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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증오의 민낯, 누가 그들을 죽이는가…연극 ‘미국 아버지’
알카에다에 의해 공개 참수된 ‘닉 버그 사건’ 바탕으로
 
이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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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미국아버지(연출 장우재)' 공연장면.(뉴스컬처)     ©사진=극단 이와삼
 
“나는 칼을 휘두른 사람이 그의 손에 닉의 숨결을 느끼고 그가 실제의 인간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나는 나머지 4명이 내 아들의 눈을 들여다보았다고, 적어도 세계의 나머지가 보았던 그 어슴푸레한 장면이라도 보았다고 확신합니다. 그리고 나는 이 살인자들이 그 짧은 시간 그들이 하고 있는 일을 싫어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지난 2004년 5월. 미국 청년 닉 버그는 알카에다에 의해 살해됐다. 그의 죽음은 인터넷 동영상을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됐으며, 알카에다의 참혹한 만행을 알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몇 달 후 그의 아버지 마이클 버그는 영국전쟁저지연합 집회에 참석하여 발언해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참석 대신 그가 보낸 장문의 편지는 긴급집회에서 낭독됐고, 이후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실려 세계에 알려졌다.
 
무대 전면에 자리한 스크린에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마이클 버그의 편지가 그려진다. 아들의 죽음을 넘어 전쟁과 평화, 사회와 인간에 대한 깊은 사유가 담긴 글이다. 바로 그 작은 편지 한 통에서 연극인의 도전은 시작됐다. 연극 ‘미국아버지(연출 장우재)’는 지독한 슬픔을 딛고, 아들의 죽음을 정치적으로, 역사적으로 사유하는 그 마음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에 대한 물음으로 막을 연다.
 
마약중독자인 빌의 자랑은 성실한 월가의 일원이었던 아들 윌이다. 사랑으로 삶을 채워가던 두 사람은 미국을 떠나겠다는 윌의 발언으로 새 국면을 맞이한다. 빌은 아들이 순탄한 삶을 살길 바라기에 만류하지만, 결국 윌은 떠난다. 그리고 봉사를 위해 찾은 이라크에서 알카에다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 아버지 빌은 생중계되는 처참한 광경으로 아들의 마지막을 바라본다.
 
▲ 연극 '미국아버지(연출 장우재)' 공연장면.(뉴스컬처)     ©사진=극단 이와삼
 
작품은 다큐멘터리 형식의 서사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관객들은 빌의 상황을 따라가면서 그의 즐거움과 분노, 증오의 발화를 목격한다. 마약에 빠진 빌은 환각을 본다. 첫사랑 낸시, 청년 때의 자신인 빌리, 원수 같은 친구 데이빗, 심지어는 죽은 윌까지 그의 집을 방문한다. 빌은 자신의 환각을 반복적으로 죽이지만, 그들의 쏟아지는 외침은 멈추지 않는다. 끝내 빌은 자신도 죽음 속으로 걸어가기 시작한다.
 
스크린을 통해 예고된 연극인의 물음은 공연을 바라보는 관객에게도 궁금증을 남긴다. 하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의문은 흐려지고, 증오와 분노로 자신을 잃어가는 한 남자가 시선을 끈다. 아들의 죽음을 바라본 아버지의 심경은 쉽게 상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특히 그 아들이 세상 그 누구보다 착하고 성실한 사람이었다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서로가 서로를, 끝내는 자신마저 죽이는 ‘증오’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게 되는 순간이다.
 
극은 달라지지 않는 현시대에 일침을 가하기도 한다. 아버지 빌은 물질주의, 권위주의를 거부했던 68혁명의 퇴색을 경험했다. 때문에 그는 아들의 죽음 앞에서 자본주의, 인종과 종교의 갈등 등 현대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를 향해 거침없이 총구를 겨눈다. 극을 채우는 건 9·11 테러, 알카에다, 이라크 전쟁, 인종 차별 등 2000년대 초반 미국의 현실이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이 현실에 여전히 공감한다.
 
빌 역의 배우 윤상화를 필두로 극단 이와삼 배우들의 호연이 돋보인다. 특히 장 연출과 오랜 친구 사이이자 동료인 윤상화의 열연은 커튼콜의 박수갈채로 이어진다. 대사와 침묵, 눈빛 등 매 순간 전해져 오는 진한 감성이 여운을 더한다.
 
작,연출을 맡은 장우재 연출은 맨 처음 희곡을 쓸 때는 실제 사건을 알리는 데 주력했으며, 작년 초연 때는 미국에서 직접 느낀 감수성을 극 안에 담으려 했다. 이번 공연은 거리두기를 통해 보다 간결한 메시지의 드라마를 구축하고자 했다. 하지만 달라지지 않은 것도 있다. 그는 여전히 실제 마이클 버그의 생존에 마지막 희망을 더하며, 실패에서 시작되는 만남을 외친다. 오는 11월 1일까지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공연.
 

[공연정보] 
공연명: 연극 ‘미국아버지’
작/연출: 장우재
드라마터그: 조만수
공연기간: 2015월 10월 20일 ~ 11월 1일 
공연장소: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출연진: 윤상화, 김동규, 이동혁, 이정미, 김중기, 강선애, 왕보인, 허균, 곽정화, 조홍우, 신윤지, 고광준
관람료: R석 5만원, S석 3만원, A석 2만원
 
(뉴스컬처=이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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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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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26 [11:38] ⓒ 뉴스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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