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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서편제’ 이자람 “예술적 장인? 생이 흑백 되는 순간 오지 않게 즐길 뿐”
초연부터 4연까지 ‘송화’役, 국악 음악감독 맡아 1인 다역
 
양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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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서편제(연출 이지나)’에 출연 중인 배우 이자람을 서울 대학로 한 카페에서 만났다.(뉴스컬처)     ©이지은 기자
 
이자람을 어떤 수식어로 불러야 좋을까. 소리꾼, 배우, 작창가, 음악감독, 가수까지 그야말로 전방위에서 폭넓게 활동하는 아티스트다. 올해도 지난 4월 창극 ‘흥보씨’의 작창, 작곡, 음악감독을 맡고, 같은 달 ‘세종페스티벌☓서울뮤직위크’에서 아마도이자람밴드의 보컬로 무대에 섰으며, 8월에는 연극 ‘20세기 건담기’의 음악을 맡아 활약했다.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는 그에게 사실 올해는 창작을 잠시 쉬어가는 ‘안식년’이었으나, 뮤지컬 ‘서편제(연출 이지나)’가 3년 만에 재공연을 확정지으면서 하반기 배우로서 무대에 서게 됐다. 그는 “(차)지연이와 제가 출연을 하느냐 마느냐에 따라 ‘서편제’ 공연 여부가 결정된다고 하니, 도저히 안할 수 가 없었다. ‘서편제’는 내가 노는 울타리 너머의 새로운 세상이기 때문에 늘 ‘리프레시’하는 마음으로 참여한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자람은 2010년 초연부터 국악 작곡 및 주인공 ‘송화’ 역으로 참여해 4연까지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이름을 올렸다. ‘서편제’로 각종 뮤지컬 시상식에서 여우신인상까지 받으며 연기력까지 인정받았으니, 남다른 작품임에 분명하다. 이번 4연의 특별함을 물으니 이자람은 “유난히 배우들간의 교류가 돈독해 서로를 믿고 그날 그날의 감정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표현하는 일들이 많은 것 같다”고 입을 열었다.
 
▲ 이자람은 “이지나 연출님이 ‘서편제’의 송화 이야기가 자칫하면 감상적이고 폭력적인 이야기가 될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아버지가 눈을 멀게 하고 동생이 떠나서 예술가가 되는 것이 아니라 ‘송화’가 자기 소리에 인생을 걸고 끝까지 걸어 나가는 ‘기인’처럼 표현하려고 했다. 아버지가 눈을 멀게 하지 않았어도 송화는 마지막에 ‘심청가’를 멋지게 부를 수 있는 소리꾼이다”라고 이야기했다.(뉴스컬처)     ©윤현지 기자

“총 4연 중에 이번 공연이 ‘동호’의 이야기가 가장 정리가 잘 됐다는 평을 많이 받고 있어요. ‘서편제’가 유봉, 송화, 동호 셋의 음악 인생을 담은 이야기인데, 저도 이번에 객석에서 공연을 보니 3명의 캐릭터가 찰랑찰랑 하면서 같은 밸런스를 유지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어느 배역 하나 구멍이 없고 무대가 꽉 찬 느낌이었죠. 관객으로 공연을 보니 더 멋있었는데, 저도 ‘서편제’라는 작품의 톱니바퀴 중 하나라고 생각하니 뿌듯하더라고요.(웃음)”
 
잘 알려진 대로 ‘서편제’는 한국 문학의 교과서로 평가 받는 이청준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특히 이자람이 연기하는 ‘송화’는 동생과 이별하고 아버지에게 두 눈을 빼앗기면서까지 묵묵히 소리길을 걷는 인물이다. 그는 “특히 이번에 송화가 소리꾼 이전에 ‘삶을 버티는 사람’으로서 저와 굉장히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며 “최근 들어 보통 사람들이 어떻게 외로움을 견디고 삶을 버틸까에 대해 고민했는데, 송화야말로 그런 것을 버틴 축약본 같다. 그렇기 때문에 관객들도 송화의 삶을 보면서 위로를 받는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자람은 “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사람들은 모두 혼자 늙어 죽는 것을 두려워해요’라는 말을 들었는데, 거기서 큰 깨달음을 얻었다. 바로 그 두려움 때문에 가족과 애인, 친구, 부부와 지지고 볶으며 싸우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와중에 가족도 애인도 친구도 없는 송화를 보니 정말 ‘혼자’라서 더 먹먹하게 느껴졌다. ‘서편제’는 사람이 가진 외로움을 어떻게 응원하고 격려하는지 보여주는 좋은 작품이다”라고 이야기했다.
 
