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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한국 초연의 돛 펼친 뮤지컬 ‘타이타닉’…‘토니어워즈’ 향한 대항해 시작됐다
1912년 발생한 실제 사건 바탕, 영화와 전혀 다른 경험과 감상 안겨
 
양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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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타이타닉(연출 에릭 셰퍼)’ 공연 장면 중 승객과 선원들이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뉴스컬처)     © 사진=오디뮤지컬컴퍼니

“여태껏 겪어보지 못한 경험, 예상치 못한 감정을 선사할 것”이라 말했던 제작진의 자신감은 완벽히 들어맞았다. 지난 8일 국내 초연의 막을 올린 뮤지컬 ‘타이타닉(연출 에릭 셰퍼)’은 축구장 크기와 11층 건물 높이로 ‘움직이는 것 중 가장 큰 물체’였다는 타이타닉호에 관객들을 함께 올라타게 해 승선의 기쁨도 침몰의 절규도 모두 경험하게끔 한다.
   
작품은 1912년 4월 10일 영국 사우스햄프턴에서 출항해 항해 5일 만에 북대서양 바다에서 침몰한 실제 사건을 배경으로 한다. 1985년 사고 발생 73년 만에 타이타닉호의 선체가 발견됐다는 기사가 보도됐고, 여기에 영감을 받은 작곡가 모리 예스톤과 작가 피터 스톤이 의기투합해 1997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 ‘타이타닉’을 초연했다. 국내에서는 1997년 개봉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케이트 윈슬렛 주연의 영화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극장에 들어서자마자 마치 거대한 배 위에 발을 들인 것 같은 느낌이 들 만큼 정교하게 구현된 선체(船體])가 눈에 들어온다. 무대 위아래, 앞뒤는 물론 양옆 공간에 갑판은 물론 여러 개의 통로, 사다리 등을 채워넣어 이전에 보지 못했던 무대미술로 시선을 압도한다. 이곳에 배우들이 등장하면 관객들 역시 타이타닉 호의 승객이 되어 이제 막 항해를 시작하려던 시점으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
 
▲ 뮤지컬 ‘타이타닉(연출 에릭 셰퍼)’은 공연 장면 중 승객들이 승선하고 있다.(뉴스컬처)     © 사진=오디뮤지컬컴퍼니
 
막이 오르고 서곡이 시작되면 이전에 듣지 못했던 음악이라는 것도 곧 깨닫게 된다. 타이타닉에 승선한 손님들의 면면을 소개하는 오프닝곡만 무려 15분가량 진행되기 때문. 당시 승객과 승무원을 포함해 2200여 명이 탑승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배에 오른 2200개의 각기 다른 사연은 이를 바탕으로 만든 뮤지컬 ‘타이타닉’의 드라마를 이루는 핵심 요소다.
 
배를 설계한 ‘앤드류스’, 소유주 ‘이스메이’, 선장 ‘스미스’를 비롯해 1등실부터 3등실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인간군상을 마주할 수 있다. 다양한 승객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한 배우가 5개 이상 배역을 맡는 ‘멀티 롤(Multi-Role)’을 소화한다는 것 역시 이 작품만의 두드러지는 특징이다. 1등실 승객이 순식간에 3등실 승객이 되고 무선기사가 금세 바이올린 연주자로 변신하는 식인데, 한 배우가 전혀 다른 역할을 연기하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무척 크다.
 
무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항해 중인 혹은 침몰하는 타이타닉호의 상황을 표현하는 것으로 수렴한다. 하단 피트가 아닌 2층 안쪽에 위치한 오케스트라는 배 위의 연주자들처럼 자연스럽게 음악을 들려준다. 토니어워즈에서 음악 포함 5개 부분 수상을 자랑하는 작품의 아름답고 극적인 넘버 역시 ‘물’을 테마로 했다고 알려졌다. 때로는 잔잔한 물결처럼 평화롭게 때로는 사나운 파도처럼 휘몰아치는 음악은 드라마 위에 착 달라붙는다. 바닷물이 출렁이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일정하게 안무, 검고 푸르게 내리쬐는 조명 역시 인상적이다.
 
