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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고발자들’ 박상현 연출 “고통스럽지만 누군가 또 나서줄 거라 믿어요”
민간인 불법사찰 문제 불거지며, 내부고발자 이야기 쓰기로 결심
 
허다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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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고발자들(연출 박상현)’의 박상현 연출을 서울 대학로 한 카페에서 만났다.(뉴스컬처)     ©이지은 기자
 
특정한 주인공이 등장하지도, 하나의 상황이 펼쳐지지도 않는다. 각자의 상황에 충실한 13명의 배우가 전하는 이야기는 모두 같은 메시지를 담고 있는데, 이를 짧은 대사들과 몸짓들로 표현하며 순식간에 관객을 극 속에 몰입시킨다. 연극 ‘고발자들(연출 박상현)’이 지난달 22일부터 무대에 오르고 있다. 의미 있는 사회적 소재를 색다른 방식으로 풀어내며 눈길을 끌고 있는 박상현 연출을 만나 작품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고발자들’이 관객과 만나기 시작한 후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매일 공연장을 찾고 있다는 그는 관객과의 만남이 매번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는 긴장된다고 표현했다. 박 연출은 “공연이 진행될수록 관객분들이 편하게 작품을 봐주시는 것 같다. 편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긴장과 이완을 반복하면서 흡인되는 것이 느껴져서 저도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충분히 애도되지 못한 슬픔’ ‘철수연대기’ ‘조치원 해문이’ 등으로 실험적 연출을 선보여온 박 연출이 이번 작품에서 ‘내부고발자’들의 이야기에 주목했다. 우리 사회를 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온 내부고발자들에 대한 관심과 인정, 이해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을 전하기 위해서다. 극에서는 여러 내부고발자의 고뇌와 고통의 순간들을 따라가 보며 ‘그래도 내부고발자로 나설 것인가?’라는 묵직한 물음을 남긴다.
 
▲ 연극 ‘고발자들(연출 박상현)’ 공연 장면. 박 연출은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이야기는 실제 사건을 기반으로 하지만 약간 가공이 된 부분도 있다. 극에 맞게 응축시킨 사건도 있고 유머러스한 변형을 가한 것도 있고 과장을 한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뉴스컬처)     ©사진=K아트플래닛
 
“자기 집단 내에서 일어나는 비밀스러운 부정행위, 권력 남용 같은 것을 외부에 알린 사람들의 이야기예요. 그들은 영웅적 시각으로 박수를 받기도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배신자로 손가락질을 받고, 의혹의 눈길을 계속 받으면서 다시 배신할 것이라는 편견에 고통받습니다. ‘내부고발자’로 소재로 잡고 자료 조사를 하다 보니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한 상황에 집중하기보다 여러 인물을 교차하는 방법을 택했어요. 어느 한 사람의 비극만을 전하는 것이 아닌 거죠. 배우들이 군집해서 나오기도 하고, 단독으로 이야기를 전하기도 하면서 극이 진행됩니다.”
 
처음 작품을 구상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2년 국무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문제가 불거지고 난 이후다. 박 연출은 “그 사건을 시작으로 내부고발자들이 하나둘 사회에 등장했고 그분들의 고통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며 연극적인 요소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때부터 여러 자료를 찾아봤다. 많은 양의 사례 중 유사한 직업이나 사례를 제외하고 인물의 다양성을 기준으로 하며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공연에서 다양한 사건이 등장하지만 그 10배에 가까운 사례를 찾아봤다”고 설명했다.
 
별개의 집단에서 다른 사건을 고발하지만 결국은 비슷한 결말을 맞게 되는 인물들. 닮은 행위가 이어지는 것에 지루함이 느껴지지 않도록 극을 끌어가는 것이 가장 큰 숙제였다. 고민 끝에 선택한 방법은 설명을 길게 하는 대신 대사를 짧게 토막 내 잔물결이 뒤바뀌는 형식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다. 실제 공연에서는 13명의 배우가 다수의 내부고발자와 그들을 둘러싼 다양한 인물들을 번갈아 연기하며 하나의 상황에 집중하기보다 여러 모습을 교차적으로 그려낸다.
 
