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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수제가구 공방 캐비넷속사다리 “인생의 다른 길, 두려워하지 마세요”
디자인부터 마감까지 모두 손 거치는 가구의 매력에 빠져
 
김빛누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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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제 원목가구 공방 ‘캐비넷 속 사다리’의 김령(왼쪽), 김현경(오른쪽) 디자이너를 경기도 일산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뉴스컬처)     ©김정숙 기자
 
꿈은 현실만큼 버겁다. 내 꿈은 무엇인지, 내가 배워온 것들은 의미가 있는지, 지금껏 배운 것들을 어떻게 살려야 할지 몰라 헤매곤 한다. 여기 현실 속에서 꿈을 찾은 두 젊은 목공인이 있다. 수제 원목 가구 공방 ‘캐비넷 속 사다리’를 이끌어가는 김령, 김현경 씨가 그 주인공이다.
  
작년 문을 연 ‘캐비넷 속 사다리’는 원목을 직접 가공해 가구를 주문-제작하거나 스툴, 화장대 등의 샘플 가구를 전시해 판매하는 가구 공방이다. 김령 씨가 대학원에 다닐 때 첫 과제로 ‘사다리의 전형적인 이미지’를 생각한 것에서 이름을 따왔다. 미적, 실용적으로 변해온 다른 도구와 달리 처음 생긴 목적 그대로를 유지고 있는 사다리와 필요한 것을 담을 수 있는 캐비넷이 만나 ‘캐비넷 속 사다리’가 탄생했다.
  
홍익대학교 제품디자인과 동기인 두 사람이 처음부터 가구 제작에 관심이 있던 것은 아니었다. 김령 씨는 졸업 후 유학을 떠나 전공인 제품디자인을 계속 이어갈 생각이었지만, 유학 준비 중 우연히 가구 공모전에 낸 작품이 당선되면서 인생이 바뀌었다. 김령 씨는 출품할 가구를 만들던 당시를 회상하며 “모델로만 만드는 제품과 달리 모든 과정이 내 손을 거쳐서 만들어지는 수제가구의 매력에 푹 빠졌다”고 말했다. 우연은 기회로 작용해 그의 유학은 가구디자인을 공부하는 방향으로 굳혀졌다.

한편 김현경 씨는 졸업 후 회사에 취직해 경관조명 설계 업무를 했다. 일을 하는 5년 동안 사회생활에 점점 지쳐갔고 여러 가지 생각이 많아졌다. 이 일을 계속해도 될지 확신이 들지 않던 차에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친구 김령이 “한 가지 일로 이 정도 살아봤으면 다른 거로도 살아봐야지 않겠느냐”고 말을 건넸다.
 
아직 시간이 많을 때 해보고 싶은 건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이르자 김현경 씨는 직장을 그만두고 김령 씨와 함께 ‘캐비넷 속 사다리’를 창업했다. 김현경 씨는 “혼자 하는 창업을 하는 분들의 경우 마음을 정한 뒤 실행하기까지 비교적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아무래도 둘이 하면 추진력을 얻어서 진행 속도가 빠르다는 게 장점인 것 같다”고 말했다.
  
▲ 공방 '캐비넷속사다리'의 수제원목 화장대 세트, 오크 의자, 원목 자석, 하드메이플 스툴(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사진=캐비넷속사다리
 
두 사람이 만드는 것은 수제 원목 가구다. 일반 가구와 달리 원목을 바탕으로 직접 손으로 제작하는 가구는 특별한 점이 많다. 먼저 원목은 가구가 된 뒤에도 습기를 뱉으며 조금씩 움직인다. 두 사람은 그런 변화를 “살아있다”고 이야기했다. 일반적인 가구의 흠집은 낡았다는 느낌이 드는 반면, 원목 가구는 사람과 함께 나이를 먹어가는 인상을 준다.
 
또 같은 수종을 써도 색깔이 다르고 나뭇결이 다른 것처럼, 같은 재료와 도면으로 만들어도 제각기 다른 모습의 가구가 완성된다. 나를 위해 만들어진 가구와 함께 늙어간다는 느낌. 수제 원목 가구의 매력은 거기에 있다.
 
하나뿐인 가구인 만큼 두 사람은 제작에 들어가기 전 준비를 꼼꼼히 한다. 먼저 의자, 화장대 등 어떤 종류의 가구를 만들지 정하고, 다음에는 가구를 사용하는 이용층을 누구로 삼을 것인지를 설정한다. 특정 타겟이 있으면 필요한 것을 알아내거나 취향을 분석하는 등 시장 조사를 하기도 한다. 디자인을 정한 뒤에는 ‘목업’이란 이름으로 축소한 제품을 만들어 비율이나 구조 등을 살피고, 최종결정을 내린 뒤에는 도면을 바탕으로 제품을 완성한다.
 
