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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연한 이야기] 카타르시스, 비극의 존재 이유
 
양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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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메디아(연출 로버트 알폴디)' 공연 장면.(뉴스컬처)     ©사진=국립극단
 
슬픈 연극, 비극(悲劇)은 왜 필요한 것일까. 안 그래도 고되고 각박한 현실, 극장 안에서까지 비참한 이야기를 들어야만 할까. 비극은 고대 그리스 시대, 종교적 축제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신의 저서 ‘시학’에서 “비극은 연민과 공포를 환기시키는 사건으로 인해 보는 이로 하여금 감정의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한다”고 말했다. 비극이 정서적 불순물을 바깥으로 내보내는 일종의 배설 기능을 한다는 것이다.
 
당시 아리스토텔레스는 당대 활발하게 활동하던 작가 아이스킬로스와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의 희곡을 연구의 기초로 삼았다. 세 사람은 ‘3대 비극 작가’로 불리며 다양한 작품을 남겼고 후대 연극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그 가운데서 에우리피데스는 가장 현대적이며 진보적인 작가로 평가받는다. 신보다는 인간의 일상, 인물들의 내면에 천착했기 때문이다.
 
2000년 전 세상에 나온 에우리피데스의 두 작품이 2017년 국내 무대에 나란히 오른다. 먼저 지난달 24일 명동예술극장에서 개막한 국립극단의 연극 ‘메디아’다. 작품은 신화 속 인물 메디아가 고국과 부모를 배신하면서까지 사랑한 남편 이아손에게 버림을 받고, 걷잡을 수 없는 복수심으로 들끓다 결국 자식들까지 죽이며 파국을 맞는 과정을 그린다.
 
헝가리 중견 연출가 로버트 알폴디가 지휘봉을 잡아 극을 이끈다. 알폴디 연출은 “유럽에서도 고대 그리스극은 현대인에게 동떨어져 있다는 인식 때문에 창작자와 관객 모두에게 아주 어려운 작품이다. 그러나 ‘메디아’는 인간이라면 한 번쯤 느낄 수 있는 고립감, 공포, 분노 등 본연의 감정에 관해 이야기하기 때문에 동시대성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공연 내내 격정적인 심리 변화를 표현해야 하는 주인공 메디아 역은 중견 배우 이혜영이 맡는다. 그는 “메디아의 사랑, 고통, 복수의 감정이 전부 이해되고 이해가 안 되는 점이 단 한 부분도 없다”며 “그동안 신화로만 알던 이야기가 과연 현시대와 어떤 상관이 있을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지금 우리의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전혀 낯설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아울러 이달 15일부터는 에우리피데스의 또 다른 연극 ‘헤카베’가 공연된다. 산울림극장이 어려운 고전에 쉽게 다가설 수 있도록 기획한 ‘산울림 고전극장’을 통해 창작집단 LAS가 선보이는 작품이다. 헤카베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트로이의 마지막 왕비로, 트로이의 함락으로 남편과 아들들이 목숨을 잃고 딸들이 제물이나 노예가 되는 것을 지켜봐야 했던 비극적 어머니로 그려진다,
 
이기쁨 연출은 “헤카베가 겪은 사건의 진실을 파헤쳐가는 과정을 통해 ‘무엇이 정의이며 올바른 길일까’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극을 만들 것”이라고 소개했다. 분노하든 두려워하든 슬퍼하든, 비극을 통해 감정의 응어리를 풀어보자. 그것이 비극이 계속해서 무대에 오르는 까닭이자 존재의 이유다.
 
(본 기사는 헤럴드경제 2017년 2월 28일자 신문에 동시 게재되었습니다) 
 
(뉴스컬처=양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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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희 기자
뉴스컬처/공연문화팀장
yang@newsculture.tv
 
2017/02/28 [10:05] ⓒ 뉴스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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