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URE
MUSICAL
PLAY
ART
NEWS
USER NEWS
독자광장
이벤트
관람후기
기사제보
HOME > CULTURE > PLAY
[리뷰] 이것은 이란의 작가로부터 온 편지, 연극 ‘하얀토끼 빨간토끼’
2017 SPAF 통해 선보여, 매일 다른 배우에게 공연 당일 대본 주는 1인극
 
황정은 기자
트위터 페이스북 공감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 이란의 작가 낫심 술리만푸어의 연극 ‘하얀토끼 빨간토끼’ 공연 장면.(뉴스컬처)     © 사진=SPAF

모두의 관심사였다. 공연에 출연할 배우에게 당일, 대본을 주고 그 전에 어떤 연습도, 연출의 디렉팅도 없이 오로지 배우 홀로 현장에서 무대를 만들어야 하는 작품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배우 혼자 무대를 채워나가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면서, 과연 어떤 작품이 나올지 관객들로부터 궁금증을 일으켰다. 연극 ‘하얀토끼 빨간토끼’다.

결과부터 말하면 이 작품은 배우 혼자 만들어 나가지 않는다. 관객과 함께 만들어나간다. 관객이 그저 객석에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무대에 나와 직접 ‘무엇인가(something)’로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극이 진행되고, 작품이 건네는 의미를 함께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작품을 논할 때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는데, 이유는 작가로부터 온 일종의 편지이기 때문이다. 연극 ‘하얀토끼 빨간토끼’는 이란의 작가 낫심 술리만푸어(Nassim Soleimanpour)가 지난 2010년 쓴 작품이다.
 
1981년 이란에서 태어난 작가는 강제 군 복무에 강한 거부감을 갖고 이를 거부한다. 하지만 군대를 가지 않으면 여권이 폐지되는 이란의 제도 하에서 그는 결국 여권이 폐지됐고 해외여행을 할 수 없게 된다. 강제적으로 고립된 공간 속에 살게 된 그는 역설적으로 더 많은 관객과 만나겠다는 의지로 ‘하얀토끼 빨간토끼’를 썼다.
 
▲ 이란의 작가 낫심 술리만푸어의 연극 ‘하얀토끼 빨간토끼’ 공연 장면.(뉴스컬처)     © 사진=SPAF

마치 지령봉투처럼, 밀폐된 봉투 안에 꽁꽁 싸인 대본을 열면 배우가 읽어야 할 이야기가 적혀있다. 배우는 자신이 앞으로 어떤 말을 내뱉게 될 지, 관객에게 어떤 작품을 보여주게 될 지 모른 채 그저 적힌 대로 적힌 것을 ‘수행’ 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는 배우기 때문이다.

작가는 배우의 행동하기에 관객을 참여시킨다. 인원을 파악하겠다는 명분(?) 아래 관객이 스스로에게 번호를 부여하게 하고, 작가는 번호를 불러 해당 관객을 무대 위에 출연시킨다. 관객은 토끼가 되기도, 곰이 되기도 한다. 연극을 일종의 ‘역할 놀이’ 로 사용해 관객으로 하여금 원하든 원하지 않든 어떤 역할이 되게 하는 것이다.

대본에 쓰인 이야기는 제목 그대로 ‘하얀토끼 빨간토끼’다. 작가의 외삼촌이 실행했다는 실험이다. 이는 무리 속에서 쟁취하는 토끼들과 그것에 낙오한 나머지 토끼들에 대한 이야기로, 원하는 것을 쟁취한 토끼를 ‘빨간 토끼’ 라고 부른다. 실험을 통해 관객은 작가가 ‘습성’ 이라고 표현한, 무리 속에서 생존하는 방식을 듣게 된다. 결국 관객은 원하든 그렇지 않든 쟁취자든 낙오자든 그 중 한 명이 되고 만다.





▲ 이란의 작가 낫심 술리만푸어의 연극 ‘하얀토끼 빨간토끼’ 공연 장면.(뉴스컬처)     © 사진=SPAF

비유적이고 상징적인 이야기다. 이것이 무엇에 관한 이야기인지 작가는 명백하게 입 밖으로 꺼내지 않지만, 그가 처한 이란의 현실 더 나아가 우리가 처한 국내의 현실을 통해 관객은 스스로 이 작품을 어떤 것(something)에 관한 이야기로 해석하고 선택해 가져가게 된다. 그 점에서 이 작품은 정치성을 지양하지만 동시에 명백한 정치성을 띄고 있다.

2010년 쓰인 작품은 이듬해 에딘퍼러 페스티벌과 토론토 썸머위크 페스티벌에서 초연을 선보인 바 있다. 그 해에 아치브릭 상(The Arches Brick Award)과 우수 공연 텍스트 상 등을 수상하며 연극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20개 이상의 다른 언어로 번역돼 세계 각국에서 공연이 이뤄지고 있다.

