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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벌] 1분 1초도 쉬지 않고 사랑해야 하는 이유…연극 vs 영화 ‘엘리펀트송’
어떤 것으로 만나도 외로움의 향취는 진하다
 
김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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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엘리펀트송(연출 김지호)'와 영화 '엘리펀트송(감독 찰스 비나메)'의 스틸.(뉴스컬처)     © 사진=이슬기 기자, 엣나인필름

“어떤 사랑을 선호하는가 하는 태도는 부모와 자식 사이에서 일찌감치 형성된다.” 정신분석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심리학자 프로이트는 이같이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엄마와 자식 간의 사랑은 훗날 다가올 사랑의 기틀을 마련한다. 왜곡된 사랑 속에서 움튼 자식은 곡해된 사랑을 꽃피울 수밖에 없다. 여기 철저히 그의 주장을 따르는 문학 작품이 있다. 최근 연극과 영화로 국내 관객과 만난 ‘엘리펀트송’이다.
 
2004년 캐나다 스트랫퍼드 축제에 처음 무대에 오른 연극은 프랑스에서 100회 이상 공연됐으며 2014년에는 영화로도 제작됐다. 국내에서는 연극과 영화 모두 지난해 처음 소개됐다. 같은 듯 다른 매력에 취할 수 있는 연극과 영화를 찬찬히 뜯어보고자 한다. ‘엘리펀트송’은 한 남녀의 24시간 하루살이 사랑으로 원치 않게 태어난 아이의 외롭고도 쓸쓸한 삶을 담담히 그린다. 혼자만의 동굴에 갇힌 소년 마이클과 이를 지켜보는 그린 박사와 피터슨 간호사의 사연이 두 장르에서 각각 어떻게 그려지는지 들여다보자.

# 마이클이 진실을 담보로 내건 조건
 
▲ 연극 '엘리펀트송(연출 김지호)'와 영화 '엘리펀트송(감독 찰스 비나메)'의 스틸.(뉴스컬처)     © 사진=이슬기 기자, 엣나인필름
 
이야기의 큰 줄기는 두 장르 간에 상이하지 않다. 작품은 정신병원장 그린 박사가 함께 근무하던 동료 의사 로렌스가 돌연 사라지자, 그를 찾기 위해 발 벗고 나서면서 시작된다. 그린 박사는 로렌스의 행방을 찾기 위해 사라지던 전날 마지막 환자였던 마이클을 찾는다. 그러나 사건의 실마리를 쥐고 있는 마이클은 순순히 진실을 알려줄 마음이 없다. 마이클은 진실을 담보로 그린 박사에게 자신과 거래하기를 요구한다.

연극과 영화에서 마이클이 그린 박사에게 내건 조건은 초연 때는 동일했으나 재연에서는 다르다. 재연을 맞은 연극에서는 첫째 담당 간호사 피터슨을 제외할 것, 둘째 주치의를 바꿔줄 것만을 요청한다. 영화에서는 첫째 진료기록을 보지 말 것, 둘째 담당 간호사 피터슨을 제외할 것, 셋째 본인에게 초콜릿을 줄 것을 조건으로 내건다. 얼핏 유사한듯하지만 판이한 조건은 극 말미 관객이 느낄 반전의 낙차를 달리한다.

이 작품의 묘미는 거미줄처럼 잘 짜인 텍스트다. 장난치듯 스스럼없이 내뱉는 마이클의 농담 하나에도 의미가 담겨있다. 모두를 깜박 속아 넘기고 마는 마이클의 포석은 정교하게 설계된 조건으로부터 비롯된다. 마이클이 내건 조건과 그의 말들이 결말에 달했을 때 퍼즐 조각처럼 맞춰지는 순간 묘한 쾌감을 자아낸다. 

# 그린 박사와 피터슨 사이에 숨겨진 비밀
 
▲ 연극 '엘리펀트송(연출 김지호)'와 영화 '엘리펀트송(감독 찰스 비나메)'의 스틸.(뉴스컬처)     © 사진=이슬기 기자, 엣나인필름
 
연극과 영화에서는 초점을 맞추고 있는 관계 자체가 다르다. 연극에서는 마이클, 그린 박사와 피터슨 간호사만이 등장하나 마이클과 그린 박사의 충돌에 더욱 집중한다. 코끼리의 습성과 오페라의 특성으로 일관하는 마이클과 그런 그에게 로렌스의 행방을 물고 늘어지는 그린 박사의 대화는 서로의 가슴을 격렬히 파고든다. 1분 1초도 쉬지 않고 오가는 이들의 줄다리기는 언제 끊길지 모르는 고무줄처럼 팽팽한 긴장감을 자아낸다. 그로 인해 연극에서는 마이클과 그린 박사의 쫀쫀한 대결을 느낄 수 있다.