두 사람은 모든 과정 중 가장 중요한 일로 “가구 제작에 들어가기 전 최대한 완벽한 준비를 하는 것”을 꼽았다. 만들기 전에 모든 것을 끝내 놓아야 실제 제작에 들어간 뒤에 수정할 일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이미 작업을 시작한 뒤 돌이킬 수 없는 부분은 다시 하거나 그것에 맞춰서 나머지를 모두 수정해야 하기 때문에 허투루 넘길 수 없는 부분이다.
  
“책상의 반질반질한 윗면은 보지만 보통 보이지 않는 아랫면은 신경 쓰지 않잖아요. 그런데 저희는 거기까지 신경을 써요. 이 정도는 사람들이 안 보니까 괜찮아, 하고 자기 자신과 타협하게 되면 그만큼 가구의 완성도가 달라지거든요. 자기와의 싸움에서 타협하지 않는 게 참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김현경)
  
가게를 차렸지만 사실 모든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 목공방은 제품을 제작하고 홍보를 통해 충분히 알려질 때까지 수입을 기대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더욱이 자기 스타일대로 만든 제품이 판매로 이어지지 않으면 잘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다”며 “내가 생각한 디자인이 실제로 구현돼서 제품이 될 때 정말 뿌듯하다”고 말했다. 김령 씨는 “의자 같은 경우에 다리 네 조각을 모두 따로따로 만드는데, 그걸 조립했을 때 아귀가 딱 맞으면 제일 기분이 좋다”면서 “제품을 좋아해 주는 분들을 볼 때도 힘을 얻는다”고 이야기했다.
  
여태껏 만난 손님 중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을까. 두 사람은 “선물용 도마를 주문제작 부탁한 여성분”이라고 입을 모았다. 도마를 제작해 드렸더니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 차마 쓰지 못하고 벽에 걸어 장식용으로 쓰고 있다는 것이다. 김령 씨는 “그 말을 들었을 때 뿌듯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열심히 제작한 제품이 쓰이지 못해 아쉬움을 느끼기도 했다”고 말했다.
  
▲ 앞으로 어떤 가구를 만들고 싶은지 묻는 말에 김령(왼쪽) 씨는 가구 전반을, 김현경 씨는 소품을 만들거나 가죽을 접목한 가구를 만들고 싶다고 답했다.(뉴스컬처)     ©김정숙 기자
 
지난 14일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내놓은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졸 취업자 중 27.4%가 자신의 전공과 맞지 않은 일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에서 가구디자인을 전공한 김령 씨는 전공을 살려 직업을 가진 셈이다. 요즘 같이 전공을 살리기 힘든 시대, 어떻게 전공을 살릴 수 있는지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김령 씨는 “전공을 살린다는 건 전공을 배움으로써 남들과 둘 수 있는 차별점이 무엇인가 묻는 것”이라고 운을 뗐다. 디자인을 예로 들면 디자인을 배운 사람은 일반인들보다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이나 물체의 심미성, 실용성 등을 창의적으로 활용하는 능력이 생긴다. 그런 능력을 직업과 연관시키는 것이 전공을 살리는 길이라는 것이다.
  
취직 준비를 하려던 김령 씨는 지인의 권유로 유학을 떠났고, 김현경 씨 역시 직장생활을 이어갈 것을 고민하던 중 친구의 제안을 듣고 함께 공방을 열게 됐다. 두 사람 모두 자신에게 온 기회의 타이밍을 놓지지 않은 덕분에 ‘캐비넷 속 사다리’를 열 수 있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지 묻자 김령 씨는 “도전하는 것을 너무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30대이고 결혼 전이라면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제일 좋은 시기라는 것이다. 김현경 씨는 “두려움 때문에 포기하기보다는 저질러 보라”며 “장기적인 계획이 있다면 1~2년 정도 투자해도 괜찮을 안전망을 함께 준비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어떤 가구를 만들고 싶은지 묻는 말에 김령 씨는 가구 전반을, 김현경 씨는 소품을 만들거나 가죽을 접목한 가구를 만들고 싶다고 답했다. 두 사람은 역할을 분담해 ‘캐비넷 속 사다리’의 지평을 넓히는 방향으로 나아갈 계획이다. 가구를 사랑하고 목표를 위해 매진하는 두 사람의 눈은 빛났다. 앞으로 ‘캐비넷 속 사다리’가 어떤 ‘작품’을 세상에 선보일지 더욱 기대가 된다.
 

[프로필]
이름: 김령
직업: 공방 ‘캐비넷속사다리’ 소속
학력: 홍익대학교 제품디자인과, Rhode Island School of Design MFA 석사
 
[프로필]
이름: 김현경
직업: 공방 ‘캐비넷속사다리’ 소속
학력: 홍익대학교 제품디자인과
경력: ULP 경관조명설계 업무
 
(뉴스컬처=김빛누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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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빛누리 수습기자
뉴스컬처/부산경남-취재본부
news@newsculture.tv
 
2016/01/22 [13:28] ⓒ 뉴스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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