▲ 뮤지컬 ‘타이타닉(연출 에릭 셰퍼)’ 공연 장면 중 승객과 선원들이 빙하 근처에서 한계를 느끼고 있다.(뉴스컬처)     © 사진=오디뮤지컬컴퍼니

메시지 역시 현재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관객에게는 더없이 묵직하게 다가온다. 타이타닉호와 같은 4월에 발생했던 가슴 아픈 참사를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기 때문. 재앙에 가까운 대형사고 뒤에는 안전과 편안함 대신 기록과 속도에만 집착한 경영자, 원칙을 거스르고 배를 만든 설계자, 수차례 빙산 경고를 무시하고 무리하게 배를 몬 선장, 사고에 대해 정확히 알리기는커녕 승객들에게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며 진실을 감추려 한 선원이 있었다.
 
행복하고 빛나는 미래를 소망하고 열망하고 갈망했을 승객 2200명 중 구조 보트에 탑승한 700여 명만이 목숨을 건진다. 3등실보다 1~2등실 승객이 먼저, 더 많이 구조된 상황은 재난 앞에서도 ‘돈’이 우선되는 씁쓸한 현실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여성과 아이 등 약자부터 구조한 남자들, 끝까지 승객 곁을 지키려 했던 선원들의 모습은 진한 인간애를 보여주며 감동을 안긴다.
 
80분에 이르는 1막에서 배에 오르는 사람들을 소개하고, 빙산을 발견하는 과정 등이 다소 길게 느껴질 수 있다. 주인공이라 할 만한 소수 캐릭터의 드라마를 깊이 있게 파고드는 다른 작품과 달리, 배에 탄 다수의 인물 각각에 초점을 맞추어 다양한 이야기를 드러내려 했다는 점에서 취향이 갈릴 수도 있겠다. 대부분의 대사가 노래인 ‘성 스루(Sung-through)’ 형태로 진행되지만, 몇 부분이 명확하게 전달되지 않는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으로 꼽고 싶다.
 
▲ 뮤지컬 ‘타이타닉(연출 에릭 셰퍼)’ 공연 장면 중 승객들이 구조 보트로 탈출하려 하고 있다.(뉴스컬처)     © 사진=오디뮤지컬컴퍼니
 
1막 러닝타임에 절반 수준인 2막은 비교적 순식간에 지나간다. 배가 빙산에 부딪혀 사람들이 탈출하고 결국 침몰하는 과정을 그리는 과정은 긴박하면서 스펙터클하게 흘러간다. 특히 후반부 배가 가라앉았다는 시각적 효과를 주기 위해 천장에서 물건과 사람들을 천천히 떨어트려, 무대를 순식간에 바닷속으로 뒤바꾼 연출은 압권이었다. 앞서 영화로만 타이타닉호를 기억하는 관객에게도 전에 없던 완전히 다른 경험과 감상을 안겨준다.
 
20년 만에 한국 초연의 돛을 펼친 ‘타이타닉’은 이제 막 대항해를 시작했다. 국내 공연을 마친 뒤 미국 브로드웨이로 진출하겠다 공언한 작품이 ‘토니어워즈 베스트 리바이벌상’이라는 목표를 항해 쾌속 운항할 수 있을까. 내년 2월 11일까지 서울 잠실동 샤롯데씨어터.
 
 
[공연정보]
공연명: 뮤지컬 ‘타이타닉’ 
프로듀서: 신춘수
극작: 피터 스톤
작곡: 모리 예스톤
연출: 에릭 셰퍼
무대디자인: 폴 테이트 드푸
공연기간: 2017년 11월 10일 ~ 2018년 2월 11일
공연장소: 샤롯데씨어터
출연진: 문종원, 서경수, 윤공주, 임혜영, 김용수, 이희정, 김봉환, 임선애, 조성윤, 켄(VIXX), 정동화, 송원근, 이지수, 전재홍, 서승원, 박준형, 김리, 방글아, 권용국, 이준호, 왕시명, 이상욱 외
관람료: VIP석 14만원, R석 12만원, S석 9만원, A석 6만원
 
(뉴스컬처=양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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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희 기자
뉴스컬처/공연문화팀장
yang@newsculture.tv
 
2017/11/10 [19:59] ⓒ 뉴스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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