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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 조선의 흙수저들, ‘호민’ 되어 부당한 세상에 맞서다…가무극 ‘칠서’
허균 ‘홍길동전’ 탄생 비화 그려…촛불 집회 1년 맞이한 현 시대와 맞닿아
 
양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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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무극 ‘칠서(연출 노우성)’ 공연장면 중 서자 출신인 서양갑(박영수 분)을 포함한 칠우들이 공동생활을 하고 있다.(뉴스컬처)     ©윤현지 기자
 
흙수저와 헬조선, 그리고 N포세대. 현재 한국 사회를 설명하는 단어들이 과거 조선시대에도 통한다면 어떨까. 허균이 쓴 ‘홍길동전’의 뒷 이야기를 담은 팩션 사극 창작 뮤지컬 한 편이 무대에 오를 준비를 마쳤다. 능력이 있었지만 ‘서자’라는 이유로 세상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한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이 시대 ‘흙수저’들의 삶을 되비춘다.
 
한국적인 소재로 다양한 작품을 올려온 서울예술단이 가무극 ‘칠서’를 들고 나와 오늘(9일) 오후 2시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프레스콜을 열었다. ‘칠서’는 앞서 서울예술단의 대표 레퍼토리인 ‘잃어버린 얼굴 1895’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는 장성희 작가와 민찬홍 작곡가가 다시 의기투합해 선보이는 신작이다. 
 
극은 1613년 광해군 5년에 서얼들이 일으킨 ‘계축옥사’ 혹은 ‘칠서지옥’이라 불리는 사건을 소재로 한다. 임진왜란 이후 신분질서가 흔들리고 새로운 사회를 향한 갈망이 고조됐으나, 큰 공을 세웠음에도 차별이 사라지지 않은 시대의 부조리에 항거한 일곱 서자들의 혁명을 그린다. 이 개혁은 비록 실패했으나 실제 허균이 쓴 최초의 한글소설 ‘홍길동전’의 모티브가 됐다고 알려졌다.
 
▲ 가무극 ‘칠서(연출 노우성)’ 공연장면 중 광해(왼쪽, 박강현 분)가 허균(정원영 분)에게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고 있다.(뉴스컬처)     ©윤현지 기자

장성희 작가는 “‘칠서’는 기획 단계 때부터 막이 오르기까지 혼란스러웠던 한국 사회를 생각하며 썼다. 허균이 남긴 유명한 논설문 ‘호민론(豪民論)’을 바탕으로 한다. 백성들이 부당한 세상과 잘못된 권력에 대해 원망하거나 체념하지 말고, 화를 내고 일어나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밝혔다. 호민론에는 윗사람에게 얽매인 채 일정한 생활을 영위하는 항민(恒民), 윗사람에게 수탈당하며 원망만 하는 원민(怨民), 사회의 부조리에 도전하는 호민(豪民)이 있는데, 호민만이 권력에 두려운 존재가 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어 장 작가는 “지난해 이맘때 쯤 시작된 촛불 정국부터 올해 장미대선을 거쳐 적폐청산이라는 슬로건을 외치기까지. 허균의 ‘호민론’에 담긴 생각을 이 시대에 구현하려 했던 수많은 국민들과 체념하지 않고 저항하고 소리내려 했던 젊은이들의 목소리에 주목하고자 했다. 이제 1주년이 된 촛불집회를 맞아 이번 극에서도 서자들이 그저 패배하는 것만이 아니라, 분투하고 일어나려고 했던 움직임에 더 집중하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조선을 개혁하려 했던 사상가 ‘허균’ 역의 배우 정원영은 “학창시절 국사 시간에도 이렇게 공부한 적이 없는데 이번 작품을 통해 많은 것을 깨닫고 배웠다. 특히 임진왜란 이후 백성들이 당장 내 재물을 뺏지 않는 왕을 찾으며 오직 살기 위해 아등바등 노력했다는 점, 부당한 세상에 맞서기 위해 ‘호민’이 되어야 했다는 점에 감명을 받았다. 현 시대 관객들이 세상에 눈과 귀를 열어 더 넓게 바라보고 그 결과 더 아름다운 세상이 될 수 있도록, 가슴에 불을 지필 수 있는 작품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가무극 ‘칠서(연출 노우성)’ 프레스콜에 참석한 배우 이기완, 신상언, 김용한, 박영수, 정원영, 박강현, 최정수, 정지만, 강상준(왼쪽부터).(뉴     ©윤현지 기자

칠서의 우두머리로 홍길동의 모델이 된 ‘서양갑’ 역을 맡은 박영수는 “여태껏 연기해보지 못한 신선한 캐릭터를 맡았다. 보통 뮤지컬의 주연은 격렬한 춤을 추지 않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안무부터 무술씬, 노래, 연기까지 극적으로 모두 소화해야 해서 ‘이 정도는 해야 가무극이구나’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됐다. 또 킬링 넘버가 많다는 점도 ‘칠서’의 특징인데, 창작 초연임에도 배우들이 듣자마자 노래를 계속 흥얼거릴 정도로 중독성이 강하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번 작품의 지휘봉을 잡은 노우성 연출은 “연출가에게 오디션을 통해 선발한 배우와 함께하는 것과 달리, 서울예술단처럼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숙련된 배우들과 작업하는 건 매우 큰 차이가 있다고 느꼈다. ‘가무극(歌舞劇)’이라는 말대로 춤과 노래, 드라마가 유기적으로 잘 어울리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욕심을 냈다”고 설명했다. 오는 10일부터 17일까지 이어진다.
 
 
[공연정보]
공연명: 가무극 ‘칠서’
극작: 장성희
작곡: 민찬홍
각색/연출: 노우성
편곡/음악 수퍼바이저: 김성수 
공연기간: 2017년 11월 10일 ~ 17일
공연장소: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출연진: 박영수, 정원영, 박강현, 최정수, 정지만, 김용한 외
관람료: VIP석 8만원, R석 6만원, S석 4만원, A석 3만원
  
(뉴스컬처=양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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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희 기자
뉴스컬처/공연문화팀장
yang@newsculture.tv
 
2017/11/09 [15:53] ⓒ 뉴스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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