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TV
PHOTO
GRAPHIC
THE PLAY 21
독자광장
이벤트
관람후기
기사제보
HOME > MULTIMEDIA > THE PLAY 21
[TP인터뷰] 규정되지 않은 매혹적인 존재, 배우 에녹②
"앞으로의 10년을 위해서라도, 더 넓게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황혜민 기자
트위터 페이스북 공감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 에녹 배우     © 황혜민 기자

에녹은 좀처럼 ‘이 배우는 어떠하다’라고 규정짓기 힘든 배우다. 그가 맡았던 다채로운 배역들은 에녹으로 하여금 신비주의적 이미지를 가지게 한다. 프랑스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의 말을 빌리자면, 그는 ‘실존적인’ 배우이다. 에녹의 배우로서의 실존은 배우로서의 본질에 앞선다.
 
자연스러움 속에서 뽑아낸 것들이 정말 좋아 보였던 기억
 
에녹은 다양한 배역과 동시에 다채로운 연출을 경험해보았다고 회상했다. 그가 생각하는 가장 인상적인 연출작은 ‘워 호스’라고 한다. ‘워 호스’는 전쟁의 한가운데에서의 동물과 인간의 교감을 그려낸 작품이다.
 
“동물이 등장하는 영화나 극을 보면 대게 동물에 인간의 생각을 집어넣어서 의인화시키거나, 동물이 사람처럼 생각할 거라고 가정해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작품 같은 경우에는 진짜로 그 동물이 느꼈을 법한 감정을 표현한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라고 입을 뗀 그는, 뒤이어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추악한 행태인 전쟁의 한가운데에서, 그저 관조하는 처지인 한 동물과 그 전쟁에 어쩔 수 없이 참여한 한 청년의 순수한 교감 속에서 인간에게 진정 가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동물의 눈에는 인간들이 탐욕에 눈이 멀어 서로 싸우는 게 얼마나 어리석어 보일까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금껏 보아 왔던 작품들과는 너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연스러움 속에서 뽑아낸 것들이 정말 좋아 보였던 기억이 나요”라고 답했다.
 
자기 안의 씨앗을 키우는 '악역' 연기
 
‘스칼렛 핌 퍼넬’의 쇼블랑부터 ‘쓰릴 미’의 리처드까지. 최근 에녹의 행보를 보면 그는 '악역'을 도맡아 하는 것 같다. 그러나 그가 맡는 악역들에는 각자 공감할만한 이유와 철학이 있다. 악을 입체적으로 해석하는 작품들은 악과 선의 경계를 희미하게 만든다.
  
 그에게 악역은 어떤 의미일까? "제 종교가 있으니 종교적으로 생각하면 굉장히 명확하죠. 한데 그렇게만 말씀 드리기에는 체화되지 않은 이론을 얘기하는 기분이라서 무언가 부족한 느낌이 들어요. "진정한 악이란 무엇인가?"라고 물으시면 대답하기는 굉장히 어렵다고 생각해요. 다만, "그 악의 시작이 어디서부터이냐"라고 여쭤보신다면,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감사하지 않는 마음에서부터, 그리고 어떻게든 자기 안의 사랑을 잃어버리면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을 잃어버리는 순간, 감사함과 사랑이라는 마음이 없어지는 순간, 악의 씨앗이 생기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 에녹 배우     ©황혜민 기자
 
작은 무대, 밀도 높은 교감- ‘쓰릴 미’
 
2월 14일, 백암아트홀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쓰릴 미’는 에녹 배우에게 있어서 2017년을 여는 첫 발자국이다. ‘쓰릴 미’와 에녹 배우 둘 다 이번 해에 10주년을 맞는 만큼, 에녹 배우가 이 뮤지컬에 가지는 애정은 남다르다.
 
‘쓰릴 미‘는 배우 단 두 명과 피아노 한 대만으로도, 화려하게 치장된 그 어떤 뮤지컬보다도 꽉 찬 긴장감으로 관객들을 압도한다. '나'와 '그'가 함께 12세 어린이를 유괴해 처참히 살해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려내는 이 극은 추종자 네이슨과 추종받는 자 리처드의 동성애적 요소가 짙다.
 
