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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위대한 놀이’ 문숙경-이수현 “선과 악은 종이 한 장 차이 아닐까요?”
전쟁 속에서 자신만의 생존법을 찾아 나선 쌍둥이로 분해
 
이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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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위대한 놀이(연출 윤시중)'에서 쌍둥이 역을 맡은 배우 이수현(왼쪽), 문숙경을 서울 연지동 두산아트센터에서 만났다.(뉴스컬처)     ©박남희 기자
 
쉴 새 없이 포탄이 떨어지고 주변에는 시체가 널려 있다. 겪어보지 않았다면 전쟁의 참혹함을 알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여기 이 쌍둥이는 남들과는 조금 다른 방법으로 전쟁을 이겨내려 한다. 서로의 뺨을 때리고 독설을 내뱉으며 고통에 익숙해지고 감정을 지우는 것. 현실 같지 않은 현실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냉정한 선택이다. 헝가리 소설가 아고타 크리스토프가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성장한 경험을 담아 쓴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을 무대화한 작품. 연극 ‘위대한 놀이(연출 윤시중)’에서 쌍둥이 역을 맡은 배우 문숙경, 이수현을 만나 극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연극 ‘위대한 놀이(연출 윤시중)’ 공연장면 중 쌍둥이(문숙경, 이수현 분)가 부동자세를 연습하고 있다.(뉴스컬처)     ©이슬기 기자
 
-관객과 만나고 있는 소감은 어떤가요?
 
문숙경: 반응이 나쁘지 않아서 다행이에요. 어려울 수 있는 작품인데 관객분들이 많이 몰입해주는 거 같아요. 신작이다 보니 지금도 계속 만들고 있는 과정이에요. 더 좋게 만들고 싶어서 공연 전에도 연습실에서 연습하고 넘어오고 있죠. 관객 반응은 매일 다른 거 같아요. 저희도 더 좋아하고 감동하는 장면이 매일 다른데 관객들도 그렇겠죠. 무거운 부분을 줄이고 관객들과의 거리를 좀 풀어가는 과정을 계속 겪고 있는 것 같아요.
 
이수현: 관객들을 만나면서 저희가 받는 영향도 다르거든요. 매 순간 우리가 하는 게 맞는 건지 체크하고 있어요. 관객들 반응과 후기에 따라 계속 점검하는 거죠. 공연 전에 연습하면서 새롭게 만드는 부분이 생길 때도 있어요.
 
-‘위대한 놀이’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문숙경: 처음 접한 건 팟캐스트 ‘이동진의 빨간책방’에서였어요. 소설을 접했고 아고타 크리스토프라는 작가에 관심이 생겼죠. 작가가 쓴 일곱 개의 희곡이 있는데 사실 저희는 이 일곱 작품을 다 하려고 했어요. 힘든 부분이 있었고 결국 한 작품에 집중하게 됐죠.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이라는 작품에서 또 1부에 집중하게 됐고요. 제일 재미있고 좋은 부분이라고 느꼈거든요. 우화적이고 문장의 힘을 많이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이수현: 개인적으로 접했다기보다는 다 같이 접했던 거죠. 연출님께서도 이 책을 읽어보라고 했고 작년 겨울부터 연습했어요. 1부부터 3부까지 다 연습했는데 참 느낌이 좋았어요. 책이 술술 넘어가는 느낌이 있었거든요. 동시에 에피소드가 다 머릿속에 들어오면서 상상력이 풍부하게 그려지는 거 같았죠. ‘이 작가는 왜 이 이야기를 썼을까. 이 쌍둥이들은 진짜일까.’ 다양한 고민을 하면서 더 즐거워졌어요.
 
▲ 문숙경은 “연극을 왜 하는 가에 대해 매일 고민한다. 극단 생활이라는 건 자유도 없고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고통스럽게 노는 게 힘들지도 하지만 가끔씩 내 연기와 공연, 모든 것에서 뭔가 다 열린 듯한 느낌이 온다. 그때 ‘아 내가 이래서 연기하는 구나’ 생각할 때가 있다”고 설명했다.(뉴스컬처)    ©박남희 기자
 
-전쟁 속에서 변해가는 쌍둥이의 모습이 관건인 작품이에요. 그들의 삶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요?
 
