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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무거운 세상사, 비구니들 만나니 한결 가볍네…연극 ‘가벼운 스님들’
연운경, 강애심, 이선주 등 삭발 감행, 실감나는 연기로 몰입도 높여
 
양승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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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가벼운 스님들(연출 최용훈)’ 콘셉트 이미지.(뉴스컬처)     ©사진=코드이엔
 
적막한 산사에 위치한 절에서 고요하게 수행을 해나가는 모습. 스님 하면 으레 떠오르는 이미지다. 속세와 인연을 끊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묵묵히 받드는 이들의 삶이 마냥 조용하기만 할까? 지난 11일 개막한 연극 ‘가벼운 스님들(연출 최용훈)’은 제목처럼 무거움과는 거리가 먼 스님들의 유쾌하고도 황당한 일상이 펼쳐진다.
 
‘가벼운 스님들’은 ‘불 좀 꺼주세요’ ‘돌아서서 떠나라’ 등을 통해 국내 유명 희곡상을 휩쓴 이만희 작가의 신작이다. 여자 승려들만 모여 사는 봉국사에서 수행 중인 비구니 4명이 90분 내내 객석을 들었다 놨다 한다. 종교를 소재로 한 연극은 어쩐지 지루하고 어려울 것 같다는 편견을 벗겨내고, 재치 가득한 대사와 해학 넘치는 말투로 관객에게 친근하게 다가선다.
 
극은 봉국사 입구 매표소에서 8년째 표를 팔고 있는 ‘우남 스님’의 불만으로 시작된다. 속세에서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들어온 우남은 오랜 시간 봉국사에 헌신하지만, 아기 때 절에 버려져 ‘순수하게’ 스님이 된 총무는 그를 못마땅해 한다. 해마다 불교의 성지인 인도로 성지순례갈 수 있는 기회는 절의 실세인 총무로 인해 번번이 우남을 빗겨가고, 우남의 설움은 결국 폭발한다.
 
▲ 연극 ‘가벼운 스님들(연출 최용훈)’ 콘셉트 이미지.(뉴스컬처)     ©사진=코드이엔

총무 스님이 못마땅해 하는 또 다른 이는 독특한 말과 행동을 일삼는 괴짜 ‘지월 스님’이다. 어딘가 모르게 도인 혹은 기인의 아우라를 뿜어내는 지월은 세상 모든 일에 초월한 듯 심상치 않은 기운 풍긴다. 봉국사의 막내인 원주와 우남은 총무 앞에서 꼼짝도 못하지만, 지월만큼은 그 누구도 이겨낼 수가 없다.
 
우남의 불만 외에는 큰일이랄 것도 없는 봉국사에 어느 날 사건이 터진다. 누군가 절 마당에 ‘평장(平葬, 시체를 땅 속에 평평하게 매장하는 일)’을 하고 사라져버린 것. 신성한 공간에 시체가 나타나자 절은 한바탕 뒤집어지고, 총무는 이 일을 무사히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러던 중 과거 절에서 금이 나오는 산을 둘러싸고 조직 폭력배와 싸움이 붙었고, 당시 지월이 조직의 보스인 ‘군산 꼬마’를 단숨에 제압했다는 전설 같은 사실이 밝혀진다. 비가 오는 날, 지월은 우비를 입고 절 마당에 묻힌 시체를 꺼내 금광으로 가져가 태워 장례를 해주는 자신만의 기지(?)를 발휘한다.
 
이외에도 지월은 우남의 전남편 ‘종팔’이 끊임없이 찾아와 다시 살자고 애걸복걸 할 때도, 절을 3일 내에 싹 비우라며 총을 든 괴한이 스님들을 협박을 할 때도 모든 일을 가뿐히 해결해버린다. 진지하고 어렵고 무거운 세상사도 지월 앞에서는 한없이 단순하고 쉽고 가벼운 일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 연극 ‘가벼운 스님들(연출 최용훈)’ 커튼콜 장면.(뉴스컬처)     ©양승희 기자

연극계 관록 넘치는 중년 배우들의 실감나는 연기가 마치 이러한 스님들이 실제로 있을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할만큼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특히 연운경, 강애심, 이선주 등은 비구니 연기를 위해 실제 삭발까지 하며 열정을 드러내 더 큰 박수를 이끌어냈다.
 
등장인물이 쓰는 정겨운 충청도 사투리를 비롯해 강애심이 연주하는 기타와 배우들이 커튼콜 때 부르는 친숙한 가요 등은 무대와 관객 사이에 교감을 이끌어낸다. 사랑스러운 스님들과의 즐거운 대화 덕분에 한결 유쾌해진 마음으로 극장을 나설 수 있다. 세상사에 치여 마음이 무거운 관객이라면, 가벼운 스님들과의 만남을 적극 추천하고 싶다. 내달 4일까지 서울 대학로 알과핵 소극장. 
 
 
[공연정보] 
공연명: 연극 ‘가벼운 스님들’
극작: 이만희
연출: 최용훈 
공연기간: 2018년 1월 11일 ~ 2월 4일 
공연장소: 대학로 알과핵 소극장 
출연진: 연운경, 박현숙, 강애심, 이선주, 최광일 
관람료: 1층 4만원, 2층 3만원 
 
(뉴스컬처=양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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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희 기자
뉴스컬처/공연문화팀장
yang@newsculture.tv
 
2018/01/19 [20:34] ⓒ 뉴스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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