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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P인터뷰] 열정이 쌓아올린 수식어, ‘만능배우’ 에녹①
“사실 저는 연습하고 무대 서는 게 제일 재미있어요”
 
황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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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녹 배우     © 황혜민 기자

“사실 저는 연습하고 무대 서는 게 제일 재미있어요.”
 
에녹은 독특한 배우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맡은 배역들은 서로 몹시 괴리된 개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어서 한 배우가 모두 소화해내었다고 믿기 힘들 정도다. ‘만능 배우’라는 에녹의 수식어답게 그가 거친 배역들은 만능이 아니라면 소화할 수 없다. 뮤지컬 록키 호러 쇼의 브래드 역, 연극 쉬어 매드니스의 조형사, 뮤지컬 로미오 앤 줄리엣의 머큐시오, 뮤지컬 쓰릴 미의 리처드, 뮤지컬 보니 앤 클라이드의 클라이드까지. ‘그는 이런 배우다’라고 정확히 규정할 수가 없다. 다양한 변화와 가능성 때문에 에녹은 비밀스럽다.

에녹에겐 ‘만능 배우’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보통 어떤 인물을 정의하려고 할 때, 수많은 수식어로 그를 규정하려고 한다. 그러나 인물을 표현하는 데 많은 언어를 쌓아올릴수록 그것은 점점 더 상투적이고 일반적인 게 되어버리기 일쑤다. 에녹이 거쳐간 무수한 배역들 속에서 그의 본질은 점점 더 비밀스러워지고 희미해져만 갔다. ‘만능 배우’로 총칭되는 에녹이 아닌, 인간 에녹의 본질은 무엇일까? 그를 마주하기에 앞서 그의 본질을 해체하기 위해 철저하게 질문을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됐다.

매번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만큼 에녹의 실제 모습은 굉장히 낯설었다. 그를 만나 ‘인간’ 에녹에 관해 물어보았다. 그는 담담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꺼냈다. 어두운 조명 아래서 듣는 에녹의 음성은 무대 위에서와 달리 수줍게 떨렸다. 분장을 벗은 그의 모습은 희미하지도, 모호하지도 않았다. 질문들에 눈을 빛내며 진지한 태도로 대답하는 에녹의 본질을 조금 엿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만능 배우’라는 수식어는 단순히 다양한 배역 경험 때문이 아닌, 그의 독특한 열정이 자연스레 만들어낸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 에녹 배우     © 황혜민 기자
 
새로운 것에의 본능적 이끌림
 
에녹의 유년 시절은 어땠을까? 에녹은 “어렸을 때, 욕심과 질투가 좀 많았어요. 예를 들면, 태권도장을 다닐 때 한 달에 한번 씩 승급심사를 했는데 그때 몇 명만 트로피와 상장을 받거든요. 사실 아이들을 고무시키기 위한 수단이고 다 돌아가면서 받아요. 아이들이 한 번씩은 다 받을 수 있도록. 그걸 뻔히 알면서도, 못 받으면 그게 그렇게 화가 나고 속상한 거예요.
 
‘난 꼭 상을 받아야 한다. 이렇게 열심히 했는데, 상을 이번에도 못 받았다.’ 상을 돌아가면서 받는 걸 알면서도요. 그 정도로 굉장히, 어렸을 때 욕심이 많았던 것 같아요. 유년시절 지나서 중고등학교 때는 규율, 규칙, 이런 것들을 좋아했고요. 그런 것들 안에서 인정받는 걸 좋아했었죠. 어떻게 보면 전형적인 못난이 스타일이었죠.”라고 솔직하게 대답했다.
 
어린 시절 자신의 성격을 “외향적이고 흥이 많았어요”라고 설명하면서도 “나이 들면서 좀 많이 바뀌었는데, 일단 좀 조용해요. 조용하고, 대신 새롭게 경험하는 걸 굉장히 좋아해요. 그게 무엇이든. 새로운 것을 좋아하더라고요. 일에 있어선 스스로 힘들게 하면서 집착하고 예민한 부분이 있고 그 외는 큰 관심을 두지 않는 성격이고요”라고 답했다.
 
수많은 경험이 남긴 산물.
 