문숙경: 그냥 전쟁통에 불쌍한 아이들로 표현되지 않길 바랐어요. 기존 사회가 가진 규정들. 도덕성 같은 건 이 애들한테는 아무 소용이 없거든요. 이웃집 언청이가 수간을 해도 쌍둥이는 아무렇지 않게 대화를 나누잖아요. 세상의 잣대로 평가하지 않는 거죠. 그 누구에 대해서도 평가하지 않기에 이 쌍둥이가 특별한 존재라는 생각을 해요. 또 과정도 중요하지만 이들이 마지막에 내리는 선택에 대해서도 그 의미를 더해주고 싶었어요. 같은 길을 걸어오던 쌍둥이가 서로 다른 길을 가는 것에서 관객들이 어떤 감정을 느끼실지 궁금하네요.(웃음)
 
-쌍둥이의 다른 선택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해준다면요?
 
이수현: 쌍둥이는 하나였어요. 모든 순간을 함께했고 함께 나눴죠. 하지만 갑작스럽게 찾아온 아버지와 국경을 넘기로 하면서 처음으로 다른 선택을 해요. 한 아이는 먼저 죽은 아버지 시체를 밟고 국경을 넘지만 한 아이는 남죠. 극단 안에서 이에 대해 장면 발표를 많이 했는데 토론도 많았어요. 왜 남아있고 왜 넘어가는가. 아마 남은 아이는 작게나마 남아있던 윤리를 상징하는 것 같고 넘어간 아이는 생존을 위해 걸어가는 느낌을 받아요.
 
-쌍둥이가 서로 다른 감정을 갖게 되는 과정이 있을 것 같은데요?
 
이수현: 맞아요. 저는 이 쌍둥이가 함께한 시간 외적으로 달라지기 시작한 어느 시점이 있었으리라 생각해요. 감정의 공유가 어느 순간부터 결이 조금씩 달라진 거죠. 저는 남아있는 입장이다 보니, 그 시선에서 말하자면 내 옆에 있던 쌍둥이가 아빠까지 밟고 넘어가는 걸 보면서 인간이라고 생각이 안 되는 것 같아요. 근데 또 다르게 보면 제가 인간이 아닌 걸 수도 있죠. 생존의 본능은 인간이라면 당연히 갖고 있는 거니까요. 이 두 아이를 보다 보면 인간의 존재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게 되고 또 전쟁 속에서 인간이 사라져 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문숙경: 극단 사람들끼리는 쌍둥이가 천사라는 이야기를 했었어요. 절대 선과 절대 악은 종이 한 장 차이 같은 걸 수도 있다는 거죠. 완전히 하얗기 때문에 새카맣게 칠해질 수도 있는 게 아닐까요? 그 경계는 항상 아슬아슬한 거 같아요. 전쟁이라는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 것인지, 또 전쟁이 아니더라도 우리 삶 속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며 생존하고 있는지 되묻는 시간이 되길 바라요.
 
▲ 이수현은 ‘위대한 놀이’ 속 쌍둥이에 대해 “쌍둥이라고 하면 친근한 느낌이 드는데 과연 관객들이 이 아이들을 인간으로 볼 수 있을까 싶다”며 “친근함 속의 낯설음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뉴스컬처)    ©박남희 기자
 
-테이프로 무대를 구분 짓고, 배우들의 움직임으로 극을 채우는 등 독특한 연출이 인상적이에요.
 
