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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에드거 앨런 포’ 윤형렬 “직구를 던지듯, 저돌적이고 도전적인 모습으로”
그리스월드 이어 천재 작가로 변신해 새로운 매력
 
양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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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연출 노우성)’에서 타이틀 롤을 맡은 배우 윤형렬를 서울 신사동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만났다.(뉴스컬처)     ©이지은 기자
 
같은 뮤지컬에서 한 배우가 다른 배역을 연기하는 경우가 있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서 ‘팬텀’과 ‘라울’,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에서 ‘지저스’와 ‘유다’를 맡는 것이 대표적이다. 전혀 다른 색깔의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연기력은 물론 작품에 대한 이해는 필수적이다. 지난 시즌 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연출 노우성)’에서 ‘그리스월드’로 활약한 이후, 이번 시즌 주인공 ‘포’의 옷을 입고 새롭게 돌아온 배우 윤형렬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난 2016년 국내 초연된 ‘에드거 앨런 포’는 19세기 영미 문학사에 반향을 일으킨 천재 작가 에드거 앨런 포의 실제 삶 위에 상상력을 가미한 팩션 뮤지컬이다. 초연 당시 포를 시기하는 목사 ‘그리스월드’로 활약한 윤형렬은 재연에서 파멸로 이끌어지는 인물을 연기한다. 그는 “지난 시즌 눈으로 바라봤던 포를 직접 연기하니까 마치 ‘거울’을 보는 것 같아 색다른 기분이 든다. 좀 더 확장성 있게 인물을 표현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무대에서 모든 걸 풀어낼 수 있는 캐릭터를 갈망해왔다는 윤형렬은 “‘에드거 앨런 포’라는 작품과 ‘포’라는 인물이 딱 그래서 매회 배우로서 즐기면서 연기하고 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특히 이번에 타이틀 롤을 맡으면서 실존 인물인 포와 그가 남긴 작품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됐다.
 
▲ 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연출 노우성)’ 공연장면 중 에드거 앨런 포(윤형렬 분)가 새로운 시를 읊고 있다.(뉴스컬처)     ©윤현지 기자

“사실 지난 시즌에는 포의 작품을 많이 참고하지 않았어요. 그리스월드까지 감동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번에 포를 하면서는 시와 소설을 찾아보게 됐어요. ‘모르그가의 살인사건’은 마치 과학자가 모든 걸 계산해서 쓴 것처럼 무척 논리적이고, ‘검은 고양이’는 지금 공포 영화로 만들어도 충분할 만큼 공포감이 느껴져요. 당시 ‘악마가 쓴 글’이라는 평을 받았을 정도로 포장되지 않은 날 것의 글이죠. 반면 ‘애너벨 리’ 같은 시를 보면 같은 사람이 썼다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너무 아름답더라고요.”
 
이번 캐릭터를 표현하면서 가장 고심했던 부분은 ‘외적’인 부분이었다. 윤형렬은 “대본상 포는 병악하고 신경질적인 느낌인데, 내가 너무 건장하고 운동선수 같은 느낌이라 고민이 많았다. (김)수용, (정)동하 형과 함께 연습을 하면서 ‘나는 저들과 다르구나, 내가 살을 뺀다고 될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좀 더 도전적이고 에너지 가득한 모습으로 풀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난 시즌 ‘포’의 경우 (최)재림이의 포는 조금 달랐지만 마이클 리, (김)동완이 형은 갖춰진 격식 안에서 표현한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이번에 내가 그리는 포는 그리스월드와 대립을 강하게 표현해 마치 ‘직구’로 던지는 것 같은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다. 포가 살아있을 때 좀 더 생기 있고, 저돌적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그리스월드와 서로 언제 멱살을 잡고 싸울지 모르는 팽팽한 긴장감을 주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 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연출 노우성)’ 공연 장면 중 ‘모르그가의 살인사건’을 부르는 배우 윤형렬과 앙상블.(뉴스컬처)     ©사진=쇼미디어그룹

극 중 가장 집중하는 씬은 크게 3개다. 윤형렬은 “먼저 ‘관객석 그 어딘가’는 포의 인생에 측은지심을 가질 수 있게 하는 씬으로, 거기서 관객을 울리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마음으로 진심을 다해 연기한다. 두 번째는 ‘매의 날개’부터 ‘모르그가의 살인사건’으로 이어지는 장면으로, 포의 천재성과 강한 신념을 객석에 쉴 틈 없이 전하려 한다. 마지막은 엘마이라를 다시 만나 죽기 전까지에 이르는 부분으로, 완전히 잃었던 의지를 다시 찾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고 이야기했다.
 
