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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강우-이휘종 “치열하게 그려낸 ‘보이스 오브 밀레니엄’…그 뜨거운 마음이 닿기를”
과거와 현재 오가며 변해버린 ‘우리’ 그리는 동우-명구 역
 
이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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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보이스 오브 밀레니엄(연출 박선희)'에서 동우 역을 맡은 배우 이강우(왼쪽)와 명구 역을 맡은 배우 이휘종을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뉴스컬처)     ©박남희 기자
 
사람들이 타임머신을 꿈꾸는 이유는 다양하다. 과거는 항상 후회를 남기기 때문일 것이며, 또 더없는 행복을 느꼈던 순간에 대한 그리움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꿈은 꿈일 뿐. 돌아갈 수 없기에 저마다의 과거는 더 진한 후회로, 그리움으로 가슴에 남는다. 여기 ‘보이스 오브 밀레니엄(연출 박선희)’의 네 친구도 그런 과거가 있다.
 
서로가 있기에 그 어떤 것도 두렵지 않았던 학창시절이 있었고, 너무나도 달라져 버린 16년 후의 오늘이 있다. 16년 전 친구 지훈이 식물인간이 되어버린 후, 친구들은 서로 다른 길을 향해 질주했다. 시간이 지나 지훈이 깨어났지만 그가 기억하는 과거로 돌아가기엔 이미 먼 길을 걸어왔다. 네 친구 중 동우, 명구 역을 맡아 열연하고 있는 배우 이강우와 이휘종을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작품과 함께하게 된 계기는?
 
이강우: 안혁원 피디님께 연락을 받았죠. 그런데 그 전에 신기한 일이 있었어요. 박선희 연출님이 그보다 전에 연락을 주셨거든요. 캐스팅이 확실해지지 않았을 때인데, 연습실에 와서 리딩만 도와달라는 거였죠. 작품에 함께하게 될 줄 몰랐고 저도 편한 마음으로 임했던 거였는데, 안 피디님의 연락을 받고 ‘이런 게 인연인가’ 싶었어요.
 
이휘종: 저는 운이 좋았던 거 같아요. 졸업한 지 얼마 안 돼서 ‘히스토리 보이즈’를 하게 됐는데, 그때 안혁원 피디님이 같이 공연했던 (박)은석이 형한테 저에 대해 물어보신 거 같아요. 감사한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창작 초연작입니다. 배우로서 느낀 작품의 첫인상은 어땠나요?
 
이강우: 제가 처음 읽었던 건 초고였으니까요. ‘이거 진짜 많이 고쳐야 하는데 되겠어?’ 싶었죠.(웃음) 하지만 리딩을 도우면서 이 작품이 가진 특유의 투박함 자체가 좋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함께 만들어가는 열정, 부딪히고 넘어지면서 갈 수 있는 뜨거움이 있었죠. 잘 만들면 제게도 많은 에너지가 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있었던 거 같아요.
 
이휘종: 일단 이렇게 많은 대사를 해본 적이 없어요. 뮤지컬 독회나 영화 단편은 해본 적이 있어도 연극 무대에서는 처음이다 보니 욕심이 생겼던 거 같아요. 하고 싶었고 잘 해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그리고 대본을 읽다 보니 친한 친구랑 오랫동안 연락 못 하고 지내는 제 상황도 떠오르더라고요. 관객들도 이 작품을 보면 나와 같은 기분일까 하는 궁금증도 있었어요.
 
▲ 연극 ‘보이스 오브 밀레니엄(연출 박선희)’ 공연 사진.(뉴스컬처)   ©박남희 기자
 
-창작극이다 보니 만들어가는 과정이 녹록치만은 않았을 거 같은데요?
 
이강우: 맞아요. 쉽지는 않았어요. 근데 신기한 건 그게 또 진짜 재밌었고 지금도 즐겁다는 거예요. 장면마다 그 장면이 왜 존재하는지, 그 안에 있는 인물의 목표가 뭔지, 흐름을 잡으려고 즉흥을 많이 했어요. 기본 텍스트는 두고 그 안에서 배우 마음껏 움직여보고 변주하면서 좋은 걸 찾아가는 거죠. 설명적인 대사들도 많이 쳐내고 극도 조금씩 풍성해진 거 같아요. 때문에 꼭 필요했던 건 솔직함이었죠. 어떻게 보면 싸울 수도 있을, 그런 이야기들을 솔직하게 꺼내고 극을 잘 만들겠다는 의지로 똘똘 뭉쳐야 했어요.
 
