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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이제 자유로운데 열심히 살아온 당신은 없네요…연극 ‘세일즈맨의 죽음’
한태숙 연출 버전의 두 번째 공연, 여전히 남일 같지 않은 ‘윌리 로먼’의 삶
 
허다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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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연출 한태숙)’ 공연장면 중 윌리(손진환 분)가 비프(이승주 분)를 설득하고 있다.(뉴스컬처)     ©박남희 기자
 
쳇바퀴처럼 바쁘게 굴러가는 일상. 해 뜨기 전 출근해 해가 지고 나서 집에 돌아오기를 반복하지만 월급은 통장을 스쳐갈 뿐. 많은 직장인의 삶이 이러하다. 돈과 행복은 비례하지 않는 것이라 하지만 돈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기에 오늘도 바쁘게 살아내고 있다.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연출 한태숙)’은 평생 이런 삶을 살아온 한 남자의 가족을 통해 자본주의 시스템의 비극을 그린다.
 
작품은 미국을 대표하는 극작가 아서 밀러의 대표작으로, 1949년 뉴욕 초연 당시 퓰리처상 극본상, 뉴욕드라마 비평가협회 최우수 작품상, 토니상 등을 휩쓴 명작이다. 경제 대공황을 기점으로 자본주의 사회에 적응하지 못해 무너져가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다. 원작의 메시지를 새롭게 해석한 한태숙 연출의 ‘세일즈맨의 죽음’은 지난해 초연 당시 큰 사랑을 받았으며, 지난 12일부터 다시 무대에 올라 관객과 만나고 있다.
 
장거리 세일즈맨으로 30년간 일해온 ‘윌리 로먼’은 나이가 들면서 출장을 다니는 일이 버거워졌다. 그만큼 수입이 줄었지만 돈이 필요한 곳은 오히려 늘어났다. 이에 아내 ‘린다’는 구멍 난 스타킹까지 바느질하며 아끼지만 윌리는 그 모습이 못마땅하다. 성공을 바라보며 뒷바라지했던 두 아들 ‘비프’와 ‘해피’의 삶도 보잘것없다. 항상 좋은 가장이었던 건 아니었지만 열심히 살아왔다 생각하는 윌리는 가족이 이렇게 된 것이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 믿고 싶다.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은 윌리는 희망이 가득했던 과거에 빠진다. 첫째 아들 비프가 명문대학교에 입학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졌던, 세일즈맨으로 성공해 임원의 자리에 오르는 꿈을 꿨던 순간들에. 윌리가 과거에 집착할수록 가족의 현실은 더 나락으로 떨어진다. 각종 할부금과 보험료도 제때 못 내는 지경이 됐고, 두 아들과의 관계도 좋지 않다. 아내의 위로에 모든 것이 잘 풀릴 거라는 희망을 안고 출근한 회사에서 해고 통보를 받은 윌리는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연출 한태숙)’ 공연장면 중 윌리(손진환 분)가 비프를 비하하는 사람들에게 화내고 있다.(뉴스컬처)     ©박남희 기자
 
혼란스러운 윌리의 마음을 대변하듯 극은 끊임없이 과거와 현재를 오간다. 그는 과거의 기억을 붙들고 있을 때마다 알래스카로 떠났다는 형님 ‘벤’과 대화하는데, 벤은 이미 죽은 존재다. 형님은 윌리에게 함께 떠나자 제안하고 윌리는 자신이 잘하고 있는 것이냐고 되묻는다. 어쩌면 벤과의 대화는 하나의 회상이 아닌,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윌리의 내면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일지도.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갈등과 일방통행의 관계에서 오는 압박은 무대를 보는 것만으로도 느껴졌다. 윌리의 이층집은 뼈대만 남은 채 안은 텅 비었다. 양 끝에서는 거대한 벽이 천천히 움직이며 집을 조여온다. 감정이 격해질 때는 영상과 조명, 음악까지 단번에 어둡고 무거워진다. 덕분에 관객은 그 압박감을 고스란히 전달받을 수 있다. 가슴을 꾹 누르면서도 이야기에 집중하는 이유는 윌리의 삶은 우리에게 여전히 남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훌륭한 왕이었지만 늘 고통받고, 열심히 하지만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하는 삶.” 윌리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비프는 그의 삶을 이렇게 표현했다. 윌리도 이를 직시했을 것이다. 그래서 더욱 허상에서 빠져나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현실을 직시한들 고통이 사라지지도 이제 와 인정을 받지도 못할 테니. 그렇게 윌리는 마지막 순간까지 꿈을 꾸는 세일즈맨의 삶을 택했다.
 
허나 죽음 때문이 아닌 진짜 자유가 되는 날이었다. 25년짜리 주택융자도 고장 나기 일수인 고물 자동차와 냉장고의 할부금도 끝나는 날. 린다의 말처럼 그들은 이제 자유로운 몸이 됐지만 윌리는 가족 곁에 없다. 평생을 따라다닌 할부금을 다 갚았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그는 다른 방법으로 자유를 찾았을까. 오는 30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공연정보]
공연명: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
원작: 아서 밀러
윤색: 고연옥
연출: 한태숙
드라마터그: 강태경
무대디자인: 박동우
공연기간: 2017년 4월 12일 ~ 30일
공연장소: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출연진: 손진환, 예수정, 이승주, 박용우, 이문수, 이남희, 이형훈, 민경은, 이화정, 최주연,김형규
관람료: R석 5만 5천원, S석 4만원, A석 3만 5천원
관람연령: 중학생 이상 관람가
 
(뉴스컬처=허다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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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다민 기자
뉴스컬처/공연문화팀
heo@newsculture.tv
 
2017/04/14 [10:12] ⓒ 뉴스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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