작품에서는 포와 그리스월드의 대립이 주요한 축으로 나온다. 윤형렬은 “그리스월드가 포를 파멸로 이끌지만, 사실 포의 입장에서는 안중에도 없는 사람이다. 세상 전체가 포에게 가혹했기 때문에 그리스월드 역시 ‘원 오브 뎀(One of them)’일 뿐이다. 포는 신경도 안 쓰는데, 그리스월드 혼자 열등감에 불타는 게 한편으로는 안타깝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포의 입장에서 그리스월드를 표현하면, 다리가 아주 많은 지네와 한 방에 있는 느낌 정도다. 꼴도 보기 싫은 사람과 한 공간에 있는, 같이 있다는 사실이 불편한 사람 정도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실질적으로 포를 파멸로 이끈 건 무엇이었을까. 그는 “그리스월드의 괴롭힘 때문이 아니라, 어릴 때부터 포가 가지고 있는 병약함 때문일 것이다. 집안 사람들이 일찍 죽는 걸 봐오면서 요절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고, 불안 장애와 우울증 등으로 평생 괴로워했다. 촉매 역할은 물론 그리스월드가 했겠지만, 결국에는 포의 내면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생각을 밝혔다.
 
▲ 윤형렬은 "'에드거 앨런 포'의 노래의 난도가 정말 높은데, 주위에서 '형렬아, 넌 참 희한한 재주가 있다. 어려운 노래를 안 어렵게 부른다'라고 이야기한다. 내 목소리가 굵은 편이라 넘버의 음을 낮춘 거냐는 질문도 받는데 절대 아니다. 어려운 노래를 어렵지 않게 부르는 게 내 장점이자 단점인 것 같다"며 웃었다.(뉴스컬처)     ©이지은 기자

2007년 뮤지컬계에 데뷔해 10주년을 맞은 윤형렬은 지난해 힘들었지만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2016년 말 뮤지컬 ‘록키’가 개막 하루를 앞두고 무산되면서 10개월간 ‘강제 휴식기’를 갖게 되면서다. 그는 “무대를 잠시 쉰 덕분에 대학원에서 석사 논문을 쓸 수 있었다. 덕분에 공부 욕심을 갖게 돼서 박사 과정도 밟기로 했고, 마흔 전까지 박사 학위를 따겠다는 새로운 목표도 갖게 됐다”며 웃었다.
 
지난해 7월 뮤지컬 ‘아리랑’으로 오랜만에 무대에 섰을 때를 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자존감이 많이 낮아진 상황이었는데, 다시 관객 앞에서 박수를 받으니 울컥하면서 ‘아, 역시 이거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선웅 연출님을 만나 연기적으로도 많이 배웠고, 이후 ‘에드거 앨런 포’의 새 역할을 만나 한층 더 성숙할 수 있었다”고 되돌아봤다.
 
“활동한지 10년이 넘었는데 관객들께 감사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죄송스럽기도 해요. 연기나 노래에 대해 가볍게 생각하지 않고, 지금처럼 열심히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도 들고요. 앞으로 더 잘해서 10년 후에도 계속 배우로 활동하고 있었으면 해요. 무엇보다 ‘에드거 앨런 포’가 2월까지 공연되는데, 여러분의 사랑이 많이 필요해요.(웃음) 포라는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 에릭 울프슨이라는 작곡가의 음악이 어떤지 많이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합니다.” 
 
 
[프로필]
이름: 윤형렬
직업: 배우
생년월일: 1983년 10월 27일
학력: 단국대학교 뮤지컬학과 학사
수상: 제3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 올해의 스타상(2009), 제2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 남자신인상(2008), 제2회 더 뮤지컬 어워즈 남우신인상(2008), 제2회 더 뮤지컬 어워즈 남자배우 인기상(2008), 제14회 한국뮤지컬대상시상식 인기스타상(2008), 제15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은상(2003), 제5회 KMTV MVIO 가요제 은상(2003) 외.
출연작: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햄릿’, ‘아이러브유’, ‘아킬라’, ‘모차르트!’, ‘두 도시 이야기’, ‘광화문 연가’, ‘셜록홈즈2’, ‘더 데빌’, ‘마리 앙투와네트’, ‘아가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아랑가’, ‘에드거 앨런 포’, ‘페스트’, ‘아리랑’ 외
 
(뉴스컬처=양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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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희 기자
뉴스컬처/공연문화팀장
yang@newsculture.tv
 
2018/01/08 [14:30] ⓒ 뉴스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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