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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어질면 복을 받고 착하면 필승이라…기상천외한 창극 ‘흥보씨’ 善을 묻다
고선웅 연출-이자람 작창 의기투합, 창극의 역사 새로 쓰다
 
양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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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극 ‘흥보씨(연출 고선웅)’ 공연장면 중 흥보(왼쪽 김준수 분)와 놀보(최호성 분)가 서로 다른 점을 이야기하고 있다.(뉴스컬처)     ©박남희 기자
 
흥보가 놀보가 되고 놀보가 흥보가 된 사연이라.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전래동화 ‘흥부 놀부’ 이야기와는 전혀 다른 사연을 전하는 공연 한 편이 무대에 올랐다. 국립창극단이 판소리 5바탕 중 하나인 ‘흥보가’를 고전 비틀기의 귀재 고선웅 연출과 함께 창작해 선보인 창극 ‘흥보씨’다. 지난 2014년 창극 ‘변강쇠 점 찍고 옹녀’를 통해 이미 국내외 관객에게 눈도장을 찍은 국립창극단과 고 연출은 다시 한 번 창극의 역사를 새롭게 써내려가고 있다.
 
작품은 한국 고전인 판소리의 원형을 유지하되 현대적인 감각을 더해 익숙한 이야기를 완전히 새로운 스토리로 탈바꿈했다. 흥보와 놀보 형제의 출생에 비밀에 얽힌 사연은 물론 흥보 자식 9명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 외계인의 형상을 한 다른 별에서 온 스님 같은 전에 없었던 독특한 캐릭터를 더해 기상천외, 전무후무한 창극으로 탄생해 공연 내내 관객을 쥐락펴락한다.
 
슬하에 자식이 없어 고민하던 ‘연생원’은 우연히 버려진 아이를 주워 양자로 삼고 ‘흥보’라 이름 짓는다. 연생원의 부인 황씨는 남편이 집을 비운 동안 다른 남자와 동침해 아이를 잉태한 뒤 ‘놀보’를 낳는다. 선한 심성을 가진 흥보와 심술궂은 놀보는 달라도 너무 다른 형제로 성장하고, 놀보는 형 흥보에게 형제의 처지를 바꾸자 제안한 뒤 집안의 재산을 모두 차지하기에 이른다. 놀보가 모든 것을 가져가도 원망하지 않던 흥보는 결국 마을의 어진 원님의 판결에 의해 빼앗긴 것을 되찾는다.
 
▲ 창극 ‘흥보씨(연출 고선웅)’ 공연장면 중 흥보(왼쪽 김준수 분)와 외계인(조유아 분)이 교감하고 있다.(뉴스컬처)     ©박남희 기자

‘흥보씨’는 기존 서사를 비틀어 새로운 이야기를 전하지만, 작품이 본래 품고 있던 교훈 만큼은 그대로 가져간다. 선을 권하고 악을 나무란다는 ‘권선징악(勸善懲惡)’으로, ‘선한 사람으로서 살아가는 것의 의미’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이에 대해 고선웅 연출은 원작을 각색하는 과정에서 “착한 사람이 손해 보지 않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한 바 있다.
 
때문에 작품은 본래 흥보가 까치가 물어다 준 박씨 덕분에 부자가 된다는 설정을 버리고 스스로 깨달음을 얻어 저절로 잃었던 것을 회복하는 결말로 바꾸었다. 선과 악의 대결보다는 선함 자체 흥보를 이롭게 하는 모습을 통해 ‘선함’의 의미를 되묻는 것이다.
 
이번 작품이 주목받은 또 다른 이유는 실력파 젊은 소리꾼 이자람의 참여 때문이다. 창작 판소리극 ‘사천가’ ‘억척가’ 등을 통해 이미 실력을 인정받은 것은 물론 뮤지컬 배우, 인디밴드 보컬 등 장르 불문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이자람은 ‘흥보씨’에서 작창 및 작곡, 음악감독을 맡아 활약했다. 극 중 ‘쟁기질 노래’ ‘가솔들의 축하 노래’ 같은 전통적 색채가 가득한 음악부터 ‘외계인’과 ‘제비’가 등장할 때 나오는 현대적 음악까지. 서로 다른 색깔의 음악을 독특하게 조화시키며 기존 창극에서 느낄 수 없던 신선함을 더했다.
 
“어질면 복을 받고 착하면 필승이라. 우주만물 이치요 청체성간의 법칙이라.” 극 중 외계인이 흥보에게 던지는 대사가 ‘흥보씨’의 주제를 함축한다. 이 말을 듣고 깨달음을 얻은 흥보와 가솔들은 “비워야 하리 텅텅텅, 그때서야 울리리 텅텅텅”이라 노래한다. 평생 착하게만 살다 신의 경지에 오른 흥보의 얼굴에 예수의 모습이 겹친다. 성경보다 ‘선함’을 더 권면하는 ‘흥보씨’를 보고 나오면 어쩐지 모든 걸 비워내고 털어내고 싶어질지도 모르겠다. 오는 16일까지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달오름. 
 
 
[공연정보]
공연명: 창극 ‘흥보씨’
예술감독: 김성녀
극작/연출: 고선웅
작창/작곡/음악감독: 이자람
안무: 지경민
공연기간: 2017년 4월 5일 ~ 16일
공연장소: 국립극장 달오름
출연진: 김준수, 최호송, 최용석, 김학용, 김차경, 이소연, 서정금, 이광복, 유태평양 외
관람료: R석 5만원, S석 3만 5천원, A석 2만원
 
(뉴스컬처=양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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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희 기자
뉴스컬처/공연문화팀장
yang@newsculture.tv
 
2017/04/13 [10:12] ⓒ 뉴스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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