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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올림픽과 인연 깊은 석창우 화백…“할 수 있다”는 마음, 금메달처럼 빛나
고압선에 두 팔 잃었지만 희망 잃지 않고 ‘수묵 크로키’ 장르 개척
 
최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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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묵 크로키로 이름을 알린 석창우 화백을 서울 한남동의 작업실에서 만났다.(뉴스컬처)     ©박남희 기자
 
이번 리우 올림픽에서 대한민국 펜싱 국가대표 박상영 선수의 “할 수 있다”는 주문이 신드롬처럼 각인돼 국민들에게 위로와 공감을 주고 있다. 그는 지난 10일 열린 남자 펜셍 에페 개인 결승전 경기에서 9-13으로 뒤졌지만 막판 15-14로 역전했다. 모두가 그의 패배를 예상했지만 스스로는 ‘할 수 있다’라며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에는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포기하지 않는 의지를 보여준 박상영처럼, 인생이라는 올림픽 무대에서 ‘할 수 있다’는 주문으로 금메달을 딴 화가가 있다. 대한민국 제1호 의수 화가로 불리는 석창우 화백이다. 전기기사로 활동하던 석 화백은 지난 1984년 2만9천 볼트 고압선에 감전돼 두 팔과 발가락 두 개를 잃었다. 그는 병실에서 눈을 떠보니 이미 두 팔이 잘려나간 뒤였다고 회상했다.
 
절망적인 순간이었지만 결코 좌절하지 않았다. 그는 “일어나서 세수하고 밥 먹는 것조차 못했지만, 못하는 것만 생각하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며 말을 이었다. “아무것도 못 하는 상태였지만 무언가 할 수 있는 걸 찾고 싶었어요. 그러다가 조금만 생각을 바꾸니 숨도 쉬고 말도 하고 걸어 다닐 수 있다는 게 감사한 일이란 걸 깨달았죠. 그런 사소한 일부터 시작해서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 노력해서 할 수 있는 일, 엄청 고생해서 할 수 있는 일을 나누게 됐어요.”
 
석 화백은 엄청 고생해서 할 수 있는 일로 ‘그림’을 선택한 뒤 ‘할 수 있다’는 긍정의 메시지를 새겼다. 그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컸지만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그러나 찾아가는 화실마다 팔 없이 어떻게 그림을 그릴 거냐고 거절을 당하자, 먹 하나로만 그릴 수 있는 서예를 떠올렸다. 그렇게 그림의 길로 들어선 뒤, 동양의 서예와 서양의 크로키를 접목한 ‘수묵 크로키’ 장르를 개척하면서 조금씩 이름을 알렸다.
 
▲ 석창우 화백이 최근 중앙일보를 통해 선보인 2016 리우 올림픽 28개 종목의 픽토그램.(뉴스컬처)    

석 화백은 유독 올림픽과 인연이 깊다. 앞서 ‘2014 소치 장애인 올림픽 폐막식’과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외국 실사단 앞에서 퍼포먼스를 선보인 바 있다. 최근에는 ‘2016 리우 올림픽’을 기념해 올림픽 28개 전 종목을 그리기도 했다.
 
그는 “평소 누드모델을 그리는 경우가 많았는데, 자세가 단순하고 활동적이지 않았다”며 그러던 중 나가노 올림픽 때 미셸 콴 선수의 피겨스케이팅을 보게 되면서 자연스럽고 다양한 모습에 빠져들었다”고 말했다. 그림을 그릴 때는 선수들의 좋은 자세나 사진을 참고하는데 단지 보이는 그대로를 화폭에 옮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집어넣는다.
 
“제 몸은 정적인데 마음만큼은 동적이거든요. 스포츠가 동적이고 역동적이니까 그림에 담아보고 싶었어요. 제가 직접 그 선수의 몸에 들어가서 경기를 한다고 생각하면서 작업을 하면서 어떤 일체감을 느끼기도 하죠. 스포츠를 소재로 작업을 하면서 움직이지 못하는 게 치유가 되더라고요.”
 
