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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고독에 허덕이는 현대인의 공허함, 날카롭게 파고드는 연극 ‘미친 키스’
조광화 연출 20주년 기념작, 배우 이상이의 진가 드러나
 
양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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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미친 키스(연출 조광화)’ 공연 장면.(뉴스컬처)     © 사진=프로스랩

“나를 위해 내게 키스겠어, 나에게 키스나 하지.” 사랑과 열정을 쏟을 대상을 잃어버린 남자는 공허한 눈빛으로 외친다. 그리고선 자신의 손바닥에, 손가락에, 팔뚝에 쓸쓸히 입을 맞춘다. 타인을 통해 도저히 해결되지 않는 인간의 고독과 외로움을 자기 자신에게 분출해내는 듯이. 연출가 조광화 데뷔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기획된 ‘조광화 展’의 두 번째 연극 ‘미친 키스’가 지난 11일 막을 올렸다.
 
작품은 지난 2~3월 공연된 첫 번째 연극 ‘남자 충동’과 마찬가지로 ‘장정’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내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남자 충동’이 장정이 가진 남성성의 대한 허상과 그에 따른 파멸을 표현했다면, 이번 ‘미친 키스’는 장정의 외로움과 불안함, 누군가에 대한 집착에 대해 말한다. 조광화 연출이 직접 쓰고 연출해 지난 1998년 처음 무대에 올린 ‘미친 키스’는 2007~2008년 재연 이후 오랜만에 다시 관객과 만나게 됐다.
 
누군가의 뒤를 캐거나 뒷조사를 하는 흥신소의 업무를 맡은 ‘장정’은 결혼하기로 약속했던 여인 ‘신희’가 떠나려 하는 것에 분노하고 집착한다. 어디에도 흥미를 느끼지 못해 방황하는 장정의 동생 ‘은정’은 몸을 팔아 명품 옷을 사는 것에 몰두한다. 대학교수 ‘인호’는 자신의 열정을 쏟을 대상을 찾기 위해 여러 여자와 관계를 맺고, 이를 이해할 수 없는 그의 아내 ‘영애’는 잠시나마 위안을 얻을 상대를 찾으며 일상을 견딘다.
 
이처럼 극은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다양한 인물의 모습을 보여주는 동시에, 모두가 외롭고 쓸쓸함을 안고 살 수밖에 없는 비극적인 상황을 보여준다. 사람들은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약속을 하며 사랑을 하지만, 결국 아무도 상대의 마음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한 채 고독에 허덕인다.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겪는 감정적 결핍과 정신적 공허함을 날카롭게 파고드는 것이다.
 
▲ 연극 ‘미친 키스(연출 조광화)’ 공연 장면.(뉴스컬처)     © 사진=프로스랩

조광화 연출 특유의 감성적인 대사와 세밀한 장면 묘사가 극 내내 객석을 압도한다. 캐릭터의 감정을 끌어올려주는 김미미의 아코디언 연주와 다소 환상적인 느낌을 자아내는 심새인의 안무가 극에서 묘한 조화를 이뤄낸다. 이 모든 것들을 아우르는 배우들의 수준급 연기가 작품성의 8할을 차지한다.
 
각 캐릭터에 잘 녹아든 손병호, 정수영, 전경수, 이나경의 연기도 인상적이었지만, 주인공 장정을 연기한 배우 이상이의 진가를 제대로 드러내준 작품임에 분명하다. 앞서 박호산, 김무열, 엄기준 등이 거쳐간 해당 배역에 이상이가 캐스팅됐을 때 과연 잘 어울릴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든 것도 사실이다. 전작 ‘무한동력’ ‘베어 더 뮤지컬’ ‘인 더 하이츠’ 등에서 어리고 순수한 이미지의 역할을 주로 맡아왔으니까.
 
그런데 이상이는 이번 장정 역을 통해 과감한 노출 연기에 도전했음은 물론, 옛 애인에게 집착하는 모습과 여동생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드러내는 모습 등을 땀, 눈물콧물, 침까지 쏟아내며 열연해보였다. 그는 한층 성숙해진 연기로 이번 ‘장정’ 역에 꽤 잘 어울리는 배우임을 스스로 증명해보였다.
 
관람 등급이 만 19세 이상 관람가인 만큼, 다소 수위가 높은 장면과 가감 없이 직설적인 대사가 등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선정적이라고 생각되는 겉포장을 살짝 벗겨내면, 그 안에 담긴 인간 본연의 내면을 가장 순수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 초연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세련미가 돋보이는 현대 연극의 수작이라 할 만하다. 오는 5월 21일까지 서울 대학로 TOM 1관.  
 
 
[공연정보]
공연명: 연극 ‘미친키스’
작/연출: 조광화
작곡: 황강록
음악감독: 김미미
공연기간: 2017년 4월 11일 ~ 5월 21일
공연장소: 대학로 TOM 1관
출연진: 조동혁, 이상이, 정수영, 김로사, 전경수, 김두희, 오상원, 이나경, 심새인 외
관람료: R석 5만원, S석 3만 5천원
 
(뉴스컬처=양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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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희 기자
뉴스컬처/공연문화팀장
yang@newsculture.tv
 
2017/04/17 [10:12] ⓒ 뉴스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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