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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이것은 이란의 작가로부터 온 편지, 연극 ‘하얀토끼 빨간토끼’
2017 SPAF 통해 선보여, 매일 다른 배우에게 공연 당일 대본 주는 1인극
 
황정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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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란의 작가 낫심 술리만푸어의 연극 ‘하얀토끼 빨간토끼’ 공연 장면.(뉴스컬처)     © 사진=SPAF

모두의 관심사였다. 공연에 출연할 배우에게 당일, 대본을 주고 그 전에 어떤 연습도, 연출의 디렉팅도 없이 오로지 배우 홀로 현장에서 무대를 만들어야 하는 작품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배우 혼자 무대를 채워나가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면서, 과연 어떤 작품이 나올지 관객들로부터 궁금증을 일으켰다. 연극 ‘하얀토끼 빨간토끼’다.

결과부터 말하면 이 작품은 배우 혼자 만들어 나가지 않는다. 관객과 함께 만들어나간다. 관객이 그저 객석에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무대에 나와 직접 ‘무엇인가(something)’로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극이 진행되고, 작품이 건네는 의미를 함께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작품을 논할 때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는데, 이유는 작가로부터 온 일종의 편지이기 때문이다. 연극 ‘하얀토끼 빨간토끼’는 이란의 작가 낫심 술리만푸어(Nassim Soleimanpour)가 지난 2010년 쓴 작품이다.
 
1981년 이란에서 태어난 작가는 강제 군 복무에 강한 거부감을 갖고 이를 거부한다. 하지만 군대를 가지 않으면 여권이 폐지되는 이란의 제도 하에서 그는 결국 여권이 폐지됐고 해외여행을 할 수 없게 된다. 강제적으로 고립된 공간 속에 살게 된 그는 역설적으로 더 많은 관객과 만나겠다는 의지로 ‘하얀토끼 빨간토끼’를 썼다.
 
▲ 이란의 작가 낫심 술리만푸어의 연극 ‘하얀토끼 빨간토끼’ 공연 장면.(뉴스컬처)     © 사진=SPAF

마치 지령봉투처럼, 밀폐된 봉투 안에 꽁꽁 싸인 대본을 열면 배우가 읽어야 할 이야기가 적혀있다. 배우는 자신이 앞으로 어떤 말을 내뱉게 될 지, 관객에게 어떤 작품을 보여주게 될 지 모른 채 그저 적힌 대로 적힌 것을 ‘수행’ 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는 배우기 때문이다.

작가는 배우의 행동하기에 관객을 참여시킨다. 인원을 파악하겠다는 명분(?) 아래 관객이 스스로에게 번호를 부여하게 하고, 작가는 번호를 불러 해당 관객을 무대 위에 출연시킨다. 관객은 토끼가 되기도, 곰이 되기도 한다. 연극을 일종의 ‘역할 놀이’ 로 사용해 관객으로 하여금 원하든 원하지 않든 어떤 역할이 되게 하는 것이다.

대본에 쓰인 이야기는 제목 그대로 ‘하얀토끼 빨간토끼’다. 작가의 외삼촌이 실행했다는 실험이다. 이는 무리 속에서 쟁취하는 토끼들과 그것에 낙오한 나머지 토끼들에 대한 이야기로, 원하는 것을 쟁취한 토끼를 ‘빨간 토끼’ 라고 부른다. 실험을 통해 관객은 작가가 ‘습성’ 이라고 표현한, 무리 속에서 생존하는 방식을 듣게 된다. 결국 관객은 원하든 그렇지 않든 쟁취자든 낙오자든 그 중 한 명이 되고 만다.





▲ 이란의 작가 낫심 술리만푸어의 연극 ‘하얀토끼 빨간토끼’ 공연 장면.(뉴스컬처)     © 사진=SPAF

비유적이고 상징적인 이야기다. 이것이 무엇에 관한 이야기인지 작가는 명백하게 입 밖으로 꺼내지 않지만, 그가 처한 이란의 현실 더 나아가 우리가 처한 국내의 현실을 통해 관객은 스스로 이 작품을 어떤 것(something)에 관한 이야기로 해석하고 선택해 가져가게 된다. 그 점에서 이 작품은 정치성을 지양하지만 동시에 명백한 정치성을 띄고 있다.

2010년 쓰인 작품은 이듬해 에딘퍼러 페스티벌과 토론토 썸머위크 페스티벌에서 초연을 선보인 바 있다. 그 해에 아치브릭 상(The Arches Brick Award)과 우수 공연 텍스트 상 등을 수상하며 연극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20개 이상의 다른 언어로 번역돼 세계 각국에서 공연이 이뤄지고 있다.

이번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 공연을 통해서는 국내 연극계의 다양한 배우들이 매일 다르게 출연한다. 손숙, 이호재, 예수정, 하성광, 김소희, 손상규 등 다양한 세대의 배우들이 각각의 언어로 작가의 편지를 관객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오는 24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공연정보]
공연명: 연극 ‘하얀토끼 빨간토끼’
극작: 낫심 술리만푸어(Nassim Soleimanpour)
공연기간: 2017년 9월 21 ~24일
공연장소: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출연: 손숙, 이호재, 예수정, 김소희, 하성광, 손상규
관람료: 전석 3만원

(뉴스컬처=황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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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은 기자
現 뉴스컬처 객원기자
前 문화플러스 기자

프리랜서 작가 겸 자유기고가
"글은 연주요, 언어는 악기다"
 
2017/09/23 [10:09] ⓒ 뉴스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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