동성애 연기가 부담스럽지는 않았느냐는 질문에 에녹은, "제가 접근했던 리처드는 말 그대로 '쓰릴 미'라는 제목처럼 상대방을 자신을 흥분시키기 위한, 자신의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했어요. 정말로 동성애를 가지고 있던 게 아니라, 자신의 우월함을 입증하는 수단이라든가, 무언가 자신을 흥분시킬 수 있는 요소, 호기심의 충족 대상 정도로 생각한 거죠."라며, "상대방을 이용하려는 캐릭터로 접근했기 때문에 동성애 연기가 부담스럽지는 않았어요. 네이슨은 정말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해하고 접근해야 하니 어떤 부분에서는 더 힘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네이슨 역을 한 번 쯤은 연기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라고 답했다. 그는 네이슨 역에 대한 열정을 어필했으나, 기획사가 시켜주지 않았다며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극단적으로 최소화된 연출 기법에 관해 묻자, "배우의 관점에서 이야기하자면, 배우는 무대 위에서 음악과 교감하며 감정을 표현하거든요. 쓰릴 미는 음악과 배우의 교감 정도가 다른 뮤지컬들보다 굉장히 밀도가 압도적이에요. 큰 오케스트라 같은 경우에도, 배우와 충분히 교감하지만, 나만을 지켜보고 있는 피아니스트와의 일대일 교감, 연주와는 다를 수밖에 없어요. 밀도에서 엄청난 차이가 있어요. 그런 부분이 관객분들에게도 전달이 되어서인지 굉장히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배우들도 그 점을 충분히 느끼고 있고, 이러한 밀도 높은 교감을 관객분들에게 진실하게 전달한다는 점이 쓰릴 미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닌가 싶어요."라고 답했다.
 
▲ 에녹 배우     ©황혜민 기자
 
배역으로 기억되는 배우
 
에녹은 규정되지 않은 다채로운 빛의 배우다. 그러나 규정되지 않은 데서 오는 힘겨움도 분명히 있다고 그는 말한다. 바로, 배역으로서의 정체성이 모호하다는 것. 다음에는 어떤 배역에 도전하고 싶으냐는 질문에 에녹 배우는 특정한 배역의 언급 없이, 자신의 한계를 넘을 가능성에 대해 설명했다.
 
"사실 배우들은 오디션 정보를 보면 그 모든 배역이 자기가 가장 잘할 수 있을 것처럼 보여요. 다 욕심나고, 새 작품에 대한 갈망도 매우 크고. 한 가지 욕심이 든다면 그런 건 있습니다. 배우 중에 예를 들면 ‘모차르트’하면 딱 떠오르는 배우들이 있잖아요? ‘노트르담 드 파리’하면 "아, 이건 그 배우의 작품이지." 그렇게 회자할 정도처럼, 저만의 매력을 통해서, “이건 에녹이 정말 잘했던 작품이지?”라고 평가될 수 있는 작품을 만나보고 싶어요."
 
에녹 데뷔 10주년, 휴머니스트가 되다
 
올해는 에녹 배우가 데뷔한 지 10주년이 되는 해이다. 다양한 직종, 다양한 배역들로 관객들에게 카멜레온 같은 매력을 보여주었던 그의 연기관은 10년 동안 어떻게 달라졌을까.
 
"사실, 고작 10년이잖아요. 연기관을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의 배우는 아닌 것 같고요. 다만 10년 동안 지나며 들었던 생각, 최근에도 그렇고 요즘에도 드는 생각이. 예전에는 제가 어떻게든 이 안에서 살아남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다 보니, 오디션에 가든, 어떤 배역을 맡아서 하든, 가장 최우선이 저였고, 다른 사람들은 그저 경쟁자. 어찌 보면, 숨기고 있지만 내 안에 있어선 그런 게 분명 있었던 것 같아요.
  
나이 들어서 10년 정도 해오다 보니까 지금 동시대에 나와 함께 하는 배우들이 너무 소중해지더라고요. 함께 작업하던 사람들이 조금씩 다른 길로 가는 것도 좀 보이고.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겠느냔 생각도 들고. 나 하나, 내 배역 하나에만 머물러있지 않게 된 것 같아요. ‘그래도 내 옆 사람. 그래도 내 동료. 그래도 내 회사.’ 거기에는 무대 팀도 있을 거고요.
 
그런 것들이, 그래도 좀 눈에 들어오는 게 아닌가 싶어요. 분명한 건 제가 연기하는 데도 영향을 굉장히 많이 주고 있고요. 나 하나가 아니라는 것만으로도, 대본을 대할 때도 그렇고 표현할 때도 그렇고 상대방 배우와 한 무대에 서서 뭔가를 함께 만들어가는 데도 그렇고. 다르거든요. 그게 아마 저한테 가장 큰 영향을 주지 않나, 싶습니다."
 
▲ 에녹 배우     ©황혜민 기자
 
앞서 에녹 배우를 사르트르의 문구를 빌려 '배우로서의 실존이 배우로서의 본질에 앞선다.'라고 정의했다. 사르트르는 “실존주의는 휴머니즘이다.”라고도 했는데, 다양한 본질의 경험, 규정되지 않은 자유로운 영혼인 에녹 배우의 실존은 이제 휴머니즘에 가닿았다. 자신뿐만이 아닌 옆 사람을 챙겨주고 싶어 하는 배우. 그는 분명 규정되지 않은, 그러나 매혹적인 존재였다. 그의 자유로움은 지금 규정짓기엔 너무도 찬란한 가능성을 품고 있는 듯하다.
 