리우 올림픽이 한창인 최근 석 화백은 가장 눈여겨보는 선수로 리듬체조의 손연재를 꼽았다. 그는 “태권도나 양궁처럼 자세가 단순한 스포츠에 비해 피겨스케이팅이나 리듬체조는 아름다운 선이 잘 드러난다”며 “절정기에 있는 선수를 그리는 게 좋은 작품으로 이어지는데, 이번에 손연재가 절정기에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수영 선수 박태환에 대한 애정도 아끼지 않았다. 박태환은 이번 올림픽에서 전 종목 예선 탈락이라는 아쉬운 성적을 거두고 조기 귀국했다. 앞선 인터뷰에서 박태환의 경기 모습을 그림에 담고 싶다던 석 화백의 아쉬움은 더욱 컸다.
 
“박태환이 시련을 많이 겪었잖아요. 그 모습을 보면 좋은 점수가 나오지 않을 거라는 건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죠. 저는 제가 그리고 싶은 사람만 그리니까, 다른 수영 선수가 많아도 안 그려지더라고요. 박 선수는 본인이 포기만 하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해요. 2020년 도쿄 올림픽 때 박태환이 절정을 달리면 그때 그리고 싶어요.”
 
▲ 석창우 화백은 "화가로서 큰 무대에 서고 성공하기까지 아내의 희생을 빼놓을 수 없다"며 가족들에 대한 깊은 고마움을 드러냈다.(뉴스컬처)     ©박남희 기자
 
석 화백은 자신의 전성기이자 삶에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을 ‘2014 소치 장애인 올림픽 폐막식’에서 퍼포먼스를 할 때라고 꼽았다. 그는 “귀빈석에 앉아있던 아내가 제 그림을 보고 흥분하며 잘 그린다고 칭찬하는데 그때부터 자신감이 생겼다”고 이야기했다.
 
“아주 가까운 사람이 칭찬하는 건 진심이라고 생각해요. 아내의 칭찬도 와 닿았고, 소치 퍼포먼스의 반응도 생각보다 좋았어요. 그동안에는 사람들이 칭찬을 해줘도 팔이 없으니까 잘한다, 팔이 없는 거치고는 잘한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소치 올림픽 이후, 제 실력을 진정으로 인정받은 듯한 기분이 들어서 좋더라고요.”

그는 자신이 화가로서 큰 무대에 서고 성공하기까지 아내와 가족들의 희생을 빼놓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아내가 정말 현명했다. 보통 다치고 그러면 어떻게 사느냐 울고불고하는데, 딱 끊어서 이건 이미 다친 거고 앞으로 어떻게 살 건지 생각하자고 했다”며 “그림을 배워보라고 적극적으로 권한 것도 아내였다”라고 말했다.
 
사고로 병원에 입원해 있을 당시, 큰 아이는 2살, 작은 아이는 태어난 지 고작 한 달 반 밖에 안 됐을 때였다. 절망감이 들었지만, 아이들에게 양팔 없이 아무것도 안 하는 아빠의 모습으로 비치고 싶지는 않았다. 끊임없이 뭔가 할 수 있는 것을 찾던 중, 아내의 응원으로 그림을 시작하게 됐다. 가장 가까운 사람의 칭찬이 큰 용기가 되어 준 것이다.
 
마지막으로 석 화백은 대중에게 기억되고 싶은 화가로서의 바람을 드러냈다. “보통 작가들이 고뇌를 많이 한다고 하는데, 전 고뇌를 안 하거든요. 그 즐거운 걸 하는 데 왜 고뇌를 하는지 모르겠어요.(웃음) 그저 일상을 즐겁게 살다가 간 작가로 기억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프로필]
이름: 석창우
직업: 화가, 서예가
생년월일: 1955년 5월 22일
학력: 명지대학교 전기공학과 학사
수상: 제3회 대한민국장애인문화예술대상(2008), 자랑스러운 한국장애인상 문화예술부문(2011) 외
 
(뉴스컬처=최예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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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은 인턴기자
뉴스컬처/뉴미디어랩실
 
2016/08/20 [10:01] ⓒ 뉴스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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