영화에서는 그린 박사와 피터슨에게 카메라를 들이댄다. 연극이 그린 박사와 피터슨의 전사(前事)를 과감히 삭제했다면, 영화에서는 그린 박사와 피터슨의 실낱같은 감정선 하나도 놓치지 않는다. 서로를 향해 남아있는 미련까지 모두 긁어모아 스크린에 담아낸다. 영화 속 두 사람의 전사는 이렇다. 딸의 죽음으로 이별을 택한 부부인 그들은 자신들의 상처에 매몰돼 외면하기에 이른다. 삭을 대로 삭은 두 사람 사이에 마이클이 비집고 들어오면서 서로를 보듬는다.

아울러 연극과 영화는 극을 풀어내는 방식에도 차이를 보이며 노선이 다름을 분명히 한다. 영화는 액자식 구성으로 현재 그린 박사와 피터슨의 진술로 과거 사건을 회상한다. 화자를 명확히 함으로써 그린 박사와 피터슨의 이야기라는 사실을 못 박는다. 영화 속 마이클은 이들의 상처치유를 위한 장기 말처럼 등장하는 듯 보인다. 반면 연극에서는 마이클의 외로움과 상처로 얼룩진 속내가 더 잘 드러난다. 

# 로렌스의 행적을 뒤좇다
 
▲ 연극 '엘리펀트송(연출 김지호)'와 영화 '엘리펀트송(감독 찰스 비나메)'의 스틸.(뉴스컬처)     © 사진=이슬기 기자, 엣나인필름
 
작품 중 수없이 등장하는 이름은 로렌스 박사로, 이야기의 시작이자 끝이다. ‘엘리펀트 송’은 그의 실종으로 막을 열고, 그를 찾음으로써 막을 내린다. 그는 사건이 절정으로 치닫는 내내 등장하지 않고 오직 마이클, 그린버그 박사, 피터슨의 입을 통해서만 그려진다. 관객은 로렌스를 판단할 수 있는 기본 토양이 없기에 다른 등장인물의 묘사에 따라 자신만의 로렌스를 찾기 위해 내재된 호기심을 최대한으로 발동한다.

그로 인해 로렌스는 동료들의 신뢰를 한몸에 받는 유능한 의사에서 환자 마이클을 성적대상으로 삼는 몰지각한 의사로 추락하는가 하면,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마이클이 생애 유일하게 사랑한 대상으로 추앙받는 등 다채로운 모습으로 얼굴을 내비친다. 이런 로렌스는 연극에서 끝내 등장하지 않지만, 영화에서는 말미에 출연한다.

그의 등장이 전무한 연극에서는 마이클과 로렌스의 관계가 다소 일방적으로 보였다면, 영화에서는 로렌스가 잠깐이나마 등장해 “사랑했어. 그가 원하는 방식은 아니었지만”이라는 대사를 통해 마이클과의 관계가 쌍방향이었음을 친절히 설명한다. 연극과 영화 모두 짙은 여운을 남기나 어느 쪽으로 더 기울어지느냐는 관객의 몫이다.


[공연정보]
공연명: 연극 ‘엘리펀트송’
작: 니콜란스 빌런
연출: 김지호
공연기간: 2016년 4월 22일 ~ 6월 26일
공연장소: DCF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
출연진: 박은석, 정원영, 전성우, 이석준, 고영빈, 정재은, 고수희.
관람료: R석 5만5천원, S석 3만5천원

[영화정보]
영화명: ‘엘리펀트송’
장르: 드라마
감독: 찰스 비나메
개봉일: 2015년 6월 11일
출연진: 브루스 그린우드, 마이클 앨린, 캐서린 키너, 캐리 앤 모스, 래리 데이, 콜므 포어 외
관람등급: 15세 관람가

(뉴스컬처=김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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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슬 기자
뉴스컬처/뉴스제작본부
news@newsculture.tv
 
2016/05/16 [15:09] ⓒ 뉴스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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