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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연한 이야기] 무대로 간 이상…그 세가지 버전
 
양승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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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무극 ‘굳빠이 이상(연출 오루피나)’ 프레스콜 중 이상(왼쪽부터 김용한, 최정수, 김호영 분) 역을 맡은 세 배우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뉴스컬처)     ©이지은 기자
 
한국 문단의 ‘천재’라 불리는 작가 이상(李霜, 본명 김해경, 1910~1937)의 시는 읽으면 읽을수록 오묘한 데가 있다. 그의 대표작 ‘오감도’ ‘거울’ ‘건축무한육면각체’ 등을 살펴보면 띄어쓰기가 되지 않았다거나 같은 어구가 수십 번 반복되고, 숫자와 기호가 복잡하게 뒤섞여 있거나 앞뒤 내용이 전혀 연결되지 않는다.
 
기존의 시와 공통점을 찾을 수 없다는 특별함은 살아생전 시인을 ‘이상한 사람’으로 손가락질 받게 했지만, 오늘날 많은 독자들의 머릿속에는 ‘비범한 시인’으로 자리할 수 있게 했다. 최근 연극, 뮤지컬 중에도 이상을 소재로 한 독특한 작품 여러 편이 비슷한 시기 무대에 올라 주목을 받고 있다.
 
먼저 지난 5일 두산아트센터에서 개막한 연극 ‘20세기 건담기’는 1936년 경성을 배경으로 당시 20대 젊은 예술가들의 행적을 ‘말하기 쇼’로 풀어낸 작품이다. 실제 이상과 그의 친구인 소설가 박태원이 자신들을 ‘건담가(健談家, 말로 떠들어대는 사람)’라고 자처하며, 재미난 입담으로 주변 문학인들을 웃기고 다녔다는 점에서 착안했다.

극 중 이상과 박태원은 새로운 라디오 기술을 통해 21세기 미래의 관중에게 다양한 이야기를 펼쳐낸다. 이들이 떠드는 말이란 ‘이상(理想)적 삶’에 관한 것이지만, 식민지 조선의 현실은 비참하고 초라할 뿐이다. 일제강점기 치하 예술가들은 가난, 질병, 사랑의 아픔에 시달리는데, 암울했던 조선의 시대상과 비참한 세월을 견딘 예술가의 삶을 엿볼 수 있다.
 
오는 21일 CKL스테이지에서 개막하는 서울예술단의 신작 가무극 ‘꾿빠이 이상’도 스물일곱에 요절한 천재 시인 이상과 그를 둘러싼 인물들이 이상의 삶과 죽음에 얽힌 미스터리를 그린다. 작가 김연수가 2001년 발표한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그의 유품인 ‘데드마스크’에 관한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며 이상이라는 인물 자체의 모호함을 풀어낼 예정이다.
 
특히 실험적 요소를 더한 이번 공연은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물어 관객이 직접 공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 관객들은 공간을 자유롭게 이동하며 자신이 보고 싶은 것을 선택해서 볼 수 있다. 자신의 얼굴을 찾고자 여러 사람을 만나는 육체의 이상(身), 자신이 누구인지 혼란스러워 하는 감각의 이상(感), 모든 것을 논리적으로 바라보는 지성의 이상(知)을 포함해 금홍, 김기림, 박태원 등 이상을 둘러싼 인물 13인도 함께 등장한다.
 
오는 11월 대학로 동숭홀에서 재공연되는 뮤지컬 ‘팬레터’ 역시 소설가 이상과 김유정을 중심으로, 이들이 속했던 문학 단체 ‘구인회’에서 모티브를 얻어 만들었다. 1930년대 경성의 신문사를 배경으로 문인들의 문학에 대한 열정, 사랑과 우정 등을 판타지 심리 드라마로 풀어낸다. 극 중 이상은 천재 소설가 김해진 혹은 모더니스트 이윤의 모습을 통해 드러난다. 서거 80주기를 맞은 올 가을, 천재 시인의 비범함을 책이 아닌 무대에서 만나보는 건 어떨까.
 
(본 기사는 헤럴드경제 2017년 9월 22일자 신문에 동시 게재되었습니다) 

(뉴스컬처=양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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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희 기자
뉴스컬처/공연문화팀장
yang@newsculture.tv
 
2017/09/22 [16:03] ⓒ 뉴스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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