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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오펀스’ 김바다 “길을 잃었어도 잃지 않았어도, 모두에게 ‘격려’가 필요해요”
세상과 단절돼 집안에서만 지내는 ‘필립’ 役
 
양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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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오펀스(연출 김태형)’에서 '필립' 역을 맡은 배우 김바다를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뉴스컬처)     ©이지은 기자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곧 세계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성장’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 금언(金言)처럼 따라붙는 소설 ‘데미안’의 유명 문구다. 헤르만 헤세가 말했듯 태어나려고 하는 자, 갇혀 있던 곳에서 자유롭기를 원하는 자는 자신의 세계를 파괴하고 바깥으로 나와야 한다. 
 
연극 ‘오펀스(연출 김태형)’ 속 세상과 단절돼 집안에서만 지내다 비로소 바깥으로 발을 뻗는 ‘필립’ 역시 그렇다. 필립 역을 맡은 배우 김바다를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오펀스’는 미국의 극작가 라일 케슬러의 대표작으로, 1983년 LA 초연 이후 올해 국내 무대에 처음 소개됐다. 극은 세상과 단절되어 살아온 고아형제 형 ‘트릿’과 그의 동생 ‘필립’이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50대의 시카고 갱 ‘해롤드’를 만나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김바다는 동료 배우를 통해 우연히 ‘오펀스’ 대본을 처음 만나게 됐고 ‘필립 역이 너와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대본이 좋아 마음을 빼앗긴 차에 앞서 연극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 ‘히스토리 보이즈’ 등으로 인연을 맺은 김태형 연출이 지휘봉을 잡았다는 소식을 들었고 오디션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대본을 함께 읽고 제작사와 미팅을 거친 결과 운 좋게 그는 ‘필립’ 역을 연기할 수 있게 됐다.
 
▲ 연극 ‘오펀스(연출 김태형)’의 공연장면 중 형 트릿(오른쪽, 이동하 분)이 동생 필립(김바다 분)에게 화내고 있다.(뉴스컬처)     ©윤현지 기자

그는 “집안에 갇혀 있는 아이와 그런 동생을 지키려는 형의 이야기를 담은 시놉시스 자체가 너무 흥미로웠다. 이후 해롤드라는 인물이 와서 형제를 변화시키고 이들의 성장을 돕는다는 것 자체가 너무 끌렸다”고 이야기했다. 자신 역시 2살 터울의 형이 있어 형제의 이야기에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고, 어린 시절 집안 사정 때문에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살던 경험도 있어 트릿과 필립 형제의 상황에 더 깊이 빠져들 수 있었다는 것.
 
극의 1막, 오직 집안에서만 사는 ‘필립’은 온 집안을 뛰어다니며 정신 없는 일상을 보낸다. 김바다는 “대본에 ‘스파이더맨, 고양이처럼 움직이는 필립’이라고 쓰여있는데, 그런 움직임 부분까지도 잘 표현해보려고 노력했다. 이외에도 ‘종종 목소리가 갈라진다’고 표현된 필립의 말투, 이 아이의 행동적 특징이나 작은 습관들, 왜 자신만의 규칙을 가지고 살아가는지 등을 작은 것 하나 하나를 찾아가는 과정이 어렵지만 즐거웠다”고 밝혔다.
 
필립이 집안에 갇혀사는 이유는 형 ‘트릿’의 과잉보호 때문이다. 어릴 때 부모를 잃고 형제가 단둘이 살면서 트릿은 필립을 위험한 세상으로부터 지켜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다. 김바다는 “연습 초반에 형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감정이 ‘두려움’인 줄 알았는데, 후반으로 갈수록 형에 대한 ‘사랑’이 더 크다는 걸 알게 됐다. 비록 형이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나를 양육했지만, 형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필립이 떠날 수 없었던 마음도 있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 연극 ‘오펀스(연출 김태형)’의 공연장면 중 필립(오른쪽 김바다 분)이 해롤드(손병호 분)을 잡고 있다.(뉴스컬처)     ©윤현지 기자

집안에 묶인 필립의 인생을 끊어주는 건 그들과 같은 고아 출신인 ‘해롤드’다. 해롤드는 필립에게 여태껏 먹보지 못한 새로운 음식을 만들어주고, 새 신발을 사주며 지도 읽는 법을 가르쳐주는 등 필립이 집 밖으로 나갈 수 있도록 돕는다. 김바다는 “살다 보면 내 인생에 꼭 필요한 사람을 만나는 시기가 있는 것 같다. 마치 ‘귀인’처럼. 출발을 생각하면 가족일 가능성이 높지만 이후 만나는 선생님이나 친구, 연인, 동료가 될 수도 있다”며 말을 이었다.
 