이번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 공연을 통해서는 국내 연극계의 다양한 배우들이 매일 다르게 출연한다. 손숙, 이호재, 예수정, 하성광, 김소희, 손상규 등 다양한 세대의 배우들이 각각의 언어로 작가의 편지를 관객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오는 24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공연정보]
공연명: 연극 ‘하얀토끼 빨간토끼’
극작: 낫심 술리만푸어(Nassim Soleimanpour)
공연기간: 2017년 9월 21 ~24일
공연장소: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출연: 손숙, 이호재, 예수정, 김소희, 하성광, 손상규
관람료: 전석 3만원

(뉴스컬처=황정은 기자)
[뉴스컬처 360VR] [뉴스컬처 연예TV] [네이버 포스트]
<저작권자ⓒ뉴스컬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공공연한 이야기]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 세 작품을 만나다
[컬처포토] 탐욕의 끝은 어디인가, 연극 ‘오셀로’
[컬처포토] 엇갈리는 사랑이란 화살의 끝, 연극 ‘라빠르트망’
[리뷰] ‘덕밍아웃’은 괜찮지만 ‘커밍아웃’은 어떨까? 청소년 연극 ‘좋아하고 있어’
[뉴스컬처 라이브] 영화 ‘침묵’ 언론시사회…10월 24일 뉴스컬처 네이버TV-페이스북 라이브 방송
[뉴스컬처 라이브] 영화 ‘메소드’ 언론시사회…10월 23일 뉴스컬처 네이버TV-페이스북 라이브 방송
[인터뷰] ‘서편제’ 이자람 “예술적 장인? 생이 흑백 되는 순간 오지 않게 즐길 뿐”
오페라, 가을 무대 아름답게 물들인다…리골레토-아이다-탄호이저-코지 판 투테

황정은 기자
現 뉴스컬처 객원기자
前 문화플러스 기자

프리랜서 작가 겸 자유기고가
"글은 연주요, 언어는 악기다"
 
2017/09/23 [10:09] ⓒ 뉴스컬처
 
관련기사목록
[하얀토끼빨간토끼] [리뷰] 이것은 이란의 작가로부터 온 편지, 연극 ‘하얀토끼 빨간토끼’ 황정은 기자 2017/09/23/
핫이슈
[공공연한 이야기] 파바로티 떠난 10년…세상은 그를 떠올린다
[리뷰] ‘덕밍아웃’은 괜찮지만 ‘커밍아웃’은 어떨까? 청소년 연극 ‘좋아하고 있어’
[현장스케치] 민트 헤드폰 쓰고 빨간머리 소녀 이야기 따라…‘로드씨어터 대학로2’
[현장스케치] 내 삶에 더욱 교묘히 파고드는 ‘빅 브라더’의 막강한 힘…연극 ‘1984’
오페라, 가을 무대 아름답게 물들인다…리골레토-아이다-탄호이저-코지 판 투테
배너닫기
가장 많이 본 기사 [CULTURE]
배우 정원영, 단독 토크쇼 ‘1열인터뷰’ MC 변신…1회 게스트는 ‘팬텀싱어2’ 박강현
[리뷰] ‘덕밍아웃’은 괜찮지만 ‘커밍아웃’은 어떨까? 청소년 연극 ‘좋아하고 있어’
뮤지컬 배우 김재범, 22일 5살 연하의 일반인 신부와 결혼…“축복에 보답하겠다”
[금주의 문화메모&] 특별한 사람을 만난다면
[현장스케치] 한국 드라마를 보듯 자연스럽게…연극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
배너닫기
PLAY
[리뷰] ‘덕밍아웃’은 괜찮지만 ‘커밍아웃’은 어떨까? 청소년 연극 ‘좋아하고 있어’
PLAY
[현장스케치] 민트 헤드폰 쓰고 빨간머리 소녀 이야기 따라…‘로드씨어터 대학로2’
OPERA
오페라, 가을 무대 아름답게 물들인다…리골레토-아이다-탄호이저-코지 판 투테
배너닫기
About NewsCultureHISTORY이용약관개인정보취급방침사업제휴안내기사제보
㈜콘팩/뉴스컬처|대표이사/발행편집인:이훈희|취재팀장:양승희|영상제작본부장/이사:이장희|콘텐츠사업본부장:박상욱
취재팀:02-715-0013|편집팀:02-715-0012|영상제작본부:02-714-0052|콘텐츠사업본부:02-715-0014|청소년보호책임자:이장희
정기간행물등록번호:서울아02083|발행일자:2006.11.03|등록일자:2012.04.19.|주소:서울 용산구 한강대로 297, 우신빌딩 5층 뉴스컬처
㈜헤럴드|대표이사:권충원|인터넷신문등록번호:서울 아03710|주소:서울시 용산구 후암로 4길 10 헤럴드 스퀘어|대표전화:02-727-0114
Copyright NewsCulture. All Rights Reserved. 모든 기사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