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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상 위를 헤엄치는 한글의 아름다움…진화하는 가무극 ‘뿌리 깊은 나무’
추리 요소 가미한 팩션 사극, 급격히 마무리된 전개 아쉬워
 
김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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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무극 ‘뿌리 깊은 나무(연출 오경택)’ 공연 장면 중 채윤(가운데 송용진 분)이 칼을 들고 훈련을 하고 있다.(뉴스컬처)     ©이혜윤 기자
 
창제자 및 창제 과정이 명확히 밝혀진 세계 유일한 언어, 한글이다. 역사의 한 줄로 기록된 한글 창제를 밑그림 삼아 그 위에 추리, 멜로, 액션 등 형형색색의 색깔을 덧입힌 가무극 ‘뿌리 깊은 나무(연출 오경택)’가 지난 9일 한글날에 맞춰 돌아왔다. 작품은 지난해 한글날 568돌과 국립한글박물관 개관을 기념해 서울예술단이 선보인 창작 가무극이다.
 
2006년 출간된 이정명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가무극 ‘뿌리 깊은 나무’는 역사적 사건인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 과정에 상상력을 더한 팩션 사극이다. 극은 원작과 마찬가지로 집현전 내 벌어진 의문의 연쇄 살인 사건을 거대 줄기로 한다. 여기에 허구의 인물 강채윤이 사건의 전말을 밝히면서 드러나는 한글 창제 과정의 역경을 먹먹하게 전한다.
 
‘뿌리 깊은 나무’는 앞서 배우 한석규, 장혁, 신세경 등이 출연한 공중파 드라마로 제작된 바 있다. 소설, 드라마, 가무극 등 여러 차례 옷을 갈아입은 ‘뿌리 깊은 나무’는 이미 대중에게 익숙해졌지만, 각 장르에 맞는 변신을 거듭하며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2011년에 방영된 드라마가 등장인물 가리온의 반전, 화려한 액션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잡았다면, 가무극 ‘뿌리 깊은 나무’는 무휼, 강채윤, 세종대왕의 전사(前事)를 집어넣어 이야기의 결을 풍성하게 한다.
 
무엇보다 한글 창제 과정에서 양반들의 반대에 부딪히는 세종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극 중에서 언어는 의사소통의 도구를 넘어서 계급을 구분 짓는 수단으로 그려진다. 양반들은 백성들이 한글을 익혀 자신들의 영역을 넘볼까 두려워하고, 백성들은 계급의 한계에 부딪쳐 ‘사람답게’ 살고 싶다고 울부짖는다. 이는 한글의 소중함을 잊고 살아가는 현시대 사람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남긴다. 
 
▲ 가무극 ‘뿌리 깊은 나무(연출 오경택)’ 공연 장면 중 세종(오른쪽 서범석 분)이 어려움 속에서도 한글을 만들려는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뉴스컬처)  ©이혜윤 기자
 
별도의 세트가 마련돼 있지 않은 극은 무대를 텅 비워둔 채로 시작된다. 천장에서 내려오는 기둥 6개, 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는 무대, 배우들이 직접 운반하는 세트 등 각 장면에 맞게 변화한다. 극의 백미는 단순한 시공간의 배경을 넘어서는 수려한 영상디자인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연쇄 살인 사건의 추리 과정을 영상으로 묘사해 박동감 넘치는 전개를 선보인다.

한글의 위대함 앞에는 절로 고개가 숙여지지만, 급하게 매듭지어진 극의 마무리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고모의 원한을 풀어주기 위해 일생을 바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강채윤의 사무친 한은 일순간 해소되고, 극 중반 넘어서까지 윤곽도 보이지 않았던 연쇄 살인 사건의 범인은 몇 번의 심문으로 쉽게 까발려진다.
 
‘뿌리 깊은 나무’의 장르는 노래 가(歌), 춤출 무(舞)로 어우러진 가무극이지만, 장르의 매력을 극대화했느냐는 질문에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공연 후 관객들의 귓가를 맴도는 넘버가 없을 뿐만 아니라, 무용수들의 아름다운 움직임은 세로로 깊은 무대 탓인지 관객들에게 손을 뻗치다 만 느낌이다.
 
그럼에도 드라마가 주는 감동과 배우들의 호연은 ‘뿌리 깊은 나무’의 심장이다. 카리스마 넘치는 세종 연기로 초연 당시 ‘범세종’ 이라는 별칭을 얻으며,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던 배우 서범석이 다시 한 번 인간적인 왕 세종으로 분했다. 그는 탄탄한 연기력과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세종을 유려하게 그려냈다. 강채윤 역의 김도빈은 공연 내내 무대 곳곳을 누비며 액션, 멜로, 코믹 연기 등을 자유자재로 소화해냈다. 또한, 뚝심 있는 사내 무휼 역의 최정수와 서울예술단의 간판 스타 박영수 역시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극을 떠받친다.
 
서울예술단은 ‘이른 봄 늦은 겨울’ ‘신과 함께_저승편’ ‘잃어버린 얼굴 1895’ 등 쉼 없는 행보로 관객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 올해 마지막 정기공연인 ‘뿌리 깊은 나무’를 통해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까. 오는 10월 18일까지 서울 용산동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공연된다.
 
 
[공연정보]
공연명: 가무극 ‘뿌리 깊은 나무’
원작: 이정명
각색: 한아름
연출: 오경택
작곡: 오상준
음악감독: 김길려
안무: 김영미, 한효림
공연기간: 2015년 10월 9일 ~ 10월 18일
공연장소: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
출연진: 서범석, 최정수, 김도빈, 송용진, 박영수, 김백현, 박혜정, 김건혜, 금승훈, 이종한 외.
관람료: R석 8만원, S석 6만원, A석 4만원
 
(뉴스컬처=김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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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슬 기자
뉴스컬처/뉴스제작본부
news@newsculture.tv
 
2015/10/12 [18:35] ⓒ 뉴스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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