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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어깨 주물러줄 누군가의 격려 있다면, 세상은 마법 같은 것…연극 ‘오펀스’
미국 작가 라일 케슬러 대표작 국내 초연, 김태형 연출 지휘봉
 
양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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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오펀스(연출 김태형)’의 공연장면 중 필립(오른쪽 문성일 분)이 결박된 트릿(손병호 분)에게 무언가를 설명하고 있다.(뉴스컬처)     ©윤현지 기자
 
고아를 뜻하는 영어 단어 ‘orphan’의 어원은 어둠, 밤을 뜻하는 그리스어 ‘orphne’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부모라는 빛을 잃은 아이는 밤처럼 깜깜한 세상을 살아간다는 의미를 담았을까. 한자어 고아(孤兒)의 ‘고(孤)’ 자 역시 외롭다, 의지할 데가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지난 19일 개막한 연극 ‘오펀스(연출 김태형)’는 어둡고 외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고아 형제의 삶에 또 다른 고아 출신 갱스터가 끼어들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극작가, 시나리오 작가, 배우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는 미국 출신 라일 케슬러의 대표작으로 지난 1983년 LA에서 초연됐다. 이후 전 세계적으로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으며, 1987년 동명 제목의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이번에 한국에서 초연되는 ‘오펀스’는 대학로의 믿고 보는 연출가로 통하는 김태형, 관록과 실력을 갖춘 배우들의 의기투합으로 개막 전부터 주목을 받았다.
 
1980년대 미국 필라델피아 북부의 낡고 허름한 집을 배경으로 하는 극에는 고아 형제 ‘트릿’과 ‘필립’이 등장한다. 충동적이고 폭력적인 성격을 지닌 형 트릿은 좀도둑질로 가장 역할을 하고 있으며, 소심하지만 순수한 성향의 동생의 ‘필립’은 외부 세상과 단절된 채 오로지 집안에서만 살아간다.
 
동생에 대한 지나친 보호 심리와 혼자가 되는 것에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트릿은 필립이 밖에 나가지 않고 어떤 지식도 없이 살기를 원한다. 하지만 바깥 세상에 대한 궁금증이 큰 필립은 신문과 책, TV 등을 통해 몰래 글을 깨우치고, 이를 들킬 때마다 형에게 크게 혼나고 만다.
 
▲ 연극 ‘오펀스(연출 김태형)’의 공연장면 중 형 트릿(오른쪽 윤나무 분)이 동생 필립(문성일 분)에게 화내고 있다.(뉴스컬처)     ©윤현지 기자

좀도둑질을 일삼던 트릿은 어느 날 술에 취한 중년 남성 ‘해롤드’를 집으로 납치해온다. 해롤드는 사실 엄청난 재산을 가진 시카고 갱스터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트릿은 한 몫을 단단히 챙길 마음에 그를 밧줄로 결박한다. 트릿이 잠깐 밖으로 나간 사이 해롤드와 필립 두 사람만 집안에 남게 되지만, 갱스터의 베테랑 일원인 해롤드는 마치 마술처럼 밧줄을 풀어 필립을 깜짝 놀라게 만든다. 집에 돌아온 트릿 역시 해롤드는 가뿐하게 제압시킨다.
 
자신 역시 고아 출신이라고 밝힌 해롤드는 트릿에게 자신을 위해 일한다면 큰돈을 주겠다고 제안한다. 부모도 없이 갑자기 세상에 던져져 갑자기 어른이 되어버린 ‘앵벌이 키즈’라는 공통점이 고아들의 마음을 서로 동하게 한 것. 두 형제와 해롤드의 동거는 시작되고 해롤드는 마치 아빠처럼 트릿과 필립을 보살피고 교육하며 때로는 길들인다. 특히 필립에게는 새로운 신발을 사주고 지도 읽는 법을 알려주며 집밖으로 나갈 수 있는 용기를 북돋아준다.
 
해롤드는 마치 밧줄을 풀 때의 마술처럼, 담장을 넘어갈 수 있는 천사의 날개처럼 형제의 삶을 변화시킨다. 필립의 어깨를 주물러주며 응원과 격려의 말을 해주는 해롤드의 모습이 극을 통틀어 가장 큰 인상을 남긴다. 누군가의 진심 어린 지지만 있다면 우리의 삶은 어둡거나 외롭지 않을 수 있으며, 좀 더 수월하게 세상 밖으로 발을 내디딜 수 있음을 짐작케 한다.
 
아빠 같았던 해롤드가 떠나며 형제는 다시 고아로 세상에 남지만, 그 전과 다른 삶을 살게 되지 않을까. 배우 손병호, 윤나무, 문성일의 개성 넘치는 연기가 극의 재미와 감동을 배가시킨다. 극장을 나설 때 작품이 마치 내 어깨를 주물러 준 듯한 시원함과 따뜻함이 남는다. 오는 11월 26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
 
 

[공연정보]
공연명: 연극 ‘오펀스’
극작: 라일 케슬러
연출: 김태형
공연기간: 2017년 9월 19일 ~ 11월 26일
공연장소: 아트원씨어터 2관
출연진: 박지일, 손병호, 이동하, 윤나무, 장우진, 문성일, 김바다
관람료: R석 5만 5천원, S석 4만 4천원
 
(뉴스컬처=양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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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희 기자
뉴스컬처/공연문화팀장
yang@newsculture.tv
 
2017/09/28 [13:28] ⓒ 뉴스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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