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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그럴 수밖에 없으면서도 예상 밖의 반전 품은 연극 ‘맨 끝줄 소년’
故김동현 연출의 뜻, 아내 손원정 연출이 더 탄탄하게 이어가
 
양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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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맨 끝줄 소년(연출 손원정)’ 공연 장면.(뉴스컬처)     ©사진=예술의전당
 
수학에서 허수(虛數)는 단어 뜻 그대로 허구의 수, 비어 있는 수를 말한다. 영어로는 ‘이미지너리 넘버(imaginary number)’ 즉 현실에 없는 상상의 수를 의미하기도 한다. 반대의 개념인 실수(實數, real number)는 제곱하면 늘 0이상의 값을 가지지만,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실수는 제곱해도 음의 값이 된다. 현실에 실재하지 않아
누구도 볼 수 없는 것을 오히려 자세히 들여다보는 소년이 있다.
 

학교 교실에서 언제나 맨 끝줄에 앉아 있는 그 소년의 이름은 클라우디오, 그의 이야기를 담은 연극 ‘맨 끝줄 소년(연출 손원정)’이다. 수학과 철학을 전공하고 현재 철학교수 겸 극작가로 활동 중인 스페인의 극작가 후안 마요르가의 색채를 가득 머금은 작품이다. 극 안에 계몽적 메시지를 담는 방식이 아닌 관객 스스로 사유할 수 있도록 질문을 던진다는 마요르가의 방식은 특히 이 작품에서 두드러진다.

 

지난 2013년 프랑스와 오종 감독의 영화 ‘인 더 하우스’로 먼저 소개된 ‘맨 끝줄 소년’은 2년 후 예술의전당의 기획 프로그램 ‘SAC CUBE : 프리미어’를 통해 무대에 올랐다. ‘다윈의 거북이’ 등 후안 마요르가의 희곡을 꾸준히 무대화한 김동현 연출은 연극인으로서 추구하는 방향성을 같이해왔다. 때문에 ‘맨 끝줄 소년’ 역시 김 연출의 손을 거쳐 한국 관객을 만나게 됐는데, 2015년 초연 당시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끌어낸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 2월 김동현 연출이 세상을 뜨면서 ‘맨 끝줄 소년’은 그의 유작이 됐다. 이번 재공연은 고인을 기리는 의미로 초연에 함께 했던 배우와 스태프들이 뜻을 모아 다시 무대에 올랐다. 앞서 드라마트루그 겸 윤색가로 참여했던 손원정이 동료이자 남편인 김동연 연출의 지휘봉을 이어받아 공연을 진두지휘했는데, 본 연출의 의도를 누구보다 깊이 있게 끌어내며 한층 더 탄탄한 극을 완성시켰다.

 
▲ 연극 ‘맨 끝줄 소년(연출 손원정)’ 공연 장면.(뉴스컬처)     ©사진=예술의전당

 

극은 고등학교 문학교사 ‘헤르만’이 학생들의 작문 과제를 채점하는 과정에서 언제나 맨 끝줄에 앉아 있는 소년 ‘클라우디오’의 글에 주목하면서 벌어지는 과정을 그린다. 클라우디오는 같은 반 친구인 ‘라파’의 가족에 대한 수상하고 은밀한 관찰을 이어가고, 거기서 생긴 욕망 가득한 감정과 뒤엉킨 생각을 과제에 풀어낸다. 헤르만은 여기에 묘한 매력을 느끼며 이런 저런 조언을 해주지만, 클라우디오는 위험한 상상을 현실화하고 결국에는 헤르만의 일상에까지 침범하려 든다.

 

‘헤르만’의 아내 ‘후아나’ 역의 배우 우미화를 제외하고는 초연 멤버들이 그대로 무대를 채운다. 조용해 보이지만 어딘가 모르게 서늘한 기운을 풍기는 ‘클라우디오’를 연기하는 전박찬의 연기야 더할 나위 없고, 클라우디오를 둘러싼 이야기를 흥미롭게 끌어올리는 박윤희, 김현영, 백익남, 유승락 등의 에너지도 만만치 않다. 공연 내내 반복적이면서 중독적인 효과음으로 극의 리듬을 불어넣는 코러스의 역할도 인상적이다.

 

헤르만이 클라우디오에게 해주는 좋은 글의 조건처럼, 그럴 수밖에 없는 필연성이 있으면서도 반전이 있는 예상 밖 결말이 돋보이는 연극이다. 한 장면 뒤에 이어지는 다음 장면을 끊임없이 궁금하게 만들면서 러닝타임 2시간을 온전히 극에 몰입할 수밖에 없도록 한다.

 

그래서인지 이번 시즌에도 ‘맨 끝줄 소년’을 향한 관객들의 반응이 예사롭지 않다. 티켓 사이트 예매 랭킹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매진된 회차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고인도 하늘에서 이 광경을 뿌듯하게 지켜보고 있진 않을까. 오는 30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공연정보] 
공연명: 연극 ‘맨 끝줄 소년’ 
원작: 후안 마요르가(Juan Mayorga)
번역: 김재선 
연출: 손원정 
공연기간: 2017년 4월 4일 ~ 30일 
공연장소: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출연진: 박윤희, 전박찬, 백익남, 우미화, 김현영, 유승락, 나경호, 유옥주
관람료: 1층 5만원, 2/3층 3만원, 맨 끝줄 좌석 1만원 
 
(뉴스컬처=양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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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희 기자
뉴스컬처/공연문화팀장
yang@newsculture.tv
 
2017/04/15 [10:12] ⓒ 뉴스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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