜻을 담고 있다”고 덧붙였다.
 
▲ 연극 ‘옥상 밭 고추는 왜(연출 김광보)’의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배우와 창작진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뉴스컬처)     ©윤현지 기자
 
극의 주인공인 지극히 평범한 서른세 살의 ‘현태’ 역은 최근 연극 ‘프로즌’에서 연쇄살인범 랄프 역을 맡아 극한의 감정 표현으로 주목받은 이창훈이 맡았다. 전화국을 정년퇴직 후 부동산 사업으로 제2의 인생을 설계 중인 ‘현자’ 역에는 연극과 영화를 넘나들며 개성 넘치는 연기를 보여주는 고수희가 캐스팅됐다.
 
‘현자’의 동거남인 ‘수환’ 역은 서울시극단의 실력파 배우 이창직이 ‘현태’의 엄마인 ‘재란’ 역은 제50회 동아연극상 유인촌신인연기상(2014)을 수상한 백지원이 맡았다. 빌라에 산 지 가장 오래된 ‘성복’ 역에는 제6회 대한민국 연극대상(2013) 남자 인기상을 수상한 베테랑 배우 한동규가 열연한다. 이외에 유성주, 최나라, 장연익, 김남진, 문경희, 한규남, 문호진, 구도균 등 쟁쟁한 배우들이 참여해 우리 이웃에서 볼 수 있는 인물들의 삶을 섬세하게 그려낼 예정이다.
 
현장에 참석한 이창훈은 “자신의 기준에 맞춰 세상과 싸우는 현태는 어쩌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싸움을 하는 인물이다. 처음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연출님에게 여러 이야기를 들으면서 배역에 대한 애정이 생겼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고수희는 “그는 “대본을 처음 읽고는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센 캐릭터의 아주머니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연습하면서 현자가 내 어머니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모두에게 공감될 수 있는 인물이었으면 좋겠다. 모두의 엄마이거나 이모 같은 모습으로 비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연습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옥상 밭 고추는 왜’는 내달 13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된다.
 
 
[공연정보]
공연명: 연극 ‘옥상 밭 고추는 왜’
극작: 장우재
연출: 김광보
공연기간: 2017년 10월 13일 ~ 29일
공연장소: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출연진: 이창직, 유성주, 최나라, 이지연, 장연익, 김남진, 문경희, 한규남, 백지원, 문호진, 한동규, 고수희, 구도균, 이창훈 외
관람료: R석 5만원, S석 3만원, A석 2만원
 
(뉴스컬처=허다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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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다민 기자
뉴스컬처/공연문화팀
heo@newsculture.tv
 
2017/09/21 [17:18] ⓒ 뉴스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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