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URE
MUSICAL
PLAY
ART
NEWS
USER NEWS
독자광장
이벤트
관람후기
기사제보
HOME > CULTURE > PLAY
[리뷰] 증오의 민낯, 누가 그들을 죽이는가…연극 ‘미국 아버지’
알카에다에 의해 공개 참수된 ‘닉 버그 사건’ 바탕으로
 
이슬기 기자
트위터 페이스북 공감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 연극 '미국아버지(연출 장우재)' 공연장면.(뉴스컬처)     ©사진=극단 이와삼
 
“나는 칼을 휘두른 사람이 그의 손에 닉의 숨결을 느끼고 그가 실제의 인간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나는 나머지 4명이 내 아들의 눈을 들여다보았다고, 적어도 세계의 나머지가 보았던 그 어슴푸레한 장면이라도 보았다고 확신합니다. 그리고 나는 이 살인자들이 그 짧은 시간 그들이 하고 있는 일을 싫어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지난 2004년 5월. 미국 청년 닉 버그는 알카에다에 의해 살해됐다. 그의 죽음은 인터넷 동영상을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됐으며, 알카에다의 참혹한 만행을 알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몇 달 후 그의 아버지 마이클 버그는 영국전쟁저지연합 집회에 참석하여 발언해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참석 대신 그가 보낸 장문의 편지는 긴급집회에서 낭독됐고, 이후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실려 세계에 알려졌다.
 
무대 전면에 자리한 스크린에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마이클 버그의 편지가 그려진다. 아들의 죽음을 넘어 전쟁과 평화, 사회와 인간에 대한 깊은 사유가 담긴 글이다. 바로 그 작은 편지 한 통에서 연극인의 도전은 시작됐다. 연극 ‘미국아버지(연출 장우재)’는 지독한 슬픔을 딛고, 아들의 죽음을 정치적으로, 역사적으로 사유하는 그 마음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에 대한 물음으로 막을 연다.
 
마약중독자인 빌의 자랑은 성실한 월가의 일원이었던 아들 윌이다. 사랑으로 삶을 채워가던 두 사람은 미국을 떠나겠다는 윌의 발언으로 새 국면을 맞이한다. 빌은 아들이 순탄한 삶을 살길 바라기에 만류하지만, 결국 윌은 떠난다. 그리고 봉사를 위해 찾은 이라크에서 알카에다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 아버지 빌은 생중계되는 처참한 광경으로 아들의 마지막을 바라본다.
 
▲ 연극 '미국아버지(연출 장우재)' 공연장면.(뉴스컬처)     ©사진=극단 이와삼
 
작품은 다큐멘터리 형식의 서사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관객들은 빌의 상황을 따라가면서 그의 즐거움과 분노, 증오의 발화를 목격한다. 마약에 빠진 빌은 환각을 본다. 첫사랑 낸시, 청년 때의 자신인 빌리, 원수 같은 친구 데이빗, 심지어는 죽은 윌까지 그의 집을 방문한다. 빌은 자신의 환각을 반복적으로 죽이지만, 그들의 쏟아지는 외침은 멈추지 않는다. 끝내 빌은 자신도 죽음 속으로 걸어가기 시작한다.
 
스크린을 통해 예고된 연극인의 물음은 공연을 바라보는 관객에게도 궁금증을 남긴다. 하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의문은 흐려지고, 증오와 분노로 자신을 잃어가는 한 남자가 시선을 끈다. 아들의 죽음을 바라본 아버지의 심경은 쉽게 상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특히 그 아들이 세상 그 누구보다 착하고 성실한 사람이었다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서로가 서로를, 끝내는 자신마저 죽이는 ‘증오’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게 되는 순간이다.
 
극은 달라지지 않는 현시대에 일침을 가하기도 한다. 아버지 빌은 물질주의, 권위주의를 거부했던 68혁명의 퇴색을 경험했다. 때문에 그는 아들의 죽음 앞에서 자본주의, 인종과 종교의 갈등 등 현대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를 향해 거침없이 총구를 겨눈다. 극을 채우는 건 9·11 테러, 알카에다, 이라크 전쟁, 인종 차별 등 2000년대 초반 미국의 현실이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이 현실에 여전히 공감한다.
 
빌 역의 배우 윤상화를 필두로 극단 이와삼 배우들의 호연이 돋보인다. 특히 장 연출과 오랜 친구 사이이자 동료인 윤상화의 열연은 커튼콜의 박수갈채로 이어진다. 대사와 침묵, 눈빛 등 매 순간 전해져 오는 진한 감성이 여운을 더한다.
 
작,연출을 맡은 장우재 연출은 맨 처음 희곡을 쓸 때는 실제 사건을 알리는 데 주력했으며, 작년 초연 때는 미국에서 직접 느낀 감수성을 극 안에 담으려 했다. 이번 공연은 거리두기를 통해 보다 간결한 메시지의 드라마를 구축하고자 했다. 하지만 달라지지 않은 것도 있다. 그는 여전히 실제 마이클 버그의 생존에 마지막 희망을 더하며, 실패에서 시작되는 만남을 외친다. 오는 11월 1일까지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공연.
 

