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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아이러브유’ 고영빈 “판타지 거둬낸 인간적인 모습, 전환점 되지 않을까요?”
1인 15역 연기하는 ‘남자2’役 맡아 ‘멀티롤’에 도전
 
양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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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아이러브유(연출 오루피나)’ 에서 ‘남자2’ 역을 맡은 배우 고영빈을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뉴스컬처)     ©사진=클립서비스
 
여태껏 극장에서 봐온 그의 모습과는 많이 달랐다. 땀을 흘리며 쉴 새 없이 옷을 갈아입고, 종횡무진 무대 휘젓는 배우가 정말 고영빈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물론 짙은 화장에 화려한 의상을 걸친 ‘여장’도 멋들어지게 소화한 적도 있지만, 말끔한 수트 차림에 훤한 외모를 자랑하는 역할들이 먼저 떠올랐으니까. 그렇기에 이번 뮤지컬 ‘아이러브유(연출 오루피나)’에서 그의 변신은 놀라움을 안겼다.
 
최근에 만난 고영빈 역시 자신의 색다른 모습에 놀라면서도 한편으로는 유쾌한 듯 했다. 그는 “나를 아시는 분들은 내가 무대에서 땀을 흘리고 열심히 뛰어다니는 것이 이상하고, 평소에 전혀 하지 않는 말과 행동을 보이는 것 자체가 아주 황당할 것”이라며 “그동안 배우로서 20년 넘게 쌓아온 판타지가 한 번에 싹 날아가고 있는 것 같다”며 웃었다.
 
‘아이러브유’는 지난 1996년 미국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이후 전 세계에서 사랑받은 작품이다. 국내에서도 2004년 초연돼 1200회 이상 공연, 누적 관객 50만 명을 동원하는 등 흥행했다. 2011년 공연 이후 6년 만에 새로운 프러덕션을 만나 지난달부터 다시 관객을 만나고 있다. 극 중 등장하는 60여 개 캐릭터를 단 4명의 배우가 소화하는 것이 특징인데, 고영빈 역시 15개 정도 배역을 맡아 러닝타임 내내 쉴 새 없이 다양한 인물을 연기한다.
 
그는 “앞서 ‘프리실라’를 할 때도 퀵체인지가 2~3번 정도로 많지 않았다. 이후에는 한번 등장하면 퇴장 없이 계속 연기하는 정적인 인물을 주로 맡았고, 의상 역시 수트 하나로 단벌신사였다. 그래서인지 이번 ‘아이러브유’ 같은 작품은 체감상 생전 처음인 듯한데, 내가 땀이 많은 사람이라는 걸 이번에 처음 알게 됐다. 정신없이 움직이면서 땀을 흘리다 보면 마치 유산소 운동을 하는 느낌이고, 다 끝나면 개운한 느낌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 뮤지컬 ‘아이러브유(연출 오루피나)’ 공연 중 ‘너무 너무 바쁜 관계로’ 에피소드에서 데이트를 제안하는 청년을 연기하는 배우 고영빈의 모습.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10년 이상 차이 나는 후배들과 함께하게 됐는데, 다들 너무 잘해서 오히려 맏형인 내가 배우게 된다. 꾀를 부리거나 거드름을 피우면 미울 텐데, 더 잘하려고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면 대견하기도 하고 뿌듯한 마음이 든다고 이야기했다.(뉴스컬처)     ©사진=클립서비스
 
제작사 알앤디웍스에서 작품을 기획할 때부터 캐스팅 제안을 받았지만, 당시 다른 일정과 허리 디스크 문제 등으로 출연을 망설이기도 했다. 도전하는 마음으로 출연을 결정짓고 연습을 시작했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요즘 후배들은 연습도 빠르고 센스도 넘쳐서 어디서 그런 아이디어가 튀어나오는지 정말 신기했어요. 반면 저는 대본 안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쳇바퀴 돌 듯이 빙빙 돌기만 했죠. 대체 어떤 코드로 어떻게 관객들을 웃겨야 하는지 감이 안 오더라고요. 평소에도 사람을 웃기기는커녕 말수도 별로 없는 편인데, 무대에서 몇백 명 관객들 웃길 자신이 없었어요. 그래도 후배들이 코미디 감각이 넘쳐서 (송)용진이나 (조)형균이가 재밌게 만들어 놓은 걸 살짝 뺏어오기도 하고, 서로를 믿으면서 하니까 저도 덩달아 열심히 하게 되더라고요.”
 
