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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거미여인의 키스’ 김주헌 “제 이미지와 상반되는, 뻔하지 않은 인물 만났죠”
감옥에서 만난 정반대 성향의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몰리나’役
 
양승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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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연출 문삼화)’에서 '몰리나' 역을 맡은 배우 김주헌을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뉴스컬처)     ©윤현지 기자
 
따뜻한 카모마일 차를 마시며 나긋나긋 말을 이어가는 그의 모습에서 극 속 ‘몰리나’의 모습이 겹쳤다. 지난해 연극 ‘왕위 주장자들’에서 확신에 찬 리더로 강한 남성성을 가진 ‘호콘왕’과 ‘엠.버터플라이’에서 고삐 풀린 망아지 같으면서도 찌질함이 가득한 ‘르네 갈리마르’를 연기했던 그 배우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지난달 개막한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연출 문삼화)’에서 ‘몰리나’를 연기하는 김주헌은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작가 마누엘 푸익의 동명 소설을 연극화한 ‘거미여인의 키스’는 이념적으로 너무나 다른 ‘몰리나’와 ‘발렌틴’이 감옥에서 만나 서로를 이해하면서 피어나는 인간애와 슬픈 사랑을 다룬다. 김주헌은 전작에서 남성적인 모습을 보여줬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겉모습은 남자이지만 자기 자신을 여성이라고 생각하는 ‘몰리나’ 역을 맡았다.
 
그는 “처음에는 당연히 발렌틴 역할을 맡은 줄 알았는데, 대본을 읽다 보니 나도 모르게 몰리나의 감정을 따라가게 되더라. ‘몰리나를 하면 참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는데, 정말 배역을 받게 돼서 기뻤다. 아무래도 몰리나를 떠올렸을 때 일반적으로 떠오르는 이미지와 내가 너무 달랐기 때문에 역할을 주신 것 같다. 뻔하지 않은 무언가가 오히려 새로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연출 문삼화)' 공연장면. 김주헌은 "작품상 '호모'라는 표현이 있지만, 몰리나는 게이가 아니다. 겉으로 보면 남자이지만 스스로 철저히 여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여성으로서 발렌틴을 좋아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동성애극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뉴스컬처)     © 사진=악어컴퍼니
 
극은 미성년자 성추행 혐의로 구속된 ‘몰리나’와 반정부주의 정치범 ‘발렌틴’이 같은 방에 수용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감옥 소장은 몰리나에게 가석방을 조건으로 발렌틴에게 반정부 조직에 관련된 정보를 캐내라 명하지만, 영화 이야기를 통해 두 사람은 점차 가까워진다.
 
김주헌은 “몰리나를 표현할 때 무엇보다 1장이 가장 중요하다. 일단 어떻게든 발렌틴의 마음을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영화 이야기에 관심을 갖게 하는 게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몰리나의 여성성을 드러낼 때도 1장이 관건이다. 내가 가진 낮은 목소리와 선 굵은 외모와 달리, 몰리나가 섬세하고 여성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행동이나 몸짓을 통해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초반에 몰리나의 여성성을 잘 인식시키면, 이후에는 좀 더 자유롭게 드라마와 감정 자체에 더 집중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몰리나는 직접 본 혹은 지어낸 영화 이야기를 통해 발렌틴을 자극하고, 그에 따른 반응을 관찰하기도 한다. 김주헌은 “몰리나는 어떻게 보면 여우같기도 하고, 발렌틴이나 소장을 다루는 걸 보면 고차원적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성소수자로서 그가 겪어온 삶을 생각해보면 사회적 약자로서 겪은 상처와 그로 인한 마음의 벽 또한 단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몰리나가 발렌틴을 좋아하는 시점부터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김주헌은 “처음 발렌틴을 봤을 때는 나보다 체구도 작고, 나이도 어린 ‘치기 어린 혁명가’ 정도로 생각하며 비웃는다. 그러나 발렌틴에 대해 알아가면서 이 친구가 모진 고문을 감내하면서까지 자신의 이상을 이루려 하는, 존경할 수밖에 없는 사람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이후 발렌틴을 대하는 몰리나의 감정은 물론 말과 행동의 변화를 표현하는 것이 가장 흥미로웠다”고 이야기했다.
 
▲ 김주헌은 "극 중 몰리나가 발렌틴으로부터 '스스로 폄하하지 말라'는 말을 듣고 감동을 받는다. 사회적 약자로서 받은 상처가 많았기 때문에 그 말이 더 크게 와닿았을 것이다. 관객들 역시 소수자든 아니든 세상으로부터 받는 각종 억압 앞에 더 많이 주체적이었으면 하고, 자기 자신을 찾으려 좀 더 힘썼으면 좋겠다. 이는 나 자신에게 하는 다짐이기도 하다"며 웃었다.(뉴스컬처)   ©윤현지 기자

김주헌은 “지난해부터 좋은 작품, 굉장한 역할을 만나게 돼서 ‘내가 참 운이 좋은 사람’이라는 걸 느끼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연기가 좋고 무대가 좋아서 배우를 시작했는데, 그동안 어떻게 보면 철이 없이 살았던 것 같다. 앞서 극단 생활을 하면서 사회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연극을 많이 했는데, 그때는 거리에서 예술성과 상업성 동시에 띈 작품 포스터를 보면 ‘저건 연극이 아니야’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그는 “사회성 짙은 연극을 하면서 큰 사명감을 느꼈지만, 그렇게 5~6년을 하다 보니 아무래도 지치고 힘이 들었다. 일반 관객들이 많지 않았고,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면서 ‘뭘 위해서 이걸 하고 있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연극에 진저리가 난다’고 생각한 2015년 무렵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휴식기를 가졌고, 2년 후 2017년 ‘왕위 주장자들’을 통해 복귀했다. 지금은 많은 관객들을 마주하면서 연극에 대한 과거의 편협한 생각도 많이 바뀌었고, 이렇게 좋은 작품을 만날 수 있음에 그저 감사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최근에는 이주민에 관한 시선을 담은 연극 ‘레일을 따라 붉은 칸나의 바다로’에 출연하기도 했다. 그는 “앞으로 사회적 메시지를 던지는 연극과 작품성과 대중성을 갖춘 연극의 균형을 맞추면서 병행할 수 있다면 좋겠다. 그것이 배우로서 밸런스를 맞추는 방법이면서, 대학로 전체의 연극 문화도 건강하게 만드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프로필]
이름: 김주헌
생년월일: 1980년 2월 28일
직업: 배우
학력: 서울예술대학고 연극과
수상: 제11회 2인극 페스티벌 연기상(2011)
출연작: 연극 ‘마라, 사드’, ‘고래’, ‘오이디푸스 왕’, ‘잠 못드는 밤은 없다’, ‘스페이스 치킨 오페라’, ‘아침 드라마’, ‘처음처럼’, ‘속살’, ‘죽은 남자의 핸드폰’, ‘하늘은 위에 둥둥 태양을 들고’, ‘쥐’, ‘사람 꽃으로 피다’, ‘돌고돌고’, ‘색다른 이야기 읽기 취미를 가진 사람들에게’, ‘요요현상’, ‘형민이 주영이’, ‘왕위 주장자들’, ‘엠.버터플라이’, ‘거미여인의 키스’ 외
 
(뉴스컬처=양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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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희 기자
뉴스컬처/공연문화팀장
yang@newsculture.tv
 
2018/01/22 [15:58] ⓒ 뉴스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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