▲ 뮤지컬 ’서편제(연출 이지나)’ 공연장면 중 동호(오른쪽 김재범 분)가 눈이 먼 누나 송화(이자람 분)의 손을 잡고 있다.(뉴스컬처)     ©윤현지 기자

한편으로 그가 올해를 ‘안식년’으로 삼은 이유가 궁금했다. 이자람은 “내가 하는 일들에 ‘번아웃’이 될까봐 쉬기로 했다. 기술적으로 노래가 나오지 않는 음악적 죽음, 창작을 하려는 욕구가 없어지는 철학적 죽음, 주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는 정치적 죽음 중 다른 것의 죽음을 막기 위해 잠시 음악적 죽음을 택했다”고 답했다. “더 이상 가을 바람이 설레지 않고, 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생이 흑백이 되는 끔찍한 순간일 것 같아서”다.
 
11살 때 판소리를 시작해 25년 이상 멈추지 않고 노래를 해온 이자람은 지난해 11월부터 입도 뻥끗하지 않고 8개월간 목을 쉬게 했다. 그러다 ‘서편제’ 연습을 위해 다시 소리를 내기 시작했는데 그는 “평생 단 한 번도 불편하지 않았던 내 목이 불편함을 느껴 초반에 애를 먹었다. 다행히 연습하면서 차츰 목이 돌아왔다”며 웃었다. 그는 “이렇게 호화롭고 넓은 남의 집(‘서편제’)에서 즐겁게 일을 하면 차츰 내 집(창작 작업)에서 일하고 싶은 욕망이 조금씩 찰 것 같다”고 덧붙였다.
 
▲ 이자람은 “이번 공연이 라이브가 아닌 MR로 진행되는 점이 가장 아쉽다. 우리 모두의 꿈은 오케스트라가 갖춰진 상태로 5연을 하는 것이다. (서)범석 아버지가 매일 ‘우리 꼭 10주년 가자’고 이야기하시는데, 매번 어떻게 될지 모르는 프러덕션에서 꿈을 꾸기란 쉽지 않다. 그래도 매회 공연 도미노처럼 터지는 관객들의 기립박수를 보며 희망을 가져보게 된다”고 말했다.(뉴스컬처)     ©이지은 기자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국악의 대중화를 이끈 소리꾼으로서 이자람을 ‘롤모델’로 꼽는 이들도 많다. 이에 대해 그는 “사람들은 이자람의 영향이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국악과 다른 장르의 콜라보나 국악의 대중화는 시대의 흐름이었고, 후배들은 그들 나름의 꼴대로 무대 위에 작품을 빚어낸 것이다. 따라서 롤모델이라는 수식어에 부담을 갖는 것 자체가 오만한 것 같다. ‘나나 잘하자’는 마음뿐”이라며 겸손한 답변을 내놓았다.
 
“송화처럼 예술가로서 완성된 ‘장인’이 되고 싶느냐고 했을 때, 저는 그러고 싶지는 않아요. 명창이 되고 싶은 욕심도 전혀 없고요.(웃음) 제가 저 자신에게 바라는 바는 그렇게 크지 않거든요. 그게 빵 한 조각일지라도 삶이 즐거워서 늘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사람이 되는 거예요. 어떻게 보면 야망이 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야망이 없으면 어때요? 욕망만 꺼지지 않으면 괜찮을 것 같아요..”
 

[프로필]
이름: 이자람
직업: 국악인, 배우, 가수
학력: 서울대학교 대학원 국악과 학사, 석사
수상: 제5회 더 뮤지컬어워즈 여자신인상(2011), 제3회 홍진기 창조인상 문화부문(2012), 제1회 서울뮤지컬페스티벌 예그린어워드 연기예술부문 여우신인상(2012) 외 다수
출연작: 창극 ‘춘향’, ‘숨쉬는 판소리’, 뮤지컬 ‘서편제’, 판소리극 ‘억척가’, ‘사천가’, ‘이방인의 노래’, 연극 ‘당통의 죽음’, ‘문제적 인간 연산’ 외
 
(뉴스컬처=양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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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희 기자
뉴스컬처/공연문화팀장
yang@newsculture.tv
 
2017/10/18 [18:01] ⓒ 뉴스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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