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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대학생 여행작가 안시내 “딱 1년만 이기적으로 사는 건 어떨까요?”
‘악당은 아니지만 지구정복’, ‘우리는 지구별 어디쯤’ 저자
 
최윤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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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생 여행작가 안시내를 서울 전농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뉴스컬처)     © 김수민 기자

인생에서 딱 1년만 온전히 나를 위해 사는 것을 꿈꿔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달콤하긴 하나 스펙과 수치화된 문서에 민감한 무한 경쟁 시대의 청춘들에게는 현실적으로 부담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여기 ‘딱 1년만’ 일탈하겠다던 다짐을 ‘평생’으로 바꿔버린 주인공이 있다. 올해 나이 스물넷, 대학생 여행가이자 책 ‘악당은 아니지만 지구정복’ ‘우리는 지구별 어디쯤’의 저자 안시내다.
 
그의 책 속 환하게 웃는 얼굴, 낯선 이와 금세 친구가 되는 모습만 보고 고생 없이 자란 아가씨라고 여겼다면 오산이다. 안 작가가 여행을 떠난 계기는 사실 어려운 현실을 벗어나고 싶다는 간절함 때문이었다. 어려운 가정형편 탓에 스물한 살에 휴학한 후 베이비시터, 카페 아르바이트 등 쓰리잡을 뛰어야 했던 그는 “이전까지의 삶이 너무 팍팍했기에 가장 예쁜 나이에 1년만큼은 제일 반짝이는 모습으로 지내야겠다”고 결심했다. 한동안 학업과 취업이라는 쳇바퀴 속에서 살아야 할 텐데, 딱 1년만은 자유로운 시간을 갖고 싶었다는 것이다.
  
중학교 시절 여행작가 박준의 책 ‘온 더 로드’를 읽으며 여행에 대한 꿈을 키워온 그는 스물두 살에 ‘딱 1년’만 자신에게 시간을 주기로 마음을 먹고, 인도행 비행기에 오른다. 그리고 일을 하면서 힘겹게 모은 1000만 원 중 일부를 집에 보태고 남은 350만 원으로 말레이시아, 인도, 모로코,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이집트, 태국 등을 누비며 141일을 보냈다.
 
장기 여행을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인지라 동네 사람들만 아는 값싼 로컬 식당, 길거리 차 가게를 주로 이용했다. 하지만 가벼운 주머니 덕분에 마치 오래전부터 그곳에 살아온 사람처럼 현지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었다.
 
“처음에는 어쩔 수 없어서 그랬지만 사실은 그게 저에게 맞는 여행 스타일이었어요. 고생도 했지만 그렇게 사람들 만나서 이야기도하고…. 단지 바라보는 것에서 그친다면 TV 다큐멘터리만으로도 충분해요. 그런데 그 속에 있는 사람들의 숨결과 진짜 삶을 느끼는 건 함께 지내봐야만 알 수 있어요. 돈이 없었기 때문에 오히려 저에게 더 많은 이야기가 생긴 셈이죠.”
 
그래서일까. 안 작가는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과 유독 깊은 관계를 나눴다. 처음 본 이들과도 서슴없이 친구가 되고 마음속 이야기도 꺼냈지만, 사실 성격이 적극적이었기 때문은 아니었다. 낯선 곳에 혼자 있다는 외로움과 원래 성격대로 행동하면 아무것도 못할 것 같다는 생각에 그는 낯선 이들에게 먼저 다가갈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용기의 결과로 소중한 인연들을 만날 수 있었고, 이전과는 다른 마음가짐을 갖게 됐다.
 
“인도, 아프리카 등 제3국에서 보낸 시간이 많은데, 그곳 아이들을 볼 때마다 생각이 복잡했어요. 한국에서의 저는 어려운 가정 형편에 불만과 투정이 많았거든요. 그래도 우리는 인터넷이 있어서 세상에 어떤 직업이 있는지 정도는 알 수 있잖아요. 그런데 그곳 아이들은 카메라를 봐도 뭔지를 몰라서 신기해서 다들 우르르 몰려와요. 그걸 보면서 이 친구들은 꿈도 꿀 수 없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적어도 이 세상에 어떤 것이 있는지를 알면 조금이라도 더 나은 꿈을 꿀 수 있겠구나 싶었죠.”
  
▲ 안시내 작가의 저서 '악당은 아니지만 지구정복'과 '우리는 지구별 어디쯤' 책 표지.      ©뉴스컬처DB

2015년 4월 첫 번째 책 ‘악당은 아니지만 지구정복’이 나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프리카로 공정여행을 떠난 것은 ‘사람을 위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자연과 인간을 해치는 것이 아니라 여행자의 윤리적 책임을 고민하자는 취지의 공정여행은 아직 대중적이지는 않지만, 현지인들처럼 먹고 자며 그들에게 수익이 돌아가도록 한다는 점이 매력으로 손꼽힌다. 안 작가 역시 두 번째 여행은 이전보다 더 의미 있고 재밌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페이스북을 통해 공정여행에 관한 크라우드펀딩을 직접 진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크라우드펀딩의 과정은 아르바이트로 경비를 마련하던 첫 여행보다 훨씬 험난했다. 어느 날 포털 사이트를 통해 크라우드펀딩과 관련된 그의 이야기가 소개되면서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악플을 보게 된 것이다. 악플의 내용은 ‘위험한데 무엇 하러 여행을 가느냐’는 식의 비난과 인신공격과 욕설이 난무하는 것들이었다. 그 중에도 가장 견디기 힘든 말은 ‘그 길은 틀렸다’, ‘분명 후회할 것’이라는 등의 반응이었다.
 
