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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정인지 “자야처럼 백석 앓이, 완전히 치였죠”
트라이아웃 공연부터 본 무대까지, 한 남자를 평생 사랑한 여인으로
 
양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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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연출 오세혁)'에서 자야 역을 맡은 배우 정인지를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뉴스컬처)     © 박남희 기자
 
“백석이라는 사람과 그의 시에 완전히 치인 거죠. 자야처럼 백석을 사랑하게 됐어요.”
 
배우 정인지는 시인 백석(1912~1996)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뮤지컬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이하 나나흰, 연출 오세혁)’에서 사랑했던 연인 백석을 잊지 못해 평생 그리워한 여인 자야 김영한(1916~1999) 역을 맡은 그는 자야처럼 백석에게 마음을 빼앗겼다. 경성시대, 한 시대를 풍미했던 모더니스트이자 시인들의 시인이라 불리던 백석. 우유부단하고 유약하기도 했지만, 잘생긴 데다 지적이기 한 이 남자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정인지와 작품의 인연은 지난해 말 시작됐다. 박해림 작가로부터 트라이아웃 공연 출연 제의를 받았지만, 당시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에 원 캐스트로 출연 중이라 참여가 어려웠다. 하지만 정인지에게서 ‘자야’의 무언가를 발견한 듯한 작가는 그를 기다려줬고, 덕분에 지난 2월 우란문화제단의 콘텐츠 개발 프로그램을 통해 첫 선을 보이게 됐다. 
 
▲ 뮤지컬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연출 오세혁)’ 공연장면 중 백석(왼쪽 이상이 분)과 자야(정인지 분)가 고향을 바라보고 있다.(뉴스컬처)     © 박남희 기자

‘나나흰’이 자야의 기억 속에 녹아 있는 백석의 이야기를 풀어낸 것인 만큼, 두 사람에 대한 대략적 조사부터 했다. 하지만 막상 대본을 받아든 그는 첫 대사부터 막혀 더 나아갈 수 없었다. 50년 동안 한 남자만 기다려온 여자가 처음 꺼낸 “여보, 나 왔어”라는 한 마디가 눈물을 핑 돌게 할 만큼 가슴을 먹먹하게 했기 때문이다. 정인지는 “두 사람이 너무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만, 헤어짐이 너무 슬퍼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는 게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트라이아웃 공연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나나흰’은 지난 5일 서울 대학로에서 정식으로 개막했다. 정인지는 “시를 가지고 풀어낸 오래된 사랑 이야기가 대학로에서 상업 공연으로 올라간다는 것 자체가 믿기지 않았다”며 “이 작품을 알아봐주신 관객들께 너무 감사할 뿐”이라며 기뻐했다. 배우뿐만 아니라 연출을 비롯한 모든 스태프가 ‘자야’에 빙의돼 매일 공감하고 눈물을 흘리면서 만든 공연이 관객의 마음에도 통한 것이다.
 
본 공연으로 오면서 달라진 점은 크게 없다. 다만 작품에 참여하는 배우들의 수가 늘어나면서 극의 또 다른 부분들이 추가되면서 더 풍성해졌다. 정인지는 “이번에는 백석 3명에 자야 2명, 사내 2명까지 총 7명이 됐는데, 배우들의 인생까지 함께 만나다 보니 더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무대도 제대로 갖춰지면서 더 입체적인 공연이 됐다”고 설명했다.
 
▲ 뮤지컬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연출 오세혁)’ 공연장면 중 자야(가운데 정인지 분)의 말에 백석(오른쪽 이상이 분)이 자신의 얼굴을 만지고 있다.(뉴스컬처)     © 박남희 기자

“공연을 하다보면 백석과 자야가 그들이 못다 이룬 사랑을 무대에서나마 이루고 싶어서 우리들을 선택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강)필석 오빠, (오)종혁 오빠, 상이가 연기하는 백석과 (최)연우와 제가 표현하는 자야, 그리고 두 사내까지. 이들의 감성이 백석과 자야의 마음처럼 맑고 보석 같아요. 특히 백석 역 세 배우의 공통점은 순수하고 사랑에 솔직하다는 건데, 아마 실제로 사랑할 때도 전혀 계산하지 않을 것 같아요. 사랑이 왔을 때 손 하나만 살짝 내밀고 마는 게 아니라 온 팔 가득히 껴안을 것 같은 느낌이에요.”
 
정인지는 자야에 대해 “사랑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자신의 실제 사랑에 빗대어 보면 상처 받을까봐 겁도 많이 먹고 감정에 소극적이었을 때도 많았다. 하지만 자야는 사랑하던 순간만큼은 내일 당장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생각할 만큼 모든 걸 바쳐 사랑했다. 때문에 모든 걸 바쳐 사랑했던 사람이 보내온 시, 그리고 그 시를 하나둘 엮어 만든 시집을 손 위에 받았을 때 자야가 느꼈을 무게감이 남달랐을 것이란 생각이다.
 
▲정인지는 "문화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대단한 힘을 알고, 믿고 있기 때문에 함부로 무대에 서고 싶지 않다. 무대에 오르는 순간 만큼은 관객의 마음을 바꿀 수 있을 만큼의 준비를 해서 충분히 설득시킬 수 있는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뉴스컬처)     © 박남희 기자

작품은 백석의 시에 나오는 시어와 문장으로 모든 넘버의 가사를 만들었다. 트라이아웃 공연 이후 줄곧 ‘백석 앓이’를 하고 있다는 정인지에게 가장 좋아하는 시 한 편을 꼽아달라고 했다. 그는 한참을 고민하더니 ‘국수’를 꼽았다. “이 희수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 것은 무엇인가”라는 시 구절이 극에서는 자야가 백석의 소담하고 소박한 글씨를 묘사하는 말로 나온다. 화려하고 활짝 핀 꽃이 아닌 길가에 자란 풀 한 포기 같은 소박한 것에 마음을 빼앗겼을 때야말로 “정말 약도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나나흰’은 이렇게 소박하지만 진솔한 마음으로 관객들의 감성을 두드린다. “글 몇 줄 읽는 것도 어려워 빨리 넘기고 마는 이 바쁜 시대에, 과연 시가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하지만 관객들께서 이 작품에 응답해주시고 있다는 것은 따뜻한 감성이 아직 남아있고 또 필요하다는 증거 같아요. 너무 바쁘게만 살고 있는 삶에서 속도가 느린 시가 전하는 힘에 귀 기울여주셨으면 해요.”
 
 
[프로필]
이름: 정인지
직업: 배우
생년월일: 1984년 6월 12일
학력: 경희대 연극영화학과 학사
출연작: 뮤지컬 ‘위대한 캣츠비’, ‘그리스’, ‘한 여름밤의 꿈’, ‘52 blue’, ‘벽을 뚫는 남자’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외/ 연극 ‘스탑 키스’, ‘음악 에세이’, ‘달콤한 인생’, ‘서릿빛 소녀’, ‘날 보러와요’ 외
 
(뉴스컬처=양승희 기자)대한민국No.1 문화신문 [뉴스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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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희 기자
뉴스컬처/공연문화팀장
yang@newsculture.tv
 
2016/11/22 [10:06] ⓒ 뉴스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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