고영빈이 ‘아이러브유’를 처음 본 건 2005년 겨울쯤, 일본에서 극단 사계 활동을 그만두고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다. 그는 “당시 (남)경주 형이 출연하는 공연을 보며 ‘정말 대단하다, 형이니까 하지 누가 하겠어’라고 생각했었다. 돌아보니 지금 내가 그때 경주 형의 나이와 비슷하다. 이후에도 형이 걸어온 길을 보면 늘 전성기처럼 왕성하게 활동했다. 파격 변신도 하고 한 번씩 자기 자신을 깨가면서. 나 역시 그렇게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그는 “‘아이러브유’를 연습할 때는 너무 힘들어서 ‘나 이거 하고 나서 망하겠는데?’하는 걱정도 했다. 그러나 이 작품이 지금 이 나이대 나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하나의 ‘전환점’이 되길 바란다. 기존에 내가 보여줬던 판타지적인 모습을 좋아하는 관객이 있었다면, 이번 작품을 통해서는 자연스럽고 인간적인 고영빈을 좋아하는 관객도 생겼으면 한다. 이제 ‘캐릭터의 영역을 넓혀갈 수 있는 나이가 됐다’고 생각하면 긍정적인 마음이 든다. 그래서 이번 변신이 더 이상 두렵지 않고, 욕을 먹어도 괜찮다”는 생각을 드러냈다.
 
▲ 뮤지컬 ‘아이러브유(연출 오루피나)’ 공연 중 ‘장례식’ 에피소드에서 노인을 연기하는 배우 고영빈의 모습. 그는 “배우를 처음 시작할 때는 빛나고 멋진 모습만 보여주고 싶었는데, 이제는 많이 내려놓게 됐다. 자연스러운 모습을 자신 있게 보여주는 것도 현명한 것 같다. ‘아이러브유’가 배우 인생에 또 하나의 방향을 제시해준 것 같은데, 나머지를 어떻게 완성해갈 지는 지금부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뉴스컬처)     ©사진=클립서비스

데뷔 20년이 넘은 베테랑 배우인 그에게도 15개 배역을 소화하는 건 힘든 일이다. 특히 어린 아이부터 청년, 중년, 노년까지 다양한 연령은 물론 배불뚝이 아저씨, 홈쇼핑 판매원, 코디 상담사 등 저마다의 특색을 살리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 그는 “매 순간 집중을 안 할 수가 없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한 에피소드가 끝나고 다음 씬에 들어갈 때 완전히 ‘프레시’한 상태로 시작하는 것이다. 전에 연기했던 인물이 생각나지 않아야 다음 장면에서 몰입도를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가장 공감가는 에피소드로는 마지막 ‘장례식장’ 씬을 꼽핬다. 고영빈은 “나이가 들수록 감성적이 되고 미래를 더 생각하게 되는지, 노인을 연기할 때 마음이 움직인다. 옛날 어른들이 눈물이 많아진다고 하는 것도 조금씩 이해가 되는데, 예전보다 훨씬 사람이나 사물에 동화되는 일이 늘었다. 지하철을 타도 예전에는 휴대폰을 들여다보기 바빴는데, 요즘에는 사람들 얼굴도 쳐다보고, 그 마음이 어떨까 살피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아이러브유’가 사람의 마음을 다룬다는 점에서 참 좋다고 했다. 고영빈은 “공연이다 보니 상황들을 극대화해서 코믹하게 전하지만, 철학도 있고 인생이 담긴 작품이라 생각한다. 특히 사랑에 대해 모두가 ‘완벽한 상대’를 찾으려 애쓰지만, 완벽할 수 없는 사람과 서로 맞추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와 닿는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연말연시에 잘 어울리는 따뜻한 작품이다. 사랑에 고민이 있는 분들이 있다면, 이 작품이 답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로필]
이름: 고영빈
생년월일: 1973년 8월 18일
직업: 배우
학력: 중앙대학교 전기공학과
수상: 제9회 더 뮤지컬 어워즈 남우조연상(2015)
출연작: 뮤지컬 ‘신라의 달밤’, ‘포기와 베스’, ‘토미’, ‘카르멘시타’,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그리스’, ‘아가씨와 건달들’, ‘페퍼민트’, ‘코러스 라인’,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캣츠’, ‘바람의 나라’, ‘클로저 댄 에버’, ‘벽을 뚫는 남자’, ‘햄릿 시즌2’, ‘컴퍼니’, ‘대장금’, ‘금발이 너무해’,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라카지’, ‘광화문 연가’, ‘마마 돈 크라이’, ‘인당수 사랑가’, ‘미드나잇 블루’, ‘프리실라’,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천변 카바레’, ‘아이러브유’ 외. / 연극 ‘클로저’, ‘레인 맨’, ‘엘리펀트송’ 외.
 
(뉴스컬처=양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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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희 기자
뉴스컬처/공연문화팀장
yang@newsculture.tv
 
2018/01/10 [14:17] ⓒ 뉴스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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