이휘종: 형 말대로 굳이 정보를 주지 않아도 되는 설명적인 부분을 깎아내는 데 집중했고, 배우들의 색을 많이 담아내려고 했죠. 그리고 또 중요했던 건 진짜 친해지는 거였어요. 친구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까 배우들도 서로에게 마음을 열어야 했죠. ‘히스토리 보이즈’ 때도 남자들끼리 정말 즐겁게 연습하고 그랬는데, 이번에도 형들 덕분에 매일 재밌었어요. 당구도 치고 피시방도 가고.(웃음) 지금도 극장에 오는 게 정말 즐거워요.
 
-극장에 들어와 관객을 만난 후의 느낌은 어땠나요?
 
이휘종: 연습을 하면서 확신이 드는 장면이 있고, 또 불확실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고 그랬거든요. 예를 들어 마지막 지훈이의 독백이 울림을 줄 거라는 건 확신이 있었죠. 하지만 역시 관객들을 만나고 생각지도 못했던 것들을 많이 발견했던 거 같아요. 예상하지 못했던 웃음으로 환기가 되는 부분도 생기고, 좀 더 좋은 극을 만들기 위해 계속 조금씩 바꿔나가고 있어요.
 
이강우: 계속 고쳐나가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크게는 아니고 조금씩 건드려보는 거죠. 관객들에게 좋은 이야기를, 좋은 공연을 보여드리는 게 저희의 목표니까요. 우리의 중심을 단단히 가지고 충실한 극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계속 함께할 것 같아요. 물론 완성이나 정답이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다들 한마음 한뜻으로 이 작품에 대한 열정이 뜨겁거든요.
 
▲ 이강우는 ‘보이스 오브 밀레니엄’이 “뜨거운 순간들이 많은 만큼 나에게도 계속해서 다시 만나고 싶은 극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뉴스컬처)    ©박남희 기자
 
-동우와 명구는 어떻게 그리고 있나요?
 
이강우: 동우는 일단 어릴 때는 부유한 집안에서 온갖 참견과 간섭을 겪으며 살아왔어요. 자유를 꿈꿨지만, 16년이 흐른 후에는 결국 현실적인 삶을 살고 있죠. 동우에게 친구들은 해소, 탈출구가 됐을 거라 생각했어요.
 
최대한 어릴 적에는 큰 고민 없이 쉽게 일을 저지를 수 있는 친구로, 나이를 먹어서는 보통의 우리 어른들이 그러하듯 ‘난 지금 괜찮아’ 하는 자기최면과 가면 속에서 버티는 느낌을 많이 떠올리고 있어요. 16년 만에 지훈이가 깨어나면서 그 가면도 깨져버렸지만. 동우는 동우 나름대로 과거를 그리워하고 있고, 또 말 못할 16년의 세월이 무서워 방어하면서 살아왔을 거예요. 그런 모습이 잘 그려졌으면 좋겠죠.
 
이휘종: 동우랑 저는 경제적으로 반대잖아요. 저는 다른 것보다도 사람들은 명구를 안타깝고 힘들게 볼지언정 저는 그 안에 빠져버리면 안 되겠다 생각했어요. 저마저 힘들다는 생각에 갇혀버리면 명구가 없어질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최대한 밝게 그리고 있어요. 또 저는 명구가 친구들을 위하는 마음이 정말 크고 깊다고 생각해요. 지훈이가 대장으로서 이들을 이끌고 있지만, 그 끝에 이들을 지탱하고 있는 건 명구가 아닐까요. 친구들에 대한 마음을 제일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장면 전환이 많다 보니, 캐릭터에 설득력을 부여하는 게 가장 큰 고민일 거 같은데요?
 