에녹이 처음부터 배우를 꿈꿨던 것은 아니었다. 배우가 되기 전에는 무대 구성을 담당하는 안무 감독, 예술 감독, 조연출 등 배우가 아닌 많은 역할들을 먼저 해보았다. 전공도 배우와는 관련이 없어 보이는 커뮤니케이션학이다.
 
그는 “저는 춤추고 노래하는 걸 좋아해서 자리만 있으면 공연도 하고 그런 서클 활동도 많이 했어요.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때도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쪽의 문화계 쪽에 있는 분들과 교류를 많이 하게 됐던 거 같아요. 그리고 대학 시절 때는 디자인을 부전공으로 하고 연극 수업도 많이 듣고 또 카메라에 대한 욕심이 좀 있었거든요”라며 “CF 회사 프로덕션에 가서 직접 조연출도 하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비슷한 영역의 일을 할 기회가 많았고, 아까 질문하셨던, 그런 일들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었죠. 하지만 프로들의 영역은 아니었어요. 어떻게 보면 제가 그저 경험했다고 말씀 드릴 수 있는 부분이 될 거 같아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이라고 답했다.
 
그때의 경험이 현재 배우라는 직업에 어떤 도움이 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실질적으로는 배우로서 제 외적인 부분들. 그러니까, 관계를 맺고, 연출님과의 소통에 대한 부분이라든가 회사에 대한 부분이라든가, 그런 부분들에 있어서 더 도움을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디자인도 하고, 춤을 만들었던 경험들은 캐릭터를 만들거나 분석할 때 방법론적인 부분들에 있어서 도움을 받았던 것 같아요. 어떻게 아이디어를 추리고 하는 등의. 그리고 조직생활을 했던 경험들. 예를 들면, 수능 시험지를 만드는 교육과정 평가원, 거기서 일했던 부분이라든가. 또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마케팅 쪽 일을 했던 것이라든가.
 
사실 배우들이 그냥 배우 일만 하다 보면, 조직의 구조라든가 이런 걸 모를 수가 있거든요. 일을 다 같이 해나가는 데 있어서 자기 것만 볼 수가 있는데. 다행히 그러한 경험들을 통해서, 조금이나마 큰 그림. 전체적인 그림 안에서 저의 위치나 제가 해야 될 부분들을 생각하고 접근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다른 팀의 전문성을 인정해주고 협의하고 소통하는, 그런 외적인 부분들에 더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라고 답했다.
 
순수한 열정으로만 쌓아올린 수식어 ‘만능 배우’
 
정체성을 확립할 때 쯤 영원한 것을 추구했다는 에녹은 연기에 있어서도 영원한 것을 추구하려고 한 것 같다. 가볍게 들릴 수도 있는 전향이지만, 에녹은 “아무래도 노래를 하는 배우다 보니 연기도 연기지만 노래에서 많이 좌절했습니다. 분명 멀리서 산 정상이 어디인지 보이는데 막상 산을 오르면 도대체 길을 못 찾겠더라고요.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목소리에 똥물이라도 먹고 싶은 심정이었죠. 수도 없이 결절이 오고 붓고 목소리가 안 나오기도 하고. 너무 답답해서 무식하게 소리만 지르다 눈에 실핏줄도 터진 적도 있고. 좌절도 많이 하고 울기도 많이 울었었죠”라며 그간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만능 배우’라는 수식어는 그가 모든 역을 경험하고 싶어 하는 가벼운 욕망이 아닌, 순수한 열정으로만 쌓아올린 수식어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자기한테 가장 큰 스승은 ‘자기 자신’
 
에녹은 ‘뮤지컬’ 작품에 주로 등장한다. 캣츠 럼 텀 터거의 락적인 음악, 브로드웨이 42번가 빌리 로러의 중후한 테너까지. ‘음악적 역량이 놀랍다’라는 평가를 많이 받는데, 음악은 어떻게 갈고 닦았을까.

