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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벙커 트릴로지’ 박훈 “전쟁의 참혹함 담았지만 작은 촛불이 희망 되기를”
세 작품, 다양한 캐릭터 소화하는 무대에 대해 말하다
 
이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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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벙커 트릴로지(연출 김태형)'에서 Soldier1 역을 맡은 배우 박훈을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뉴스컬처)     ©박남희 기자
 
“전쟁이 가벼워질 수는 없어요. 무겁죠. 하지만 함께 생각하고 나누는 시간이길 바라고 있어요.”
 
배우 박훈은 연극 ‘벙커 트릴로지(연출 김태형)’에 대해 이같이 입을 열었다. 제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전쟁을 겪어내는 3가지 삶을 담아내고 있기에, 작품에 임하는 마음가짐도 가볍지 않다는 것이다. 보다 “전쟁은 끔찍한 것”이라는 명제를 성립하기 위해, 전쟁의 아픔에 몰입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박훈을 만나 작품에 대해 들어봤다.
 
‘벙커 트릴로지’는 ‘모르가나’ ‘멕베스’ ‘아가멤논’이라는 3개의 제목으로 구성된다. 이는 각각 아더왕 신화, 아가멤논 신화, 멕베스라는 유럽의 신화 혹은 희곡을 품고 있다. 모르가나는 아더왕 전설 속 원탁의 이름을 가진 젊은 청년들이 전쟁을 겪는 이야기를, 아가멤논은 영국군과 독일군이 대치 중인 최전방 전선을 배경으로 독일군 알베르트와 영국인 부인 크리스틴의 변화를 담는다. 멕베스는 종전을 자축하는 전야제라는 명목 하에 연극 공연을 진행하는 장군과 병사들을 그린다.
 
‘트릴로지’ 공연의 특성상 3개의 작품을 오가며 무대를 채워야 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독특한 구성과 이야기의 무게는 단번에 그를 사로잡았다. 게다가 연기 인생에 있어 터닝 포인트가 되어준 김태형 연출, 믿을 수 있는 동료들이 있다는 점이 확신을 안겨줬다.
 
박훈에게 연습은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다른 배우들에 둔한 건지 조건이 갖춰지지 않으면 감성 발동이 좀 느리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카포네 트릴로지’로 트릴로지 공연에 경험이 있는 이석준이 극이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줬으며, 김태형 연출과 지이선 작가의 축적된 노하우의 도움을 받았다. 또 과거 멀티 역을 많이 했던 경험을 바탕 삼아 다양한 캐릭터를 오가는 데에 익숙해졌다.
 
▲ 박훈은 “어떤 드라마에서든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과정을 잘 만들면 결과의 당위성은 절로 따라온다. 세 가지 작품 모두 왜 이 인물이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는지 치열하게 고민한다. 다행히 함께하는 배우들이 모두 다 베테랑이라 잘 따라가면 된다”고 말했다.(뉴스컬처)    ©박남희 기자
 
박훈은 ‘벙커 트릴로지’에 대해 “전쟁이란 콘셉트가 있다 보니 가볍지 않은 세 이야기가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화나 고전을 재해석해서 이야기를 풀고 그 안에 흥미로운 드라마를 쌓고, 또 공감을 끌어내는 힘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전쟁의 아픔과 참혹함, 씁쓸함이 관객에게 닿을 수 있도록 자신이 맡은 캐릭터의 어떤 점에 초점을 둬야 할지 고민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세 개를 모두 꿰뚫는 코드가 전쟁이라는 점에 집중했다.
 
자신이 맡은 캐릭터를 들여다보니 전쟁으로 인해 잃는 게 많다는 걸 느꼈다. 모르가나에서는 친구라는 관계를, 아가멤논에서는 사랑을, 멕베스에서는 꿈을 잃는다는 설명이다. “역할들이 잃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드라마를 쌓다 보면 전쟁의 끔찍함을 잘 전할 수 있을 것 같았죠. 또 반대로 이 사람은 언제 밝았을지를 고민해요. 모르가나의 친구들이 언제 즐거웠을지, 아가멤논의 알베르트가 사랑할 때 얼마나 행복했을지, 멕베스의 밴이 책을 읽으며 얼마나 기분 좋았을지. 그를 통해 이들의 아픔이 더 잘 전달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세 이야기에 대해서는 “모르가나가 조금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아가멤논의 경우 신화를 알지 못해도 드라마가 명확해 몰입을 끌어올리고, 멕베스도 고전을 오가는 형식이 새롭지만 흥미롭게 볼 수 있을 거란 것이다. 하지만 모르가나는 아더왕 신화를 즐기던 친구들이 전쟁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담기 위해, 과거와 현실, 세 친구의 이야기를 각각 오가는 과정이 있다. 그는 “세 이야기 모두 내게는 고민이고 앞으로도 고민이 될 것”이라고 말을 이었다.
 
“아가멤논과 멕베스는 어쨌든 한 캐릭터, 혹은 두 캐릭터가 중심으로 나서고 드라마를 이끌어요. 하지만 모르가나는 관계의 와해를 그리려면 아더, 랜슬롯, 가웨인이라는 세 캐릭터 모두의 이야기가 그려져야 하죠. 관객 입장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따라가야 할지 고민이 돌 거 같아요. 하지만 그렇게 어려운 작품을 만들지는 않았거든요. 세 친구의 이야기가, 또 나중에는 가웨인의 이야기가 관객에게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잘 연기하고 싶어요.”
 