이강우: 아무래도 그렇죠. 그래서 섬세하게 신경 쓰는 부분이 많아요. 일단 의사 동우로 지훈이를 만나고, 논문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 때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으려고 해요. 그보다는 ‘내가 너 대신 살아온 인생만큼, 내가 널 책임질 거냐. 내 친구니까’ 하는 생각만 가지려고 하고 있어요. 오랜만에 과거 이야기를 하면서 이 친구에게도 감정이 덜컹거리는 순간들이 생겨나거든요. 그런 지점들이 잘 보이길 바라요. 동우가 직접 나서서 옛날 사진을 찾고, 앨범을 들고 왔다는 거 자체가 그도 과거를 그리워한다는 거 아닐까요. 죄책감과 그리움. 그런 감정들을 잘 보여드리고 싶어요.
 
이휘종: 명구는 비교적 순수한 친구라고 생각하기에, 서른네 살 보다는 어린 느낌이 좀 있어요. 동우는 사회생활도 많이 하고, 사람 만날 때 기술적인 뭔가 있다고 한다면 명구는 그런 게 많지 않거든요. 뭐든 이 자리에서 이야기해야 하고, 좀 투박한 느낌? 계산해도 아마 다 보이는 사람 아닐까요.(웃음) 그래서 최대한 밝은 모습을 유지하려 하죠. 물론 동우가 지훈이를 대하는 게 탐탁지 않고, 자존심은 세고, 또 그 와중에 삶의 고단함이 절박한, 이 친구만의 이야기도 어떻게 하면 잘 담아낼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어요. 하루하루 계속 찾아가는 거 같아요.
 
▲ 이휘종은 “공연장을 오는 게 마냥 즐겁고 모든 순간이 행복하다”며 “그런 배우들의 감정이 관객들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뉴스컬처)     ©박남희 기자
 
-동우와 명구가 관객들에게 어떻게 다가가길 바라나요?
 
이휘종: 사실 명구가 어떻게 보면 제일 힘든 캐릭터잖아요. 어릴 때 어머니도 잃고 IMF 때 아버지 사업은 망했죠. 하지만 마냥 힘들게만 보이지 않았으면 해요. 명구 나름대로 열심히 살고 있거든요. 다 기준치의 문제 아닐까요. 막대한 돈이 무조건 행복을 주진 않잖아요. 삶의 만족에 대해 다양한 생각을 해볼 수 있다면 좋겠죠.
 
이강우: 처음 대본을 봤을 때는 저도 진짜 나쁘다고 생각했어요. 그렇지만 진짜 나쁜 목적과 뚜렷한 사람은 아니거든요. 동우가 16년 만에 친구를 만나서 숨통이 트인다고 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것만큼은 정말 진심으로 담아내려 하고 있고 관객들에게도 그게 닿길 바라요. 마냥 차갑고 나쁜 사람이 아니라, 아픔을 꽁꽁 싸매온 사람으로.
 
이휘종: 장치가 있어요. 형석이는 여자친구, 동우는 논문, 저는 복권. 이 장치들은 세 친구가 깨어난 지훈이를 만나거나 만나지 못하는 이유가 되는 거죠. 세 명을 나쁘게도 만들지만 어떻게 보면 또 한데 뭉치게 하는 요소이기도 하거든요. 하지만 그 요소에 너무 얽매일 필요는 없는 거 같아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들이 그리워하고 또 바라는 우정이니까요.
 
이강우: 사람은 누구나 이기심이 있어요. 동우도 지훈이를 위해 논문을 쓰겠다고 하지만 솔직히 합리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일 수 있죠. 누구나 이기적인 면이 있지 않나요. 이 친구들에게도 분명 양면성이 있을 거예요. 모든 걸 따뜻하게 포장하고 싶지만, 살아온 삶이 있고 저마다 사연이 있기 때문에 그게 쉽지 않죠. 이 작품은 어른이 되면서 현실에 순응하고 또 타협하고 저마다의 이유를 갖고 살아온 우리 모두를 보여주고 있기도 한 거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과거 그 날들이 그리운 거지만, 돌아가고 싶다고 해서 돌아갈 수는 없죠.
 
-각자의 학창시절은 어땠나요? 
 
이강우: 동우처럼 거침없이 살진 못했죠. 적당히 공부하고 적당히 반항도 하고, 또 적당히 일탈도 했던 거 같아요. 제가 이해하는 동우 정도의 족쇄가 있던 건 아니지만 나름 답답한 게 있었고 또 반항도 했죠. 장난은 진짜 심한 편이었어요. 친구들 사이에서도 제일 짓궂은 멤버였던 거 같아요. 또 키가 크다 보니까 잘 안 건드렸어요. 노는 애들, 공부하는 애들 가리지 않고 다 친했던 게 신기하죠. 그래서 지금도 친구가 다양한 편이에요.
 