"지금 10년 했는데, 앞으로 또 10년 가기 위해서는 길러야 할 분명한 내공이 있거든요. 내공을 쌓기 위해서라도 여러 가지 일을 많이 해야 할 것 같아요. 그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어쨌든 앞만 보고 달려왔거든요. 한 길로만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앞으로의 10년을 위해서라도, 더 넓게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뉴스컬처 360VR][뉴스컬처 연예TV][네이버 포스트]
<저작권자ⓒ뉴스컬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리뷰] 모두가 똑같은 모습으로 만나는 곳, 따뜻함 가득한 백설탕…뮤지컬 ‘배쓰맨’
[리뷰] 이것은 이란의 작가로부터 온 편지, 연극 ‘하얀토끼 빨간토끼’
[컬처포토] 미안하다는 아빠의 말은 이제 그만, 뮤지컬 ‘아빠의 4중주’
[하이라이트] 하나의 스타일로 단정지을 수 없다…이상 닮은 가무극 ‘꾿빠이 이상’
[현장스케치] 텃밭의 고추 때문에 벌어진 싸움에 사회 모습 담았다…연극 ‘옥상 밭 고추는 왜’
[인터뷰②] ‘나폴레옹’ 한지상 “최민수의 태수? 영혼 팔아서라도 나만의 인물로”
[인터뷰①] ‘나폴레옹’ 한지상 “변화 필요한 시점, 제가 먼저 씨제스에 대시했죠”
[컬처포토] 스무 살 청춘이 느낄 감정을 춤으로 표현한…무용 ‘춘상’
[현장 영상] 영화 ‘킹스맨: 골든서클’ 콜린 퍼스 ‘내가 살아났다’
[현장 영상] 영화 ‘킹스맨: 골든서클’ 태런 에저튼 “고난도 액션 환상적”
영화 ‘킹스맨: 골든 서클’, 모든 것을 업그레이드한 ‘킹스맨 유니버스’ 파헤치기!
[人 The Stage] 그가 무대 위에 말을 채우는 방식

황혜민 객원기자
뉴스컬처/TP21팀
 
2017/02/13 [12:13] ⓒ 뉴스컬처
 
관련기사목록
[에녹배우] [TP인터뷰] 규정되지 않은 매혹적인 존재, 배우 에녹② 황혜민 기자 2017/02/13/
핫이슈
[리뷰] 이것은 이란의 작가로부터 온 편지, 연극 ‘하얀토끼 빨간토끼’
[공공연한 이야기] 타이타닉·시스터액트…첫만남 설레는 뮤지컬
[하이라이트] 사회에 소외당한 상처 공유한 세 남자의 기이한 동거…연극 ‘오펀스’
[하이라이트] 하나의 스타일로 단정지을 수 없다…이상 닮은 가무극 ‘꾿빠이 이상’
[현장스케치] 텃밭의 고추 때문에 벌어진 싸움에 사회 모습 담았다…연극 ‘옥상 밭 고추는 왜’
배너닫기
가장 많이 본 기사 [MULTIMEDIA]
[NC포토] 연극 ‘오펀스’ 윤나무-문성일, 내가 풀어준 거 아니야
[NC포토] 연극 ‘오펀스’ 손병호, 고아원은 끔찍했거든
[NC포토] 무용 ‘춘상’ 이요음, 아름다운 손과 손 사이
[NC포토] 무용 ‘춘상’ 이요음-조용진, 서로 만난 춘과 몽
[컬처포토] 2면 무대에서 느끼는 색다른 매력, 연극 ‘프론티어 트릴로지’
배너닫기
TV
[TV되감기] ‘썰전’ 김구라 “8명 안에 제가 들어가 있더라고요” 블랙리스트 언급
TV
[TV되감기]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러시아 출신의 미녀 스웨틀라나 등장으로 화제!
TV
[TV되감기] ‘다시만난세계’ 여진구-이연희, 손 잡은 채 따뜻한 ‘해피엔딩’으로 종영
배너닫기
About NewsCultureHISTORY이용약관개인정보취급방침사업제휴안내기사제보
㈜콘팩/뉴스컬처|대표이사/발행편집인:이훈희|취재팀장:양승희|영상제작본부장/이사:이장희|콘텐츠사업본부장:박상욱
취재팀:02-715-0013|편집팀:02-715-0012|영상제작본부:02-714-0052|콘텐츠사업본부:02-715-0014|청소년보호책임자:이장희
정기간행물등록번호:서울아02083|발행일자:2006.11.03|등록일자:2012.04.19.|주소:서울 용산구 한강대로 297, 우신빌딩 5층 뉴스컬처
㈜헤럴드|대표이사:권충원|인터넷신문등록번호:서울 아03710|주소:서울시 용산구 후암로 4길 10 헤럴드 스퀘어|대표전화:02-727-0114
Copyright NewsCulture. All Rights Reserved. 모든 기사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