[공연정보] 
공연명: 연극 ‘미국아버지’
작/연출: 장우재
드라마터그: 조만수
공연기간: 2015월 10월 20일 ~ 11월 1일 
공연장소: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출연진: 윤상화, 김동규, 이동혁, 이정미, 김중기, 강선애, 왕보인, 허균, 곽정화, 조홍우, 신윤지, 고광준
관람료: R석 5만원, S석 3만원, A석 2만원
 
(뉴스컬처=이슬기 기자)
대한민국 No.1 문화신문 [뉴스컬처]
[네이버 뉴스스탠드] [모바일] [페이스북] [트위터]
<저작권자ⓒ뉴스컬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개봉예정작] 10월 넷째주 영화 뭐볼까?
[리뷰] 다수가 괜찮다는 게 늘 옳지는 않아요…연극 ‘XXL 레오타드와 안나수이 손거울’
[현장스케치] 여태껏 겪어보지 못한 경험, 예상치 못한 감정 선사한다…뮤지컬 ‘타이타닉’
[컬처포토] 이곳에 오면 마치 빨간 날 같아요…연극 ‘로드씨어터 대학로2’
[리뷰] 어쩌면 그들 모두,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
[공공연한 이야기]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 세 작품을 만나다
[컬처포토] 엇갈리는 사랑이란 화살의 끝, 연극 ‘라빠르트망’
[리뷰] ‘덕밍아웃’은 괜찮지만 ‘커밍아웃’은 어떨까? 청소년 연극 ‘좋아하고 있어’
[뉴스컬처 라이브] 영화 ‘침묵’ 언론시사회…10월 24일 뉴스컬처 네이버TV-페이스북 라이브 방송
[인터뷰] ‘서편제’ 이자람 “예술적 장인? 생이 흑백 되는 순간 오지 않게 즐길 뿐”
오페라, 가을 무대 아름답게 물들인다…리골레토-아이다-탄호이저-코지 판 투테

이슬기 기자
뉴스컬처/뉴스제작본부
news@newsculture.tv
 
2015/10/26 [11:38] ⓒ 뉴스컬처
 
관련기사목록
[미국아버지] [리뷰] 아들이 살해당했다, 분노와 용서 중 무엇을 택할 것인가…연극 ‘미국아버지’ 허다민 기자 2017/09/08/
[미국아버지] 인간 본질 탐구하는 이야기꾼, 장우재표 연극 ‘미국아버지’ 내달 6일부터 재공연 허다민 기자 2017/08/22/
[미국아버지] [리뷰] 증오의 민낯, 누가 그들을 죽이는가…연극 ‘미국 아버지’ 이슬기 기자 2015/10/26/
[미국아버지] ‘햇빛샤워’ 장우재 연출의 연극 ‘미국아버지’…20일부터 동숭홀에서 재공연 양승희 기자 2015/10/05/
[미국아버지] 미국을 넘어 한국, 그리고 세계를 말한다… 연극 ‘미국아버지’ 고아라 기자 2014/11/06/
핫이슈
[인터뷰] ‘벤허’ 안시하 “너무 울어 수정 화장만 3cm, 그래도 쌍엄지 치켜세워요”
[현장스케치] 여태껏 겪어보지 못한 경험, 예상치 못한 감정 선사한다…뮤지컬 ‘타이타닉’
[금주의 문화메모&] 혐오와 사랑 사이
[리뷰] 어쩌면 그들 모두,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
[리뷰] ‘덕밍아웃’은 괜찮지만 ‘커밍아웃’은 어떨까? 청소년 연극 ‘좋아하고 있어’
배너닫기
가장 많이 본 기사 [CULTURE]
[리뷰] ‘덕밍아웃’은 괜찮지만 ‘커밍아웃’은 어떨까? 청소년 연극 ‘좋아하고 있어’
배우 정원영, 단독 토크쇼 ‘1열인터뷰’ MC 변신…1회 게스트는 ‘팬텀싱어2’ 박강현
오페라, 가을 무대 아름답게 물들인다…리골레토-아이다-탄호이저-코지 판 투테
[현장스케치] 여태껏 겪어보지 못한 경험, 예상치 못한 감정 선사한다…뮤지컬 ‘타이타닉’
[현장스케치] 한국 드라마를 보듯 자연스럽게…연극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
배너닫기
MUSICAL
[현장스케치] 여태껏 겪어보지 못한 경험, 예상치 못한 감정 선사한다…뮤지컬 ‘타이타닉’
PLAY
[리뷰] 어쩌면 그들 모두,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
PLAY
[리뷰] ‘덕밍아웃’은 괜찮지만 ‘커밍아웃’은 어떨까? 청소년 연극 ‘좋아하고 있어’
배너닫기
About NewsCultureHISTORY이용약관개인정보취급방침사업제휴안내기사제보
㈜콘팩/뉴스컬처|대표이사/발행편집인:이훈희|취재팀장:양승희|영상제작본부장/이사:이장희|콘텐츠사업본부장:박상욱
취재팀:02-715-0013|편집팀:02-715-0012|영상제작본부:02-714-0052|콘텐츠사업본부:02-715-0014|청소년보호책임자:이장희
정기간행물등록번호:서울아02083|발행일자:2006.11.03|등록일자:2012.04.19.|주소:서울 용산구 한강대로 297, 우신빌딩 5층 뉴스컬처
㈜헤럴드|대표이사:권충원|인터넷신문등록번호:서울 아03710|주소:서울시 용산구 후암로 4길 10 헤럴드 스퀘어|대표전화:02-727-0114
Copyright NewsCulture. All Rights Reserved. 모든 기사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