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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텅 빈 무대 가득 채우는 권력 향한 뜨거운 욕망…연극 ‘왕위 주장자들’
서울시극단 창단 20주년 기념작, 154년 만에 국내 무대 올라 주목
 
허다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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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왕위 주장자들(연출 김광보)’ 공연장면 중 스쿨레 백작(앞쪽 유성주 분)이 니콜라스 주교(유연수 분)의 조언을 듣고 있다.(뉴스컬처)     ©박남희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 당하고 오는 5월 9일로 조기 대선이 확정됨에 따라 차기 대통령 자리에 도전하는 후보자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족장, 군주, 왕, 정치가 등 권력의 형태는 세월에 따라 다양하게 변해왔지만 그를 가지려는 인간의 욕망은 시간이 지나도 사그라들 생각을 않는다. 13세기도 지금과 다를 바 없었다. 연극 ‘왕위 주장자들(연출 김광보)’의 세 남자는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를 의심하고 갈등하며 치열한 힘겨루기를 한다.
 
작품은 ‘인형의 집’ ‘유령’ ‘사회의 기둥들’ ‘페리귄트’ 등을 통해 근대극의 아버지라는 평가를 받는 헨리크 입센의 역사극이다. 1863년에 쓰인 이후 154년 만에 국내 초연으로 무대에 올라 주목을 받았다. 국내 유일의 헨리크 전문가인 김미혜 한양대 명예교수가 번역을 맡았고, 고연옥 작가가 각색, 김광보 예술감독이 연출로 함께 했다.
 
13세기의 노르웨이, 스베레 왕이 서거한 지 6년이 지나고서야 ‘호콘’은 왕위에 오른다. 그의 어머니인 ‘잉가부인’이 불에 달군 쇠를 만지는 것으로 호콘이 신의 선택을 받은 왕임을 증명하고서야. 그러나 호콘은 옥새를 가지지 못한 반쪽 왕에 불과하다. 왕의 옥새는 ‘스쿨레 백작’이 가지고 있다. 그는 지혜를 타고났지만 항상 2인자다. 자신이 왕이 됐다면 더욱 잘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왕위를 이어갈 아들이 없다는 이유로 용기를 내지 못한 채 왕을 견제만 한다.
 
‘니콜라스 주교’는 호콘왕에게는 스쿨레 백작을 감시하라 하고 스쿨레 백작에게는 호콘왕이 왕족의 혈통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말하며 갈등을 부추긴다. 스쿨레 백작의 딸과 혼인을 하면서 그와 화해하려 했던 호콘왕은 스쿨레 백작의 친구에게 자신의 지인이 살해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분노를 감추지 못한다. 스쿨레 백작 역시 호콘왕에게 옥새를 반납하라는 명을 받고 화가 잔뜩 나면서 둘의 관계는 더욱 꼬이게 된다.
 
▲ 연극 ‘왕위 주장자들(연출 김광보)’ 공연장면 중 마르그레테(이지연 분)가 호콘(김주헌 분)에게 맹세하고 있다.(뉴스컬처)     ©박남희 기자
 
극에서 ‘믿음’과 ‘확신’은 권력을 차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호콘왕은 항상 자기 자신에 대한 확고함을 무기로 주저 없이 행동한다. 반면 스쿨레 백작은 생각하고 주저하느라 행동으로 바로 옮기지 못한다. 호콘왕과 정면대결을 벌여 큰 승리를 거뒀음에도 ‘의심’을 버리지 못하다 파멸의 길에 이른다. 그렇다고 확신만이 정답이라 할 수는 없다. 의심 없는 삶은 제자리를 맴돌게 하며 잘못된 확신은 더 큰 재앙을 불러올 수 있으니 말이다.
 
본격적인 전투가 일어나기 전까지는 그 상황에 도달하면서 변해가는 인물들의 감정에 집중하기 때문에 진행 속도가 더디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전 출연진이 정신없이 무대를 돌며 대사를 전하는 장면이나 쉬는 템포없이 대사를 주고받는 장면 등으로 적절한 긴장감을 불어넣어 줘 지루한 느낌은 없었다. 의심과 욕망에 불을 지펴가는 모습에 집중하다 보면 시간이 금세 흐른다.
 
김광보 연출 특유의 텅 빈 무대는 변화하는 인물들의 심리에 더욱 몰입할 수 있게 했다. 콘크리트 느낌의 벽으로 둘러싸인 무대에는 천장에 매달려 있는 거대한 나무뿌리 외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시선을 흩트리는 요소가 없어 배우들의 연기는 더욱 돋보였다. 또한 나무뿌리는 권력의 상징인 ‘왕관’을 닮은 모습으로 그 아래서 권력의 전통성 문제에 관해 치열한 다툼을 하는 세 인물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시선을 사로잡았다.
 
권력이란 양날의 검과도 같기에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극과 극의 결과를 가져온다. 허나 그 결과에 대한 판단은 권력자의 몫이 아니다. 권력의 뿌리인 국민이 심판할 수 있어야 한다. 극 중 스쿨레 백작 역시 백성들의 심판을 피하지 못했다. 13세기 노르웨이처럼 나날이 심판의 날을 맞고 있는 21세기의 우리 역시 의심하고 확신하며 올바른 판단을 내리는 뿌리가 돼야 할 것이다. 오는 23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공연정보]
공연명: 연극 ‘왕위 주장자들’
원작: 헨리크 입센
번역: 김미혜
각색: 고연옥
연출: 김광보
무대디자인: 박동우
공연기간: 2017년 3월 31일 ~ 4월 23일
공연장소: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출연진: 이창직, 강신구, 최나라, 이지연, 유연수, 김현, 유성주, 문호진, 최우성, 김주헌 외
관람료: R석 5만원, S석 3만원, A석 2만원
 
(뉴스컬처=허다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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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다민 기자
뉴스컬처/공연문화팀
heo@newsculture.tv
 
2017/04/05 [10:04] ⓒ 뉴스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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