▲ 박훈은 “공연을 하면 관객 분들의 숨소리가 다 들린다”며 “영향을 많이 받는 게 사실이다. 굉장한 집중력을 요하는 연기지만 디테일한 표현을 전달할 수 있는게 참 즐겁다”고 말했다.(뉴스컬처)     ©박남희 기자
 
작품은 초소형 연극으로 최소한의 관객과 호흡한다. 객석과의 거리도 기존 공연장과 달리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로 줄어들었다. 이에 대해 물으니 박훈은 “관객과 가깝게 호흡하는 걸 즐기는 편”이라며 “사실적으로 꾸며진 극장이 몰입에 더 큰 힘을 주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극장이 작아 영화나 드라마처럼 미세한 표정 연기를 할 수 있고, 심리를 더욱 섬세하게 표한할 수 있는 점도 장점으로 다가오고 있다.
 
“삼면 무대다 보니 시선을 어떻게 빼느냐에 따라 굉장히 산만해지더라고요. 중요한 건 상대 배우에게 집중하고 드라마의 끈을 놓치지 않는 거였어요. 관객에게 ‘어디를 봐야 하지’하는 고민을 주고 싶지 않거든요. 배우 사이의 긴장감과 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집중하면 관객분들도 더 흥미롭게 몰입해주시리라 생각해요.”
 
그렇다면 박훈은 ‘벙커 트릴로지’를 통해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싶을까. 아무래도 작품의 중심인 전쟁에 대해 말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콘셉트가 전쟁인데 우리 사회라 비슷하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멕베스의 경우 현 시국과 맞닿아 있는 부분도 있고요. 우리는 전쟁을 겪어본 세대가 아니잖아요. 저도 스스로 남자답다고 생각하지만 군대에서 들은 첫 총소리를 잊을 수 없어요. 전쟁의 두려움을 제대로 느끼고 그 현실을 아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물론 아는 내용일 수 있죠. 다 아는 메시지를 하고 있는 걸지도 몰라요. 하지만 우린 ‘나 알아’라는 생각 아래 모르거나 외면하고 있는 게 많아요. 죽은 자들을 기억하고 애도하는 시간이 될 거예요. 또 그 안에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잔인한 일들이 조금이라도 나아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죠. 촛불이 타오르길 바라도 사실 촛불의 힘은 약하잖아요. 하지만 희망과 믿음이 있다면 꺼져도 계속 다시 타오를 수 있겠죠.”
 
▲ 박훈은 “모든 공연이 관객들에게 특별한 순간이 되길 바란다”며 “예전에는 동네 슈퍼 아줌마, 세탁소 아저씨한테 공연 티켓을 드렸다. 내가 아니면 죽을 때까지 공연과는 연이 없을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스페셜한 순간을 만들어드린다는 게 보람이 된다. 그런 마음으로 관객 앞에 선다”고 말했다.(뉴스컬처)  ©박남희 기자
 
박훈은 최근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통해 매체로도 활동 영역을 넓혔다. 하지만 그는 언제나 무대를 내게 쉼을 주고 소진된 에너지를 채워주는 공간이라 말하고 있다. 드라마는 홀로 이겨내야 하는 것도 많고 부담도 있다 보니 무대에서 힐링을 받는 게 많다는 것이다. 그는 “사실 나란 사람이 이름을 조금이라도 알리게 된 건 운이 좋고 때가 맞았을 뿐”이라며 “‘벙커 트릴로지’가 끝나면 다시 매체 쪽에서 시간을 좀 보낼 것 같은데 그래서 더 지금 이 순간이 특별하고 행복하고 감사하다”고 전했다.
 
“배우와 스태프, 관객까지. 저는 이 관계가 정말 특별하다고 느껴져요. 제가 브라운관에서 조금 잘 된다면 그걸 관객분들은 함께 기뻐하고 또 무대에 돌아오면 오래된 친구를 만나듯 인사를 건네요. 참 멋있지 않나요. 제 데뷔를 기억하고 있는 분들도 분명히 계시잖아요. 의지가 많이 되고 힘을 얻는 건 사실이에요.
 
수백억을 줘도 안 바꿀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는 거. 장유정 연출님이 그랬고 민복기 연출님, 김태형 연출님, 이재준 연출님이 그랬죠. 제겐 다 순간마다 터닝 포인트가 된 시간이라 생각해요. 함께하는 동료들, 관객들도 마찬가지고요. 제가 바라는 건 한 가지에요. 곁에 있는 사람. 곁에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함께하는 시간이 즐겁고 유쾌한 배우가 되고 싶은 거죠. 물론 도전은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나중에 시간이 지나고 ‘참 애썼다. 수고했다’라는 말을 들어도 나 자신이 기분 좋을 수 있도록이요.”


[프로필]
이름: 박훈
직업: 배우
출생: 1981년 4월 27일
학력: 백제예술대학
데뷔작: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
출연작: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 ‘형제는 용감했다’, ‘안녕, 프란체스카’, ‘늑대의 유혹’, ‘젊음의 행진’, ‘트라이앵글’, ‘달빛 요정과 소녀’ / 연극 ‘모범생들’, ‘퍼즐’, ‘바람난 삼대’, ‘올모스트 메인’, ‘유도소년’, ‘늘근도둑이야기’, ‘벙커 트릴로지’ /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 ‘태양의 후예’, ‘드라마 스페셜-빨간 선생님’ / 영화 ‘고사’, ‘김종욱 찾기’, ‘안녕, 투이’, ‘검사외전’ 외

(뉴스컬처=이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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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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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24 [11:05] ⓒ 뉴스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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