문숙경: 저희는 다른 작품들도 몸을 많이 쓰는 편이에요. 말보다 몸을 쓰고 뭔가 물건을 가지고 노는 걸 재미있어하죠. 예를 들어 밧줄 하나 던져 주면 그거 하나로 온종일 놀고 ‘어떻게 쓸까’ 고민하고 있어요. 이번에는 그런 과정이 작품과 어우러져 하나의 놀이가 됐죠. 그동안 해온 작업이 총체적으로 펼쳐진 느낌이에요. 오브제가 많이 들어왔고 쌍둥이의 표현이나 반응들도 광대처럼 과장되게 그려지는 부분이 있죠.
 
-하땅세의 작업 스타일에 대해 조금 더 듣고 싶어요.
 
문숙경: 캐스팅이 미리 정해지기보다 많이 연습을 해보는 거 같아요. 단원들이 네 팀, 다섯 팀으로 나뉘어서 장면을 만들어보고 발표하고 여러 가능성을 함께 시험해보는 거죠. 흥미로운 장면 하나를 꼽아서 진행해보고 대화를 나누다 보면 다양한 방향을 찾아갈 수 있는 듯해요. 낙서하듯이 작업하는 거 같아요. 물론 나중엔 연결하느라 힘들지만요.(웃음)
 
이수현: 연습 때는 쌍둥이가 다양하게 있었어요. 남자 배우끼리, 여자배우끼리, 남녀 배우끼리. 구성에 여러 시도를 해봤죠. 하지만 남남 페어는 우화적인 느낌이 덜했고, 남녀 페어는 남매 같았죠.(웃음) 하땅세는 모든 걸 함께하고 있어요. 한 작품을 해도 같이 치열하게 고민하죠. 힘들기도 하고 스트레스도 받지만 하나로 뭉쳐지는 기분이 늘 좋은 거 같아요. ‘위대한 놀이’도 그런 열정이 있기에 재미있게 할 수 있고요.
 
-그렇다면 치열하게 고민한 ‘위대한 놀이’는 어떤 작품이라 느끼고 있나요?
 
문숙경: 쌍둥이를 보면 복잡한 감정이 들어요. 이상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환경이 이 아이들을 그렇게 만든 거잖아요. 이성적으로는 사회와 개인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것 같고, 또 감성적으로는 눈물겨울 때가 있어요. 자신을 고통 속으로 내모는 참혹한 훈련을 하는데 덤덤해요. 살아남으려 악착같이 구는 게 눈물겹죠.
 
이수현: 공연을 하면서 느끼는 건데 사람은 누구나 인생을 살면서 한 번쯤은 쌍둥이와 같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져서 당장 오늘 죽을 것 같아도 시간이 흐르면 또 무뎌지잖아요. 그런 것처럼 사람들은 매 순간 아픔과 슬픔에 무뎌지는 연습을 하고 있지 않을까 싶어요. 누구나 삶을 연습하며 살아간다는 것에서 참 공감이 많이 되는 작품이에요.
 
-‘위대한 놀이’를 만나러 올 관객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문숙경: 이 쌍둥이들이 관객들에게 어떤 울림을 줄 수 있을지는 저희도 기대하고 있어요.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작품으로 만들고 있으니까 우선 편하게 즐기길 바라요. 어렵지 않다는 이야기를 꼭 전하고 싶어요. 느끼신 그대로가 정답이라는 말도.
 
이수현: 맛있는 작품이 되길 바라요. 맛있는 음식을 먹듯 즐겁게 보고 가실 수 있도록. 언니 말처럼 즐길 수 있는 공연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프로필]
이름: 문숙경
직업: 배우
소속: 극단 하땅세
출연작: ‘세상에서 제일 작은 개구리 왕자’, ‘하땅세’, ‘붓바람’, ‘3cm’, ‘타이투스 앤드로니커스’, ‘새’, ‘파리대왕’, ‘파우스트 Ⅰ+Ⅱ’, ‘위대한 놀이’ 외
 
[프로필]
이름: 이수현
직업: 배우
소속: 극단 하땅세
출연작: ‘파우스트 Ⅰ+Ⅱ’, ‘파리대왕’, ‘위대한 놀이’ 외
 
(뉴스컬처=이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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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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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22 [10:16] ⓒ 뉴스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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