“수많은 스승들이 있죠. 단순하게는 공연을 하면서 저하고 함께 했던 선후배들이 있고요. 정말 노래 잘하시는 분도 많고, 다양한 목소리를 다 들을 수 있으니까. 그리고 작품 자체가 저한테 굉장히 큰 스승인 것 같아요. 하나의 작품을 하면서 그걸 어떻게 하든 잘 마무리를 지어야 하니까. 또,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니까. 여러 가지로 고민하고 도전도 실패도 하면서 무기가 하나씩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그리고 계속 우물을 파다 보면, 우물을 팔 때 옆에서 거들어주시는 분들이 있거든요. 좋은 말씀도 해주시고 . 또 ‘이 선생님에게 가보는 건 어떨까’, 하는 부분도 있고. 그런 기회가 오면 무조건 물고 늘어지고 잡는 거죠. 어떻게 보면 간절한 마음이죠.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자기한테 가장 큰 스승은 자기 자신이라고요. 간절한 마음을 갖고 자기에게 예민하고 집중 하다 보면 수많은 정보 속에서도 알곡과 가라지를 구별할 수 있고, 자신에게 맞는 정보를 선택하게 되는 거 같아요. 예를 들면, 인터넷만 봐도 수없이 많은 좋은 선생님들이 좋은 자료들을 많이 올려놓거든요. 유튜브만 봐도 엄청난 자료들이 있고. 그것들이 그냥 지나가는 자료일 수 있는데, 집중하고 보다 보면 수도 없이 많은 자료들 속에서 그 안에서 분명히 자기한테 맞는 좋은 것들을 찾아내게 되거든요. 이번 스승에 날엔 어느 인터넷 강의 선생님을 찾아가나 고민 되네요. (웃음)“
 
▲ 에녹 배우     © 황혜민 기자

영원히 꺼지지 않는 열정

‘인간’ 에녹은 비밀스럽지 않았다. “빼먹지 않고 하는 것 중에 하나는, 좀 힘든 일이 있었다거나 지쳤거나 아니면 생각을 비울 때라거나 그러면은 저녁 먹고 꼭 동네 한 바퀴를 산책해요. 이어폰 끼고 다니기도 하고. 모두 다 잠든 시간대에 혼자 산책하고 돌고 이런 걸 좀, 버릇처럼 많이 합니다. 동네 고양이들한테 밥도 주고.”라며 자신의 취미를 수줍게 소개한 그는, 결코 자신을 치장하거나 감추려 들지 않았다.
 
지금까지 다양했던 그의 변화에 비추어, 배우라는 일을 계속 하게 될 것이냐는 질문에는 “변화가 있다면 기꺼이 받아들여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제가 배우란 걸 생각했을 때, 이게 제 전부라고 생각을 하고 달려왔는데. 그러다 보니, 이 배우라는 직업으로 꽉 차다 보니 이 일이 뭔가 작게라도 틀어지거나 어긋나게 되면 제가 너무나도 힘들어하더라고요. 돌이켜보면 배우란 것도 내 삶의 한 부분인 건데. 최선을 다하는 걸 떠나서 이걸 내 전부라고 생각하는 게 과연 맞는 걸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생각을 바꾸게 되었죠.  
 
그러다 보니, 오히려 작품을 대할 때 다른 것을 신경 쓰지 않고 더 집중을 하게 되더라고요. 내가 이걸 함으로써 뭔가를 더 얻을 수 있을까? 이러한 배우의, 작품 외적인 것들을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그런 것들을 빼고 나니까 내가 진짜 처음에 이 배우를 하면서 느꼈던 그런 즐거움을 발견하게 되는 것 같아요. 내가 배우에서 변할 수도 있겠구나. 그 여지를 두고 작품을 하니 오히려 기회 하나 하나가 더 소중해지고, 더 집중할 수 있게 되는 부분들도 생기는 거 같아요. 오히려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생각이 들어서. 저는 앞으로 변화되는 부분들에 있어서 열어놓을 거고요. 그래야 저답게 살아갈 수 있는 것 같아요”라고 답했다.
 
그는 수많은 배역으로 신비주의를 자청하는 배우가 아닌, 열정이라는 태도로 다양한 경험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진정한 ‘배우’였다. 그가 어린 날 추구했던 ‘영원한 것’은 아마 그의 꺼지지 않는 ‘열정’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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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혜민 객원기자
뉴스컬처/TP21팀
 
2017/02/01 [15:18] ⓒ 뉴스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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