“남들과 다르긴 하지만 그래도 이게 내 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무조건 안된다고 하는 말에 저도 모르게 움츠러 들었어요. 그때는 ‘아 내가 틀렸구나’ 싶은 생각이 들고 대인기피증까지 와서 여행도 가기 싫어지더라고요.”
  
당시 그는 거센 비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잡혀있던 인터뷰와 라디오 등 모든 스케줄을 취소했다. 하지만 여행은 크라우드펀딩으로 진행됐기에 가기 싫어도 떠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안 작가는 여행길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많은 부담과 불안을 안고 아프리카에 도착했지만 땅에 발을 딛자마자 ‘아 이거지!’ 싶었다는 것이다. 
 
그는 “아무리 남들이 틀렸다고 손가락질해도 결국 자신의 인생은 스스로 선택해야 함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실패해도 괜찮을 것 같다는 깨달음, 실패해도 극복할 수 있을 만큼 아직 어리다는 생각, 남들의 입김에 내 인생을 맞추지 않겠다는 결심 등이 연달아 생겨났다.
  
▲ 안시내 작가는 “1년만 하고 싶은 것을 하자는 마음이 평생 하고 싶은 것을 해야겠다로 바뀌었다”고 말했다.(뉴스컬처)   ©김수민 기자
 
안 작가는 여행을 통해 현실을 마주하는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전에는 가난하다는 이유로 친구들을 집에 데려오기도 꺼렸지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자신의 고민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게 됐다.
 
또한 인생 최고의 경험이자 최악의 경험이었다는 킬리만자로 등반을 언급하며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느낌이었지만 킬리만자로를 견뎌야 현실의 삶도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특히 20대들도 포기하는 등반을 60대 일본인 할아버지가 성공하고 결국에는 들것에 실려 가는 것을 보면서 “역시 사람은 의지가 제일 중요하다”는 점도 되새길 수 있었다.

‘딱 1년만’ 인생에서 다시없을 경험을 하고 싶었다던 그는 그렇게 정신적, 심리적으로 단단해졌다. 그리고 사람이 변화한 만큼 인생도 달라졌다. ‘딱 1년만’이 아니라 ‘평생’ 원하는 일을 하겠다고 다짐했고, 자신뿐 아니라 다른 사람을 위하는 삶에도 눈을 뜨게 된 것이다.
 
안 작가는 아프리카 여행을 담은 두 번째 책 ‘우리는 지구별 어디쯤’의 인세를 잠비야의 루프완야마로 기부하는 것을 시작으로, 앞으로도 다른 사람들을 위한 여행을 계속할 것이라는 의지를 밝혔다. “자신이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 그리 많지는 않더라도, 어쩌면 그들에게는 그 도움이 전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런 그에게 만일 여행을 하지 않았다면 어땠을 것 같은지 물었다. 안 작가는 “여행 전에는 취업, 학점에 목숨 거는 면이 있었다”며 “아마 벌써 학교를 졸업하고 교수님이 소개해 준 직장에 들어갔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리고 “그런 나를 보고 남들은 똘똘하다고 말했을 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안 작가가 두 번째 책에서 “자신의 꿈을 누군가와 공유했을 때 그 꿈은 또 다른 이의 꿈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던 것처럼, 그는 이제 다른 이의 꿈이 됐다. 공정여행, 인세 기부 뿐 아니라 그의 책을 읽는 많은 이들에게 여행이라는 가슴 뛰는 꿈을 선사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역시 자신의 이야기에 힘을 얻는 이들이 있기에, 쉽지는 않지만 계속 이 일을 할 용기를 얻는다.
 
어린 나이에 남들과는 조금 다른 세상을 경험한 그의 목소리에는 줄곧 자신감이 느껴졌다. 스스로의 길을 선택하고 나아가는 것을 두려워 않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당당한 청춘의 모습이었다. 그런 그에게 마지막으로 또래 청춘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을 물었다.
 
“여행이 아니더라도 좋으니까 제가 가졌던 시간만큼만, 뭐든 좋으니 딱 1년만큼만 자신만을 위해 이기적으로 살아봤으면 좋겠어요. 부모님이나 선생님의 꿈을 대신 꾸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것 말고, 온전히 자신에게 쏟는 시간을 가져봤으면 합니다. 힘들긴 하겠지만 앞으로 100살까지 산다는데 1년이면 100분의 1밖에 안되는 시간이니까요.”
 
 
[프로필]
이름: 안시내
생년월일: 1993년 5월 12일
학력: 서울시립대 환경조각, 국문학
직업: 대학생, 여행 작가
경력: 저서 ‘악당은 아니지만 지구정복’, ‘우리는 지구별 어디쯤’
 
(뉴스컬처=최윤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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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선 수습기자
뉴스컬처/취재본부
 
2016/01/19 [14:51] ⓒ 뉴스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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