“필립에게 해롤드는 귀인 같은 존재인데, 마치 ‘신’ 같기도 해요. 자신의 것을 아낌없이 희생해 내어주고 형제의 아픔을 누구보다 잘 이해해주잖아요. 이들을 도울 수 있는 만큼의 물질적, 정신적 여유도 있고요. 트릿과 필립의 결핍을 가장 잘 채워줄 수 있는 완벽한 인물인 셈인 거죠. 반대로 해롤드에게 두 형제는 자신의 불완전했던 젊은 시절을 떠올리게 해주었을 거예요. 닮아서 서로에게 어쩐지 더 끌리는, 그런 관계라고 생각해요.”
 
해롤드는 트릿과 필립을 각각 다른 방법으로 교육한다. 필립은 사랑을 담아 하나씩 차근히 알려주지만, 과격하고 폭력적인 트릿은 좀 더 엄격하게 대한다. 김바다는 “해롤드가 인생을 잘 아는 어른이기에 형제에게 지혜로운 아버지가 되어준다. 두 아이를 똑같이 사랑하지만 아이에 맞게 교육을 시키는 걸 보면 그렇다. 최근 ‘효리네 민박’이라는 예능에서 이상순 씨와 이효리 씨가 후배인 아이유의 고민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대하는 걸 보면서 해롤드를 떠올렸다. 푹 빠져 있어서 그런지 요즘에는 무엇을 봐도 작품과 연관짓게 된다”며 웃었다.
 
▲ 김바다는 "몸과 마음이 건강한 배우가 되기 위해 역할로 보내는 만큼, '나' 자신으로 사는 시간도 잘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최근에는 자연과 가까이 하고 있는데, 틈틈이 집 근처 수목원에 가서 나를 돌아보고 있다. 타인에 의존하지 않고 나 혼자 내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을 하나씩 찾아가고 있다"고 답했다.(뉴스컬처)       ©이지은 기자

‘오펀스’의 주제는 명확하다. 인간은 살면서 누군가의 진심 어린 ‘격려’가 필요다는 것. 김바다는 “고아든 아니든 ‘외로움’은 모든 사람들의 숙제이고, 우리 작품이 모두에게 필요한 격려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좋다. 극 중 필립이 ‘다시는 길을 잃지 않을 거예요’라고 말하는 대사가 있는데 ‘격려’라는 게 길을 잃은 사람에게도 필요하지만, 길을 잃지 않았어도 그저 버티며 사는 사람에게도 필요한 것 같다. 연기를 하는 나 역시 무대에서 많은 에너지를 소진하지만, 한가득 격려를 받고 나오는 느낌이 든다”며 미소지었다.
 
19살 때부터 배우의 꿈을 꾸기 시작해 이제 조금씩 빛을 발하고 있는 김바다가 배우로서 꿈꾸는 목표 역시 명확하다. “몸도 마음도 건강한 배우가 되어 오래도록 활동하는 것.” 특히 ‘오펀스’를 통해 대선배인 박지일, 손병호를 가까이에서 보면서 그 바람은 더 뚜렷해졌다. “앞으로도 ‘오펀스’처럼 메시지가 분명한 작품을 많이 만나면 좋겠어요. 그렇게 좋은 기운을 관객들과 오래도록 주고받고 싶어요.” 
 
 
[프로필]
이름: 김바다
직업: 배우
생년월일: 1988년 6월 19일
학력: 루터대학교 공연예술학과
출연작: 연극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 ‘히스토리 보이즈’, ‘B클래스’, ‘오펀스’ 외/ 뮤지컬 ‘에어포트 베이비’, ‘카라마조프’, ‘콩칠팔 새삼륙’,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외
 
(뉴스컬처=양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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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희 기자
뉴스컬처/공연문화팀장
yang@newsculture.tv
 
2017/11/03 [12:01] ⓒ 뉴스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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