이휘종: 명구보다는 훨씬 재기발랄하게 놀았죠. 싸움은 못 했기 때문에 입으로 살아남아야 했던 케이스랄까.(웃음) 친구들이랑 노는 게 전부였지만 즐거웠던 거. 그런 게 이 작품 속 친구들을 봐도 가장 크게 공감하는 지점인 거 같아요.
 
▲ 이강우와 이휘종은 “창작극이 쉽지는 않지만 더욱 뜨겁게 열정을 갖게 되는 부분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뉴스컬처)     ©박남희 기자
 
-배우로서 느끼는 ‘보이스 오브 밀레니엄’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관객들에게는 어떤 공연이 되길 바라나요?
 
이휘종: 그런 얘기를 했어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진심으로 이야기하는 거밖에 없다고. 이 작품은 그렇게 만들어진 작품이거든요. 전 여기 담겨 있는 진심이 좋아요. 배우들끼리의 진심, 배우들과 관객들의 진심이 닿고 쌓여서 감동을 나눌 수 있는 게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요.
 
이강우: 맞아요. 그게 정답인 거 같아요. 그래서 최대한 진심인 지점들을 찾으려고 하죠. 인물도 진심이어야 하고 그를 연기하는 배우도 진심이어야 하는 작품이니까요. 보통 공연을 올리고 나면 연습 때보다는 여유를 찾고 그러기도 하는데, 이 작품은 끝까지 치열하게 열정적으로 해내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이 마음을 가득 담아 무대를 채울 거고요.
 
이휘종: 또 교복을 입어서 너무 좋았고. 저는 이런 긴 작품, 또 창작극은 처음이거든요. 아마 기억에 많이 남을 거 같아요. 솔직히 힘들긴 했죠. 제가 느낀 것 이상으로 명구를 그리고 싶고 이 친구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그려내고 싶었으니까요. 제가 어리니까 형들과의 격차를 줄이고 싶은 욕심도 있었어요. 연습 내내 정말 많이 배웠죠. 공연하면서도 배우고 또 찾아가야 할 게 많다는 게 쉽지는 않은데 설레고 즐거워요. 관객들에게도 저희의 그런 에너지가 전달됐으면 좋겠어요.
 
이강우: 저는 아마 마지막 교복이 될 거 같은데.(웃음) 정말 학교에서 연극 작업하는 것처럼 치열했어요. 끈끈하려고 노력했고요. 배우한테는 괴로운 작업이긴 한데 지나고 나니 서로에 대한 믿음이 생겨나는 작업이었던 거 같아요. 아마 공연이 끝나면 더 그렇지 않을까요. ‘정말 우리 치열하게 해냈다’라는 생각이 들길 바라요. 그렇게 해내고 싶고요.

또 저희의 치열함, 뜨거운 마음이 잘 무대에 그려져 관객들에게도 전달되면 너무 좋겠죠. 관객들도, 저희 배우들도 이 작품을 통해 잊었던 열정을 다시 마주해보고, 또 계속 그리워할 수 있는 시간이 되도록 만들고 싶어요. 언제고 다시 보고 싶은 극, 다시 연기하고 싶은 극이 됐으면 해요.


[프로필]
이름: 이강우
생년월일: 1984년 10월 21일
학력: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
직업: 배우
출연작: 연극 ‘한여름 밤의 꿈’, ‘쿠킹 위드 엘비스’, ‘상사주’, ‘불령선인’, ‘적의 화장법’, ‘두 덩치’, ‘손’, ‘히스토리 보이즈’, ‘보이스 오브 밀레니엄’ 외.
 
[프로필]
이름: 이휘종
생년월일: 1991년 5월 15일
학력: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직업: 배우
출연작: 연극 ‘세월호-공중의 방’, ‘히스토리 보이즈’, ‘보이스 오브 밀레니엄’ 외.

(뉴스컬처=이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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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뉴스컬처/뉴스제작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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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26 [10:21] ⓒ 뉴스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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