▲ 연극 ‘고발자들(연출 박상현)’ 공연 장면. 박 연출은 “연습시간을 3달 반 정도를 가졌다. 일주일에 두 번 정도 만나서 연습을 해보고 쉬는 동안 또 수정하고 다시 만나서 연습하고를 반복했다. 장기간을 붙잡고 있어서 배우들에게 미안했다. 무용 전문가는 아니어서 움직임 지도에는 도움도 받았고 배우들과 함께 아이디어를 계속 공유하며 생산적이고 행복한 작업을 했다”고 되돌아봤다.(뉴스컬처)     ©사진=K아트플래닛
 
박 연출은 “공연 중후반쯤에는 관객들도 이런 공연의 문법을 읽게 되고 이렇게 계속 갈 것인가를 질문하게 된다. 딴 것을 보여달라는 의미인데, 그것을 어떻게 충족시킬 것인가 계속 생각하다 춤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며 “대본을 무대화하는데 고민에 빠져있을 때 봤던 현대무용 공연에서 소그룹들이 맺어졌다 흩어지는 모습을 봤다. 거기에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다.
 
몸짓을 통해 그려내는 것은 내부고발자들의 ‘육체적 고통’이다. 왜 그는 ‘고통’에 주목한 것일까. 박 연출은 “사람에게 가장 소구력있는 고통은 육체적 고통이다. 정신적 고통 또한 육체적 고통을 결과로 가지고 온다. 내부고발자들을 비롯한 그 가족들이 마음의 병을 앓다 육체적 고통과 병을 얻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정신적 고통과 갈등, 관계의 파손이 결국 육체를 망가트리는 모습을 관객들에게 어필하고 싶었다. 몸짓으로 표현하는 장면에서 세 번의 변화가 있는데, 고통을 한 단계씩 비약적으로 높여주는 기능을 한다”고 이야기했다.
 
▲ 박 연출은 작품의 관극 포인트에 대해 “그냥 맡겨버리면 될 것 같다. 자전거를 타거나 작은 배를 타거나 보트를 타거나 했을 때 잘 갈 수 있을까 불안함을 느낄 것”이라며 “이 극이 가지고 있는 난파장이나 난기류 같은 느낌을 분석적으로 보려고 하지 말고 파도에 맡겨버린다는 기분으로 관람을 하면 즐길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뉴스컬처)     ©이지은 기자
 
“마지막이 ‘안타깝다’ ‘슬프다’고 생각하시면서 이 사회에 희망이 없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냐고 묻는 분들도 있으세요. 공연에서는 10장의 내용, 내부고발자들의 고통의 고백으로 끝나지만 관객분들은 11장 12장이 어떨지 생각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어떻게든 희망이 있을 거예요. 그것까지 상상하고 생각하실 수 있으셨으면 합니다. 그래도 내부고발자가 될 것인가 묻고 있지만 누군가는 또 나서지 않을까요? 그것이 우리가 이 세상에 가지고 있는 믿음이지 않을까 싶어요.”
 
끝으로 박 연출은 더욱 다양한 주제, 과감한 주제의식이 색다른 형식과 스타일로 표현되는 작품들이 더 많이 탄생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관객분들도 좀 더 열린 눈과 마음으로 작품들을 감상해주셨으면 하고, 그런 새로움을 계속 요구했으면 좋겠다. 새로운 형식이나 주제의 작품을 외국 공연이나 페스티벌에서만 찾고 그것으로 만족하기보다 우리의 연극이 더 진보하고 나아갈 수 있도록 함께해주셨으면 한다. 하나의 지평은 창작자와 관객이 함께 넘는 것”이라고 당부했다.
 

[프로필]
이름: 박상현
직업: 학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 극작가, 연출가
수상: 연극평론가협회 올해의 연극베스트3(1997), 김상열연극상(2004), 대산문학상 희곡부문(2004), 연극평론가협회 올해의연극베스트3(2004)
연출작: 연극 ‘자객열전’ ‘진과 준’ ‘공포’ ‘사이코패스’ ‘충분히 애도되지 못한 슬픔’ ‘모든 것을 가진 여자’ ‘키스’ ‘그림 같은 시절’ ‘난 새에게 커피를 주었다’ ‘임차인’ ‘G코드의 탈출’ 외
 
(뉴스컬처=허다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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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다민 기자
뉴스컬처/공연문화팀
heo@newsculture.tv
 
2017/10/10 [13:40] ⓒ 뉴스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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