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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누군가를 향한 지독한 편견이 집단적 광기로 변할 때…뮤지컬 ‘주홍글씨’
극단 죽도록달린다 작품, 나다니엘 호손의 유명 소설 원작
 
양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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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주홍글씨(연출 서재형)’ 공연 장면.(뉴스컬처)     ©사진=극단 죽도록달린다
 
‘눈총’이라는 단어에 ‘총’이라는 글자가 들어가는 걸 보면, 누군가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얼마나 치명적인가를 짐작할 수 있다. ‘독설’이라는 단어에 ‘독’이라는 글자가 들어가는 것도 마찬가지다. 모질고 악한 말은 누군가에게 해를 끼칠 수 있음이 내포돼 있다. 사람들은 자신과 다른 누군가를 멋대로 바라보고 쉽게 비난하며 함부로 판단하곤 한다. 우리의 눈과 입이 타인의 얼굴에 편견과 선입견이라는 ‘주홍글씨’를 새기는 것일지도 모른다.
 
극단 죽도록달린다가 지난달부터 선보이고 있는 뮤지컬 ‘주홍글씨(연출 서재형)’는 사람들이 갖게 되는 지독한 편견과 그것이 만든 집단적 광기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19세기 초 미국 낭만주의 소설의 대표적 작가로 꼽히는 나다니엘 호손의 유명 소설을 바탕으로 한다. 원작은 치밀한 구성과 심오한 주제, 정교한 상징주의로 미국 문학의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극은 17세기 중엽, 청교도인들에 의해 개척된 미국 북부 뉴잉글랜드 보스턴을 배경으로 한다. 늙은 학자와 결혼해 먼저 식민지로 건너온 젊은 여인 ‘헤스터 프린’이 인디언들로부터 남편이 살해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수년 후 ‘펄’이라는 사생아를 낳으면서 벌어지는 일을 풀어낸다. 남편 없는 여인이 아이를 낳자 엄격한 도덕을 따르는 이른바 ‘청교도 주의’에 심취한 사람들은 헤스터에게 비난과 야유를 쏟아붓는다.
 
아이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캐묻는 사람들에게 헤스터는 끝내 입을 다물고, 간통한 벌의 대가로 ‘A(adultery)’자를 가슴에 달고 평생을 경멸과 조롱 속에 살라는 형을 선고받는다. 헤스터의 가슴에 새겨진 ‘A’자가 전형적인 주홍글씨인데, 사람들에게 대놓고 욕하고 비난해도 좋다는 표식처럼 쓰인다. 엄격한 도덕 잣대를 들이밀던 이들이 사실은 가장 비도덕한 방법으로 타인을 비난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사실 펄의 아버지는 존경받는 목사 ‘딤즈데일’로 밝혀지고, 죽은 줄 알았던 헤스터의 남편 ‘칠링워스’가 돌아와 이들을 단죄하려는 시도가 더해지면서 이야기는 극으로 치닫는다. 사생아를 낳은 헤스터가 비난의 화살을 온몸으로 받아내는 동안 딤즈데일은 자신의 죄를 뒤로 숨기려 하고, 사람들의 신망을 받는 의사처럼 보이던 칠링워스 역시 자신을 배신한 아내와 목사를 향한 복수에만 몰두해 있을 뿐이다.
 
▲ 뮤지컬 ‘주홍글씨(연출 서재형)’ 공연 장면.(뉴스컬처)     ©사진=극단 죽도록달린다

이 가운데 사회는 전쟁이 끊이지 않고 추위가 들이닥쳐 기근에 시달리자 사람들은 불행의 이유를 찾기 시작하고, 그 희생양을 ‘마녀’로 삼는다. 그 마녀는 당연히 눈에 훤히 보이는 죄를 저지른 간통녀 헤스터와 그의 딸 펄로 지목된다. 이미 헤스터와 펄을 향한 편견으로 눈이 뒤집힌 사람들은 마녀를 죽여야만 마을의 평화가 찾아올 거라는 맹목적이고 집단적인 광기에 사로잡힌다.
 
17세기 중엽을 배경으로 19세기에 발표된 소설임을 감안해도, 21세기 ‘여성 혐오’가 주요 이슈인 현 사회에 소개되는 이번 작품은 묘한 불편함을 안긴다. 원작을 그대로 따른 것이겠으나 ‘여성’을 피해자 혹은 희생자로서만 그리는 방식 탓이다. 간통죄 때문에 A자를 가슴에 달아야 했던 헤스터를 비롯해 어린 소녀를 겁탈하려다 발각됐음에도 ‘유혹’ 당했다는 어처구니 없는 주장을 하는 판사, 예배에 가지 않고 노래를 불렀다는 이유로 마녀로 몰리는 마을 여자 등을 보면 그렇다.
 
대학로 소극장 무대를 마치 대극장처럼 활용한 독특한 연출과 무대를 가득 채우는 배우들의 활약은 인상적이다. 특히 극단 죽도록달린다 단원들이 객석에까지 내려와 마을 사람을 연기하는 씬은 관객 역시 한 명의 군중이 된 듯한 느낌을 자아내게 한다. 주연 배우들의 생동감 넘치는 호연 역시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끔 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오는 19일까지 서울 대학로 TOM 1관.
 
 
[공연정보]
공연명: 뮤지컬 ‘주홍글씨’
원작: 나다니엘 호손
극작: 한아름
작곡: 박정아
연출: 서재형
공연기간: 2017년 10월 21일 ~ 11월 19일
공연장소: 대학로 TOM 1관
출연진: 오진영, 임강희, 임병근, 허규, 박은석, 최수형 외
관람료: 일반석 6만원
 
(뉴스컬처=양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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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희 기자
뉴스컬처/공연문화팀장
yang@newsculture.tv
 
2017/11/14 [13:07] ⓒ 뉴스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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